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사회/아베정권

총재선, 혐한과 혐중

NHK에 의하면 8월 31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100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20,817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63명으로 사망률 1.74%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429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가 69,228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311명으로 사망률 1.89%이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248명으로 내역을 보면 지역감염이 238명, 해외유입이 10명이다. 확진자 누계가 19,947명이 되었고 사망자 누계는 324명으로 사망률 1.63%이다. 오늘 일본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가 12명 발생했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2도, 최저기온이 22도로 더위가 누그러진 느낌이다. 저녁에 비도 좀 크게 와서 반가웠다. 올여름 장마가 너무 길어서 한 달 이상 비가 왔는데 8월에 장마가 그치고 계속 비가 오지 않았던 것 같다. 요새도 매일 저녁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였지만 거의 비가 오지 않아서 더웠다. 비가 오면 아무래도 지면이 좀 식으니까, 비가 오는 것이 반갑다. 오늘로 2020년 8월도 끝나는 마지막 날이다.

 

일본의 중요한 뉴스는 자민당 총재선에 관한 것이다. 저녁에 올라온 뉴스를 보면 최종적으로 스가가 거의 결정된 걸로 보인다(https://news.yahoo.co.jp/pickup/6369813). 오늘 아소파에서 지지한다고 했고,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서 지지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지명했던 기시다와 정적이었던 이시바는 내일 출마를 표명한다. 고노는 출마를 하지 않기로 했다. 고노는 아소파에 속해 있어서 이번에는 아소파가 스가를 지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시다가 오늘 아베 총리가 속한 최대 파벌 호소다파의 지지를 부탁하러 갔지만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가 저녁에 스가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움직임을 보면 스가를 다음 총재로 정해놓고 그에 맞게 퍼즐을 맞춰가는 식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일은 기시다가 오늘 지방 당원을 배제하는 총재선이 아니라 지방 당원을 포함해야 된다고 했다. 이시바가 주장하던 방식이다. 자민당 젊은 국회의원들도 지방 당원을 배제하면 안 된다는 서명을 100명 이상 모았다고 한다. 변수가 있다면 지방 당원이 참가를 하는 통상적인 총재선이 되느냐에 달렸다. 지방 당원을 포함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만약 지방 당원을 합한 총재선에서 스가가 뽑힌다면 자민당 전국적인 지지가 되기 때문에 지지기반이 단단해진다. 이번 이시바가 지면 이시바에게 다음 기회가 있을까? 1년 후가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스가의 경우는 1년짜리 구원투수로 끝날지 아니면 다른 기회가 있을지는 현재 모른다. 이번 출마를 단념한 고노와 고이즈미는 스가 체재에서 경력을 더 쌓고 내년이나 다른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자민당에서도 이번 총재선을 아베 노선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노선 변경을 해야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현재는 아베 노선을 계속하는 쪽이다. 이시바도 아베가 주장했던 개헌이나 방위를 강화하는 면에서는 공통된 인식이다. 크게 보면 아베 노선이다. 하지만 당내에서 아베 정권을 비판해왔기 때문에 아베 정권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서 반 아베가 되어 버렸다. 아베 정권을 성공한 정권으로 보는지 아니면 실패한 정권으로 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아베 정권은 실패한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분위기가 강하다. 아베 총리를 우상화하고 있다. 그래서 현실적인 상황을 지적하는 이시바가 싫은 점도 있다. 아베 노선에서 이시바가 명확히 다른 점은 야스쿠니에 A급 전범을 합사하지 않겠다는 것과 혐한과 혐중을 계승하지 않는 걸로 본다. 일본의 건전한 극우, 보수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아베 정권은 아주 괴이한 정치를 했기 때문에 그로 인해 엄청난 부채가 유산으로 남았다. 그중 하나가 혐한과 혐중이다. 여기서는 혐한을 중심으로 보기로 하자. 요새, 이제와서 아베 총리가 원래 혐한이 아니었다는 기사가 뜬다. 아까 읽은 기사도 원래 혐한이 아니었는데, 박근혜의 결례로 혐한으로 돌아섰다는 기사를 읽었다(https://news.yahoo.co.jp/articles/1e080207356ba556f369341dbc02953a7012e6c6). 나는 다르다고 본다. 그는 뿌리깊은 혐한이었다. 2001년에 아직 젊은 정치가였을 때, NHK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프로그램에 압력을 가한 것부터 시작해서 고이즈미 정권에서 평양을 방문한 이후 북한에 대한 공격으로 인해 북한과 일본 관계가 끊기고 말았다. 이런 강경한 자세는 일본에서 얼마나 뜨거운 지지를 받았는지 모른다. 그런 자세가 그에게 정치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그걸 발판 삼아 총리가 된 인물이다. 혐한은 단지 한국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한국과 북한을 통틀어 모든 것에 관한 혐오다. 한국에 대해서 작년 7월부터 수출규제라는 명목으로 경제적인 공격을 가했다. 당시 그에 대한 퍼블릭 코멘트를 모집했더니 99%가 찬성했다. 반대는 1%였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아베 정권만이 아니라, 일본 전체에서 한국을 공격해서 망하게 하고 싶다는 욕망이라는 걸 말이다. 그런 복선이 있기에 지금까지 해온 행태에 대해 원래 혐한이 아니었는데 한국이 잘못해서 혐한으로 돌아서게 했다는 기사는 참 일본답고, 아베 정권답다. 사람을 죽이고 나서 원래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죽고 말았다. 그니까, 죽은 게 잘못이지 죽인 내가 나쁜게 아니다. 뭐 이런 논리다. 혐한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 나쁘지 않다. 착한 일본을 한국이 건드려서 화가 나고 귀찮게 하니까, 두둘겨 팰 뿐이라는 자세다. 사실은 그와 정반대가 아닐까?

 

예를 들어 어제 아침에 야후를 보고 있었다. 시간을 봤더니 9:47분이었다. 국제 뉴스에 조회수가 많은 뉴스 랭킹 5위에 한국(혐한) 뉴스가 3개나 들어 있었다. 메모한 걸 보자.

1. 뉴질랜드 대사관 성희롱 사건을 한국이 무시하고 싶은 이유

2.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를 계속해도 한자와 나오키라는 복수극은 대유행

3. 호주에서 웜뱃을 반려동물로 키운다

4. 일본 헤이트로 흥분한 한국 최대 자동차 커뮤니티 게시판에 일그러진 애국심이 횡행

5. 너무나 복잡한 미중 대립 아베 사퇴로 대혼란...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혐한 뉴스를 빼놓고 살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깊숙이 자극적인 맛을 들이고 말았다. 나는 매일 한국 뉴스를 보고 있지만 일본에서 요새 인기가 있다는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가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이런 혐한은 일본을 절대적 우위에 놓고 우월감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절대적 하위에 있다고 보는 한국을 자신들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다. 한국 언론을 보면 일본 언론 기사를 그대로 번역해서 올리거나, 일본을 추앙하는 기사를 올리는 걸 종종 볼 수가 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통해서 민심을 보면 기자와 달리 일본에 대한 환상을 그다지 볼 수가 없다. 일본에서는 아주 노골적인 혐한 댓글이 대부분이다. 이런 댓글은 극우, 넷우익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는 상식적이라고 보면 된다. 혐한 기사 외에 정상적인 기사를 보기가 어렵다. 

 

아베 정권은 극우와 넷우익이 중요한 지지세력이었다. 초기에는 극우와 넷우익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아베 정권에서 여론이 극우와 넷우익 중심이 되어서 그들이 주류가 되었기 때문에 장기집권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이 극우와 넷우익과 같은 인식을 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끊임없이 혐한 기사를 제공하는 일본 언론과 조중동과 같은 한국 언론의 콜라보가 이룬 성과인지도 모른다. 아베 정권은 언론을 장악해서 정권에 유리하게 통제했다. 넷우익과 극우는 정권과 언론의 상호작용에 힘입어 무럭무럭 자라서 일본 사회의 주류가 되어서 일본 사회를 장악했다. 아베 정권에서 지지율이 내려가면 혐한으로 지지율을 수직상승시키는 마법을 부렸다. 한국 때리기는 지지율을 유지시키고 높이는 요술방망이다. 그런 보물을 일본에서 처분하려야 할 수가 없다. 일본에서 혐한과 혐중은 다른 말로 '애국'이라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애국'심이 매우 강하다. 일본의 '애국'심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적대시'하는 한국과 중국은 꼭 필요하다. 혐한과 혐중은 일본 사회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서 그들의 영혼이 된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일본에서 혐한과 혐중이 없으면 살아가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혐한과 혐중을 하면서 한국과 중국에서 관광객이 오거나 일본 제품을 사길 바라면 안된다. 그건 아니다. 혐한과 혐중에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무조건 일본과 일본인을 추앙해야 한다는 옵션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아무리 혐한과 혐중을 하면서 짓밟아도 한국과 중국에서는 일본과 일본인을 사랑하고 관광 와서 많은 소비로 일본 경제에 공헌을 해야 한다. 혐한과 혐중은 이렇게 모순된 걸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굴절된 욕구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가 사퇴하는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질문이 많이 나왔다. 정치적인 실책으로 인해 일본이 큰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는데, 거기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혐한 정권의 총리 입에서 나올 수가 없다. 코로나 19에 대해 일부러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금도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지지자와 국민에게 좌표를 찍어 주는 것이다. 코로나 19에 대한 책임이 중국에 있으니까, 중국을 원망하라는 식의 혐오선동이다. 마지막까지 대단하다. 그는 전력을 다해 혐한과 혐중을 선동했다. 거기에 자신들의 무대책과 실책은 쏙 빠지고 책임이 없게 된다. 어쨌든 일본은 나쁘지 않다.

 

요새 일본에서는 다시 일본의 코로나 19 대책은 나쁘지 않다. 아니, 훌륭하게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업적으로 둔갑하고 있다. 이전처럼 대놓고 크게 하기는 눈치가 보여서 은근 슬쩍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 뭘 했는지는 잘 알고 있는데 눈앞에서 감쪽 같이 둔갑하는 걸 보고 있다. 요새 코로나 19에 대한 흐름을 보고 있으면 현재도 잘하고 있으니까, 특별한 대책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 가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무대책인 것 같은데 훌륭한 대책이 되어 있다. 아베 정권이 이룩한 유산은 앞으로도 계승되어 갈 것이다. 혐한과 혐중이 없으면 죽고 못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