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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사요나라, 아베 총리!

NHK에 따르면 8월 28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226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20,322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58명으로 사망률 1.76%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밤 11시 현재 877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67,358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274명이 되었고 사망률 1.89%이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371명으로 내역을 보면 지역감염이 359명이고 해외유입이 12명이다. 확진자 누계가 19,077명이 되었고 사망자 누계가 316명으로 사망률 1.66%이다. 한국에서 사망자가 3명 발생했고, 일본에서 20명이나 발생했다. 한국은 사랑 제일교회와 8.15 집회에 참가한 고령자가 많아서 앞으로 사망자가 많이 나올 것 같다. 일본에서도 고령자 확진자가 늘고 있어서 사망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동경은 폭염이었다. 일기예보에는 최고기온이 33도였지만 체감으로는 35도로 느껴졌다. 오늘은 늦게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컴퓨터를 켜서 원고 수정을 하고 있었다. 어젯밤 늦게 뜬 기사를 오전에 읽으니 아베 총리가 9월에 임기가 오는 인사를 어떻게 해서 내각 개조를 하고 코로나 19 대책을 어떻고 하는 기사가 떴다(https://news.yahoo.co.jp/articles/c58aa83593401558ed3d988e8b31a7c8383c9acc). 너무 이상했다. 결국, 지금까지 자기가 병원에 가는 걸 언론에 미리 알려서 현장 중계를 하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식으로 출구전략을 짜고 있구나 했더니 막판에 와서 내부 권력투쟁으로 엎어졌나? 그러면 뇌사 정권에서 아예 유령 정권이 될 텐데? 거기에 요새 그야말로 어그로 끌어서 동정심을 유발하게 분위기 조성을 해놓고 이제 와서 부활인가? 재림예수도 아니고 뭔가? 하고 있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겠지. 그런데 언론 플레이를 그렇게 해놓고 지금 와서 이건 아니지 싶었다. 아무리 자신이 실패한 것에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는 인물이어도 이건 아니지 싶었다.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오후 2시가 되면서다(https://news.yahoo.co.jp/pickup/6369511). 우선, 사퇴를 결정했다는 속보가 뜨면서 올라온 뉴스는 주가가 하락하고 엔고로 올라간다는 뉴스였다(https://news.yahoo.co.jp/pickup/6369512). 나중에 주가는 다시 매입으로 돌아서서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한다. 다음에 뜬 뉴스가 고이케 동경도 지사가 "사실이라면 유감"이라는 기사였다(https://news.yahoo.co.jp/pickup/6369516). 뭔가, 움직이고 있구나. 나도 얼른 마트에 다녀와야지. 오후 4시를 바라보는 시간에도 바깥 기온은 여전히 33도였다. 창문을 열면 뜨거운 바람이 훅 들어온다. 아직도 덥지만 내일은 주말이라서 마트에 사람이 많다. 냉장고에는 야채와 하드가 부족하다. 뉴스를 보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며 마트에 갔다. 마트에 가는 목적은 야채와 하드도 있지만 오늘 같이 특별한 날에는 뭔가 특별히 맛있는 걸 먹어 줘야 한다. 나에게 맛있는 것은 평소에 사지 않는 비싼 과일이나 맛있는 야채이다. 요새는 더워서 농가에도 못 가니까, 계절 야채도 부족하다. 마트에서 봤더니 비싼 과일 중에 딱히 사고 싶은 것이 없었다. 비싼 과일은 무지 비싸서 포도 한 송이에 몇천 엔이나 한다. 집에 맛있는 포도가 한송이 있어서 거기까지는 아닌 것 같다. 뭘 살까 봤더니 드물게 물이 좋은 오징어가 나왔다. 동경에서도 오징어가 예전의 서민적인 오징어가 아닌 금징어가 된 지 오래다. 보통 오징어 1마리에 298엔이 최저가로 본다. 크기도 많이 작아졌지만 보통은 398엔 인 것 같다. 오징어를 사기로 했다. 5개들이가 4팩 한정으로 나온 걸 물이 좋은 횟감 오징어를 2팩, 10마리를 샀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과일을 무더기로 산 적은 많다. 옥수수나 토마토도 많이 산다. 오징어는 많이 사도 3마리다. 오늘 오징어 구매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에게는 비싼 닭이나 돼지, 소고기보다 물 좋은 오징어가 더 반갑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다른 것은 요리하기도 덥고 땀이 난다.

 

오징어를 맛있게 무치려면 야채를 사야 한다. 지금 야채가 과일보다 비싼 느낌이 들 정도로 비싸다. 그래도 미나리에 샐러리, 양파, 오이 등 오징어무침에 넣을 야채를 샀다. 하드도 2 상자 샀다. 5시부터 기자회견이 있다니까, 바쁘게 움직였다. 오징어는 내장을 따고 이를 빼고 손질해서 2마리씩 비닐봉지에 넣어서 냉동고에 넣었다. 오징어 손질을 끝내면 싱크는 물론, 수채통을 비우고 수채 구멍 청소까지 해야 비린내가 없어진다. 오늘 먹을 2마리는 데치고 각종 야채를 넣어서 새콤달콤하게 무쳤다. 내가 언제 자기가 먹을 요리에 양념을 다 챙겨 넣고 요리를 했었나 싶지만 오늘은 다 챙겨서 했다. 파는 내놓고 썰어서 넣는 걸 잊어서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오늘 저녁은 오징어무침에 소면을 곁들인다. 야채를 많이 넣었더니 양이 불어서 한번 먹을 만큼씩 덜어서 냉장고에 넣었다. 

 

오징어를 손질하고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서 샤워를 했다. 비린내도 제거하고 정신집중해서 사퇴 회견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되어 스피치를 하는데, 코로나 19가 어쩌고 저쩌고 한다. 한참 듣다가 사퇴하지 않는 게 아닌가? 뭔 말을 하고 있나? 했더니 중간에 가서 갑자가 건강상의 이유, 궤양성 대장염으로 사퇴한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pickup/6369524). 그렇구나, 올게 왔구나. 그후로도 많은 말을 했지만 그도 영혼이 없는 유체이탈 화법이라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원고에 쓰인 대로 읽는 사람이라서 인간의 체취가 담긴 자신의 말이 없다. 솔직히 그는 일본어를 잘 못한다. 발표를 끝내고 기자회견을 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걸 들어도 뭔 뜻인지 알기가 어렵다. 장황하게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지만 내용은 없다. 그의 일본어가 문제다. 중간까지 듣다가 볼륨을 올리고 오징어 요리에 돌입했다. 특별하게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은 날이다. 이전에 박근혜가 탄핵되는 날에 떡을 돌린다는 사람 말이 생각났다. 오늘은 그 기분을 알 것 같다. 

 

나는 호화스러운 오징어 무침에 소면을 곁들여서 먹었다. 디저트로 하드를 종류별로 2개 먹고 입가심을 했다. 그리고 비싼 망고도 하나 먹었다. 오늘은 호화판으로 먹어야 하는 날인 것 같아서다. 혼자서 소소하게 축하연을 했다. 그런데, 다음에 갔더니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오늘로 정치생활을 마감한다는 기사가 떴다. 자세한 기사를 읽지 못하고 제목만 봐도 눈물이 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그동안 정말로 수고하셨다. 이제는 무거운 중책을 내려놓고 몸 건강을 돌보면서 건강히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아베 총리는 워낙 특별한 인물이라서 내 블로그에 아베 정권이라는 분류를 만들어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나 싶어서 좀 봤다. 2012년, 자민당 총재가 되고 제2차 아베 정권이 시작되면서 인 것 같다(https://huiya-kohui.tistory.com/1327). 지금까지 117편의 글을 써서 올린 걸로 나온다. 혹시 중복해서 올린 글도 있을지 모른다. 아베 총리 재임기간을 정확히 7년 8개월이라고 하지만, 자민당 총재선이 9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만 8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까지 어느 특정한 정권에 대해서 8년이나 집중해서 관찰하고 글을 쓴 적이 없다. 직업상 연구대상에 대해서 장기간 관찰하는 연구 수법을 써서 몇십 년에 걸쳐 보고 쓰는 일이 있다. 인물에 대해서는 내가 알고 싶어서 쓰고 싶은 상대이다. 아베 정권의 경우는 이해하기 어려워서 너무나 이상해서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친 듯이 했던 각종 해괴한 일에 비해 그만 둘 때는 참 어처구니없는 형태로 그만뒀다. 그가 도모한 출구전략의 성공이다. 그는 일본을 완전히 말아먹고 가장 힘든 상황에 내팽개치고 도망치듯 사퇴했다. 코로나 19의 감염 확대, 집중호우 피해, 열사병 사망자, 일본 경제의 폭망으로 완전히 망했다. 일본을 여러모로 망가뜨리고 정말로 어려운 결정적인 상황에 줄행랑을 치는 모양새다. 제1차 아베 정권에서도 1년이 되어 어느 날 갑자기 내팽개치더니, 이번에는 지은 죄가 많은 줄 아는지 출구전략까지 짜서 동정표를 사는 이미지 전략을 구사했다. 꼼수의 달인께서 마지막까지 실력을 발휘했다. 코로나 19에 무대책이었던 것처럼 참으로 무책임한 인물이라는 걸 마지막까지 아낌없이 보여준다. 

 

오늘은 갑작스러워서 아베 정권을 정리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있으면 한번 뒤돌아보고 정리해 보고 싶다. 이 해괴한 정권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귀신에 홀린 것 같은 너무나 괴이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가 퇴임을 한다고 해서 그가 만든 세상이 한꺼번에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연장선에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급격히 달라질 수가 없다. 아베 정권에서 주요 정책이다시피 했던 '혐한'은 일본에서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사회의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죽어도 끊지 못하는 '마약' 같이 위험한 약을 상시 복용해서 맛을 들여서 중독하고 말았다. '마약' 중독이 많아서 약을 끊으려고 해도 금단증상이 무서워서 끊기가 힘들다. 일본 정부에게는 만병통치로 편리한 처방전이었을지 몰라도 알게 모르게 중독이 되고 말아서 이 상태에서 '마약'이 없는 건강하고 건전한 상태로 가려면 너무나 험난하고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 일본 정부나 지도자가 일본을 건강하고 건전한 상태로 가려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들에게는 '마약' 중독이다시피한 국민은 조정하기 좋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사퇴하지만 후임선출까지 임시대리를 세우지 않겠다고 한다(https://news.yahoo.co.jp/pickup/6369517).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이 후계자를 지명해서 자신의 영향 하에 후계자를 둘 예정인 것이다. 니카이 간사장에게 일임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베 총리와 니카이 간사장을 비롯한 아베 정권과 자민당의 실세 중에서 정해질 일로 본다. 끝까지 자신의 안위만을 중심으로 후계자를 지명하고 후사를 도모하는 걸 보면 참 아베 총리답다. 

 

오전에 읽은 기사에 아베 총리 출신지인 야마구치현에서 아베 총리의 최장기 재임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22de8a2ddd05d313c9e9a986b93470a4b16129b1). 지역출신으로 자랑스럽다는 취지이다. 야마구치현청 공무원의 총의와 지역주민의 뜻을 반영한 것으로 지자체에서 걸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본 헌정사상 최장기 집권 총리이면서 최악의 총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아베 총리다. 일본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인물이다. 사요나라! 오늘 기쁜 사람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