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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주술적인 아베 정권

NHK에 따르면 9월 4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136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21,475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69명으로 사망률 1.71%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밤 8시 반 현재, 587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가 71,705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365명으로 사망률 1.90이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198명으로 내역을 보면 지역감염이 189명, 해외유입이 9명이다. 확진자 누계는 20,842명이 되었고 사망자 누계가 331명으로 사망률 1.59%이다. 

 

오늘 다시 NHK는 일본 전국 상황을 알기가 어렵게 기사가 숨어 있어서 여러 방법을 구사해서 찾아냈다. 구글 검색에는 아예 뜨지가 않는다. 왜 이렇게 갈팡질팡하는지 모르겠다. 동경도는 가장 먼저 나와서 아주 알기가 쉽다. 봄학기에 보면 학생들이 동경도의 신규 확진자를 마치 일본 전체의 확진자로 알고 있는 사례가 많았다. 동경도가 많기는 하지만 동경도와 일본 전체는 엄연히 다르다. 동경도를 강조해서 보도하기 때문에 동경도가 일본을 대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를 보면 어제 1,347명에서 오늘 1,365명으로 불었다. 사망자가 하루 사이에 18명이나 발생했다. 이번 주말 뉴스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태풍 10호에 대한 것으로 아주 강력하고 큰 태풍이 오고 있다.

 

아침에 읽은 뉴스에서 깜짝 놀란 내용이 있다. [아베 정권을 평가한다가 71% 아사히신문 여론조사]라는 제목의 기사다(news.yahoo.co.jp/articles/4c12a04e6e8a3149f0b39daed1cb7d954357ebe8). 내용을 보면 아사히신문이 2-3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2차 아베 정권의 7년 8개월의 실적평가를 물었더니 '아주 평가한다' 17%, '어느 정도 평가한다' 54%를 합치면 71%가 '평가한다'라고 응답했다. '평가하지 않는다'는 '그다지 평가하지 않는다' 19%, '전혀 평가하지 않는다' 9%를 합치면 28%이다. 제1차 정권에서 사퇴를 표명한 직후 2007년 9월 조사에서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당시는 '평가한다' 37%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60%로 '평가하지 않는다'가 많았다. 아베 총리의 정책 중에서 평가하는 정책은 '외교/안전보장'이 30%로 가장 많았다. '경제' 24%, '사회보장' 14%, '헌법 개정'은 5%였다. 한편, '평가할 정책은 없다' 22%였다. 아베 정권에 대해 71%나 '평가한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평가한다'는 의미를 다른 항목과 같이 나중에 보기로 하자. 

 

또 다른 기사를 소개하면 [레이와 시대에 되살아나는 자민당 '밀실정치' 총재선에도 파벌의 논리]라는 제목이다. 21세기에 구태의연한 일본 정치의 현실을 지적하는 기사다(news.yahoo.co.jp/pickup/6370167). 

 

아베 총리의 사퇴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81.7%가 '사퇴 판단이 타당하다'이다. 82%나 아베 총리가 사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는 것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평가를 1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겼다. 참가자가 아까 봤을 때, 483,234명이었다. 가장 많은 것은 평가가 가장 낮은 1점이 35.1%로 압도적이다. 다음은 가장 높은 10점이 17.8%와 8점이 15.5%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평가도 극단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같은 정권을 두고 이렇게 분열하기도 어렵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에 나오는 총재 후보에게 듣고 싶은 테마를 보자.

'정치 신뢰 회복' 24.5%, '외교/안전보장' 22.1%, '경기대책' 15.8%, 코로나 대책 8.8%, 헌법 개정 8.1%, 코로나 경제 보상 4.7%, 연금 등 사회보장 4.3%, 재정/금융/세제 4.1%의 순이다. 여기에서 보면 아베 정권의 정치가 신뢰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보인다. 외교와 안전보장은 아베 정권에서 잘하고 있다고 선전했고 평가가 높은 분야이다. 경기대책이 세 번째로 온다. 내가 보기에는 경기대책과 네 번째 코로나 대책이 처음에 와야 할 사항이다. 아베 정권의 정치를 신뢰할 수 없는데 어떻게 외교와 안정보장에 대한 걸 믿을 수 있을까? 논리적인 모순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여기에는 네티즌 투표라는 성격이 나온다.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30%대였는데, 중도 사퇴를 하자마자 지지율이 하루사이에 20%나 올랐다. 벼락이라도 맞지 않는 이상 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거기에 사퇴 판단도 옳았다는 것이 82%나 된다. 아베 정권의 정치를 신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베 정권을 '평가한다'가 71%나 된다. 아베 정권에 대한 평가는 우선 장기집권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장기집권으로 사람들이 익숙한 것과 다른 정권을 생각할 수 없다는 점도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을 보면 아베 총리 외에 다른 사람이 총리가 된다는 걸 상상하지 못한다. 학생들이 중 고등학교 다니면서 쭉 같은 사람이 총리였기에 아베 총리가 뛰어난 정치적 지도력이 있는지 없는지 비교할 대상이 없다. 좋고 싫은 것이 아닌 운명처럼 아베 총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한편 일본의 현재나 미래에 희망을 가지기 힘들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아베 정권의 주술에 걸린 것처럼 다른 걸 상상할 수도 없게 되고 말았다. 옛날 한국에서 박정희 시대에 성장한 사람들이 똑같았을 걸로 본다.

 

일본에서는 장기집권이 아니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총리가 자주 바뀐다. 2000년대에 들어서 고이즈미 총리가 인기 있었고 5년 5개월이라는 장기집권이었다. 알기 쉬운 감정적인 언변에 특색 있는 외모 등 탤런트처럼 인기가 있는 총리였다. 하지만 정치적인 성과에서 보면 처음에 버블시대의 불량채권을 처리한 점이 있지만 신자유주의 경제를 도입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우체국의 민영화 등 일본에 나쁜 영향을 많이 남겼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인기가 있었던 인상을 기억하지 정치적인 성과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도 인기가 있는 정치가이고 그의 아들에게는 그의 인기가 가장 큰 자산이 되고 있다. 그도 극우 정치가였다. 고이즈미의 영향을 받은 아베는 고이즈미를 몇 배나 뛰어넘는 나쁜 정치를 해서 일본 사회에 끼친 악영향은 대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에서 맛본 쾌감을 잊기가 힘들 것이다. 경제가 나빠지고 생활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맛본 쾌감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일본을 다시 찾아온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변 국가와 각종 분쟁을 야기시키면서 '애국심'을 고양시킨 점이다. '외교의 아베'라고 했지만 외교적인 성과가 무엇인지 모를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등을 들 수가 있다. 그러면서 주변 국가와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일본에서는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하는 한편 주변 국가 북한과 한국, 중국에 대해 강경하게 '혐한과 혐중'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우월감을 맛보게 했다. 아베 총리를 절대로 미워할 수가 없다. 특별한 우월감을 맛보게 해 준 위대한 정치가이다. 

 

아베 총리가 지향했던 것처럼 극단적으로 '애국심'의 고양을 위해서라면 주변국가와의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는데, 그런 긴장감은 자신들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는 기분을 누릴 수 있게 했다. 국내의 문제를 좋은 방향으로 전환시키기보다 주변 국가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걸로 지지율을 유지했던 아베 정권에서는 위에 쓴 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지율이 몇십% 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롤러코스터였다. 이런 경향은 고이즈미 시대에 '극장형 정치'라는 말로 대변하듯 포퓰리즘을 지향했다. 그는 일본 기존 정치의 틀을 깨서 직접 국민에게 다가가 국민의 지지로 장기집권을 할 수가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언론을 활용해서 선동하는 정치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조했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과오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제자 아베는 고이즈미가 온화했던 정치가로 기억될 만큼 몇 배나 능가해서 언론을 장악하고 관료조직의 힘을 빼서 관저 정치라는 일강 체제를 구축했다. 관저에서 관료의 인사권을 쥐고 흔들기 때문에 관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장기집권으로 완전히 흐름을 바꿔놓고 말았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망하게 만들었다. 주변 국가,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적대시해서 대립한 결과, 일본의 손해로 돌아왔다는 걸 사람들이 모른다. 한국과 경제전쟁에서 졌다는 걸 모르고 있다.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과 중도 사퇴라는 거대한 '정치적인 퍼포먼스'로 주술에 걸려서 일본에서 코로나 19는 중요한 일이 아닌 모양새가 되었다. 이제는 '총재선'으로 언론을 도배해서 사람들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약발이 약해서 듣지도 않는데, 정말로 완벽하게 주술이라도 걸렸으면 좋겠다. 

 

포스트 아베에서 아베 정권을 계승한다는 것은 아베 정권의 높아진 지지율과 평가에 편승하고 있다. 실패한 정권을 계승한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나갈 방향성이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베 없는 아베 정권 시즌 2에서는 아베 정권보다 더 강력한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해서 주변 국가와의 마찰은 필수요건이다. '혐한과 혐중'으로 맛 들여서 중독이 되고 만 '매운맛'을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다. 그야말로 죽어도 좋을 정도로 심각한 중독상태이다. 앞으로도 계속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자극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 동경에서는 하루하루를 '오늘도 무사히'라는 심정으로 살게 된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