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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2017/08/21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오늘 동경은 맑고 날씨도 더웠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시 더운 여름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오늘은 최고기온이 32도였다. 30도가 넘는 날씨가 계속되어 금요일에는 최고기온이 35도라는 예보다. 비가 오는 날씨가 계속되더니 다시 뜨거운 여름날씨로 돌아왔다. 나는 쉬면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어제 네팔 아이가 놀러 왔었다. 토요일 저녁에 온다고 하는 걸, 할 말이 많은 것 같으니 낮시간에 오라고 했다. 평상시처럼 오면서 문자를 보낼 줄 알았더니, 그냥 집으로 왔다. 왜 문자를 하지 그랬어? 요즘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사다가 밥이라도 하려고 했지. 늦잠을 자서 연락을 하다 보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그냥 왔어요. 집에 먹을 게 없어서 역 근처에서 점심도 먹고 차를 마셔서 보내려고 했지. 저는 집에 오는 것이 좋아요. 아직 12시가 되기 전이었다. 아침은 먹었니? , 먹었어요. 그래, 먹을 게 별로 없는데 뭘 줄까? 요구르트 있나요? 바나나를 넣은 요구르트에 꿀을 넣어서 먹어. 간식으로 부침개도 할게. 애호박에 새우를 넣어 부쳤다.

 

좀 쉬다가 바깥을 산책하면서 말을 하기로 했다. 집에서 말하다가 내가 큰 소리를 내면, 주위에서 싸우는 줄 오해하면 곤란하다. 옷을 입은 걸 보니 아주 덥게 생겼다. 왜 옷을 이렇게 덥게 입었어? 옷을 보기만 해도 더운걸 어떻게 아느냐고, 감촉이 벌써 덥잖아. 내 반바지를 빌려줬다. 바깥을 걷는 걸 아주 좋아한다. 자기가 나고 자란 네팔 시골과 비슷하다고.

 

그동안 내가 네팔 아이에 대해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적이 없는 종류의 사람이다. 아무리 많은 학생들을 상대했다고 해도 중간 이상의 대학에서 가르쳤다. 출신학교로 사람이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러나, 분명히 같은 동경에 있다고 해도 그 아이가 아는 세계와 내가 살아왔던 세계는 접점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긴 시간 접하면서 알려고 노력했지만,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노력해도 알 수가 없는 것이 있다.

 

신문을 받는다는 것은 읽는다는 의미로 생각했지, 쌓아 두는 걸로 어찌 알겠는가? 전자사전을 샀다면 쓰는 걸로 알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도 저는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안 사면 못 배기거든요. 그래서 사요. 사서 읽었어? 아니요. 그러면 뭐하러 사, 돈만 버리지. 선생님은 읽고 싶은 책을 사지 않나요? 나는 책을 읽는 것이 생활의 일부야, 그 책들을 어떻게 사? 도서관에서 빌려보지. 너도 도서관을 이용해. 그 아이는 책을 샀다는 자랑을 했는데, 나는 싹둑 잘랐다. 책도 폼으로 사는 모양이다. 책값이 얼만데? 돈이 아깝다. 

 

너는 월급 타면 얼마나 저금을 하니? 저는 월급에서 돈이 남지 않아요. 이번 달에 1만 엔 남았어요. 네팔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 집이 지진으로 망가져서 자기가 새로 지어줘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다. 기가 막혀서 수입과 지출 내역을 써서 점검했다. 내가 써서, 많이 나가는 항목을 지적하고 절약하라고 했다. 예를 들면 식비가 3엔에 점심값이 1만 6천 엔이다. 친구와 주말에 술을 마시는 것도 한 번에 6천엔, 2만 4천 엔이다. 먹는 것만 7만 엔이 든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식비 3만 엔으로 점심에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도시락을 가져가. 친구와 술 마시는 것도 한 번에 5천 엔 한도로 하고 거기서 2만 엔이 절약된다. 일본 샐러리맨들 한 달 용돈이 얼만지 알려줘? 3만 엔이야, 이 걸로 점심해결, 술도 먹고 해. 책에서 자료를 꺼내 구체적인 통계를 내민다. 여기에 연봉 천만 엔이 넘는 사람도 점심에 298엔짜리 도시락을 산다고 해, 별다방 커피를 마시는 건 사치라고. 현실적으로 그래. 내가 대학교수 친구와 만나서 저녁을 먹으면 한 사람이 5천 엔 이내야. 예약을 해서 가는 레스토랑에서 코스를 시켜서 먹어도 그 정도야. 친구도 연봉이 천만 엔이 넘고 비싼 차를 타고, 집도 비싸, 기본적으로 부자야.

 

내가 작년에 쓴 비용을 정리했으니까, 한 번 봐. 한 달에 식비가 얼만지. 그리고, 지난번에 말한 세금은 환급받았어? 나는 이번에 합쳐서 20만 엔이 돌아왔는데. 20만 엔이라는 말에 눈이 확 돌아간다. 정말이에요? 그럼 내가 널 상대로 거짓말을 하니? 전화를 쓰는 것도 한 달에 1만 엔이면 일 년에 12만 엔이야. 회사에서 컴퓨터가 있고 집에서 컴퓨터를 쓰는데, 전화를 왜 그렇게 많이 써? 내가 쓰는 카드 명세서 있으니까 . 내가 지출 명세를 정리했더니,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보이는 모양이다. 저금은 쓰고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고, 먼저 떼놓고 나머지에 생활을 맞추는 거야. 한 달에 5만 엔은 저금하겠네. 정말이요? 그럼 너 하기에 달렸어.

 

마트에 데리고 가서 현장실습을 한다. 이 세제는 표백제가 든 거니까, 짙은색 옷을 빨 때 쓰면 안 돼. 뒷면에 성분 표시가 되어 있어. 옷을 살 때 안에 태그를 보면 세탁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표시가 있으니까, 그걸 기준으로 세탁해. 우유나 요구르트도 원재료를 잘 봐, 우유처럼 보이지만, 우유가 아닌 것도 있어. 다 표시가 되어 있으니까, 그런 걸 확인하는 거야. 그러나, 애가 누구인가? 자기가 질문을 해놓고 귀담아듣질 않는다.

 

그렇구나, 같은 대화를 반복하고 있을 뿐 간극이 좁혀지는 일이 없다. 전혀 배울 생각이 없다. 내가 포기하면 화가 날 일이 없다. 대학을 나와도 겨우 자기가 생활할 정도 수입밖에 받지 못한다. 시급으로 따지면 시간당 천 엔도 안된다. 학생 때 알바보다 못하다.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으니, 미칠 것 같은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그럴 리가 없다고 아무리 부정해도 현실은 그렇다.

 

여자들은 이상해요. 자기가 먼저 꼬셔 놓고 정작 내가 관심을 보이면 무서워해요. 내 주변에 있는 이상한 남자들이 같은 생각을 하더라. 내가 밝게 인사를 한 것 만으로 내가 자기를 유혹했다고,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더라고. 여자들은 약한 입장이라, 주위와 좋게 지내려고 먼저 인사를 해. 꼬시는 게 아니야, 너 같은 행동을 하면 당연히 무섭지. 내 주위 이상한 남자들이 하는 행동과 같네. 인사를 한번 한 것뿐인데, 머릿속에서 별별 망상을 다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가. 그러면, 이상하니까 경계를 하지. 그러면 이번에는 화를 내. 나는 더 무섭지. 자신들 머릿속 망상과 현실적으로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거든. 현실적으로는 둘이 말조차 한 적이 없거든. 근데, 너를 꼬셨다고 보는 여자는 좋아하는 타입이지? 자기가 관심이 있는 사람만 자기를 꼬신다고 착각하더라고. 그런 일은 거의 없어조심해, 너처럼 행동하면 위험한 사람이 되는 거야. 이것도 화가 나는 모양이다. 그렇게 여자를 좋아하는데, 한 명도 사귀지 못했으니 안타깝다. 현실과는 달리 이상은 점점 높아져 간다. ‘여성 혐오’ 성향이 강해져 간다.

 

정말로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어서 현실을 부정한다. 자신의 능력이 대단한데,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아주 매력적인 남자인데 여자들이 몰라주는 걸로 알고 있다. 현실도피인 것이다. 점점 이상해져 간다네팔 아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근래 점점 늘고 있는 일본 남성들 유형중 하나다. 상대방과 인사나 대화도 제대로 못하고 교제도 못 하면서 혼자서 좋았다가 싫었다가 화를 내고 바쁘다. 울분이 쌓여간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했더니, 전혀 화가 나지 않는다. 목소리를 높일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