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4 조선인 학살의 대물림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5도나 되는 뜨거운 날씨였다. 내일도 최고기온이 35도라고 하니 다시 뜨거울 것이다. 집에서는 아무 것도 못 할 것이라, 책과 원고를 짊어지고 학교에 갔다. 요새는 도서관이 문을 닫고 있지만, 가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거기는 도서관보다 냉방이 더 시원하다.
오늘은 너무 더워서 학교에 다녀와도 더웠던 후유증으로 블로그를 쓸 생각이 없었다. 더운 것도 있지만, 어제와 오늘 읽은 책 내용이 너무 힘이 빠지는 내용이라, 축 처진 것이다. 어제 읽은 책은 아베 정권의 '군사대국'을 향해 구체적으로 학계까지 동원하는 내용으로 학술적인 것이었다. 오늘 읽은 것은 '의사가 본 과로 자살 기업의 내막'이었다. 감정 이입하게 쓰인 것이 아니었지만, 다른 측면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덩달아 기분이 가라앉았다.
어제도 뉴스로 읽은 것 같은 데, 오늘도 뉴스와 페북에 '동경도지사 고이케 씨가 조선인 학살 추도문'을 안 보내기로 했다는 걸 읽고 또 한 번 펀치를 맞은 기분이 든다. 펀치를 맞아서 정신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뭔가 해야겠다. '극우'라고 하지만, 아베 정권보다 차악이겠지 싶었는 데, 아베 정권보다 더 하겠다는 것인가? 동경을 망친 원흉, 외국인 차별의 심벌로 여기는 '이시하라 씨' 도 추도문을 보냈다. 그 '이시하라 씨'도 무색할 정도란 말인가? 도대체 어디까지 추락하려는지 상상을 초월한다. '고이케 씨'가 '도민 퍼스트'를 만들어서 세력을 구축해, '일본 퍼스트'가 생겼다. 물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표방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이 스캔들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노선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관동대지진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유언비어를 경찰이 의도적으로 퍼뜨려서 경찰과 시민이 조선인을 학살한 것이다. 이번에 '고이케 씨'가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한 이유는 희생자 수가 부풀려져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문은 왜 이제 와서 제기되는 걸까? '헤이트 스피치'가 한창일 때, 재일 조선인 3세와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후쿠시마 지진 이후 아이를 데리고 피난생활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조선인이라는 게 주위에 알려지면 아이가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하지 않을까, 주변 사람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까, 무섭기 짝이 없다고 했다. 그야말로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죽창에 찔려 죽은 것처럼, 자신이 찔리지 않을까, 공포에 떤다고 했다. 나는 설마 그런 일이야 있겠냐고 했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그런 공포를 느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학살에 대한 '공포의 대물림'이었다. '헤이트 스피치'는 일본인들이 조선인이나 한국인, 마이노리티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자기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라고 협박하는 것이다. 직접적이 아니라도 간접적으로 그런 공포에 떨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헤이트 스피치'를 하던 '재특회' 회장이 동경도지사 선거에도 나왔다. '헤이트 스피치'라는 외국어라서 그 무서움이 덜 하지만, 조선인이나 한국인들에게는 여차하면 '학살'한다는 협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번에 '고이케 씨'의 결단은 다시 '헤이트 스피치'와 같은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불쏘시개가 되겠지. '외국인 혐오'의 불은 꺼진 적이 없이 타오르고 있는 데, 다시 기름을 부었다. 자신들이 학살한 조선인 원혼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고, 그런 과거사에 반성하지 않는다는 걸 명확히 해줬다. 정치가 이전에 인간으로서 문제가 많다. 나도 외국인이지만, 동경에 오래 살았다. 여성으로서 처음 도지사가 된 것이라,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국정에도 아베 정권보다 차악이겠지 싶은 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조선인 학살 추도문'을 안 보내기로 했다는 결정과 그 이유를 보고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 '약자'를 짓밟는, '약자의 원혼'마저 짓밟는 자가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사회에 공포를 조성하지 말라. 고이케 OUT!
그러면서 2020년 동경올림픽에서는 어떤 얼굴을 할 것인가? 젊은 학생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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