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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태풍에도 혐한

NHK에 따르면 9월 7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77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21,849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72명으로 사망률 1.70%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밤 8시 반 현재 293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가 73,033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393명으로 사망률 1.90%이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119명으로 내역을 보면 지역감염이 108명, 해외유입이 11명이다. 확진자 누계가 21,296명이 되었고 사망자 누계는 336명으로 사망률 1.58%이다. 

 

일본 통계에 어제는 오키나와를 비롯한 몇 지역이 없었다. 오키나와는 확진자가 많은 지역이라서 신규 확진자가 갑자기 없는 것은 이상해서 어제 태풍으로 코로나 통계를 올릴 상황이 아니라고 봤다. 오늘 통계에도 후쿠오카가 빠진 걸로 보면 후쿠오카도 확진자가 꾸준히 많이 나오고 있는 지역이라서 신규 확진자가 없다기보다 태풍이 지난 다음이라서 코로나 통계를 올릴 정신이 없는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오늘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7월 13일(월) 신규 확진자 261명에 가까운 수치이다. 원래 주말에 조사가 적어서 월요일에는 적게 나오지만 오늘 수치는 태풍과도 관계가 있을 걸로 보인다. 

 

어젯밤 규슈를 할퀴고 지난 태풍 하이선에 대해서 일본은 사전에 언론을 통해서 며칠 전부터 태풍 정보를 전하면서 5일과 6일에는 피난하라는 지시와 권고가 내렸다. 이번에는 사전에 일찍부터 대비해서 행동하도록 태풍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런 덕택에 일본의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적을 걸로 보인다. 규슈에서 이번 태풍으로 중경상을 입은 사람이 108명이라고 한다. 실종과 사망자도 발생했다. 48만 가구가 정전이 되었다. 피난소에 피난을 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해서 피난소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가 평소보다 적어질 수밖에 었다. 그래서 정원이 차서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한 피난소가 514 군데였다고 한다. 피난소 두 군데에서 거절을 당한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news.yahoo.co.jp/articles/6386444806bc389c54fbcf482b454f0defcdbf6a). 이번 태풍은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 광범위하고 피난하는 사람도 많아서 이런 혼선이 빚어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아직 태풍 피해의 전모는 파악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다. 

 

이번 피난에는 지역 내 호텔이나 태풍 영향권을 벗어난 지역까지 이동해서 호텔에 피난한 케이스가 많았다. 그런 행동을 가능하게 했던 요인으로 일본 정부가 밀고 있는 Go To캠페인을 활용한 것이라고 한다(news.yahoo.co.jp/articles/c549ebbdf512dc310de61ac9a988c6f8c4e94b3b). 호텔을 이용하는 것은 꼭 관광만이 아니라, 이런 비상시에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비용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서 정부의 캠페인을 이용해서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면 다행이다. 

 

오늘 오전에 일본 태풍 경과 뉴스와 한국에서는 태풍이 어떻게 되었는지 봤더니, 평소에도 그렇지만 이번 태풍이 한국에 상륙했다고 한국 기상청 예보가 틀렸다는 기사에 댓글이 5,000개 이상 달렸다(news.yahoo.co.jp/articles/8e931c85b886b79de25ede37ce1677d6b9a16620). 7일 10:30에 올라온 기사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에 관한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다 '혐한'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나는 규슈에서 태풍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더니 일본에서는 한국 기상청을 조롱하고 한국에 태풍이 상륙한 것에 대해 이렇게 정열적으로 댓글을 단 것을 보고 새삼스럽게 일본에서 '혐한'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좋아요'가 많이 달린 순으로 댓글을 몇 개 소개한다. '좋아요'가 아주 많이 달린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상륙을 확인한다니...... 인명이 걸린 자연재해 예측에 관해서도 우선 체면이 앞에 나오는구나. 정말로, 불쌍한 사람들이다" 좋아요 66,410, 싫어요 3,250

"한국 기상청은 국내 피해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한 예보보다, 타국 예보와 어느 쪽이 맞는지 경쟁이 필요한 모양이다" 좋아요 55,594, 싫어요 2,801

"확인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서 피난 지시를 하는 게 먼저가 아닌가? 자존심 때문에 상세한 정보 발신을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으면 이건 인재다" 좋아요 41,265, 싫어요 1,991

 

한국 정부에서는 일본보다 먼저 피난을 권고했다. 일본은 태풍이 한국보다 훨씬 먼저 도착하는데 피난 권고나 지시를 한 것은 한국보다 늦었다. 그런 사실관계를 자신들이 모른다는 걸 모른다. 한국 기상청 예보가 맞지 않았는지 몰라도 체면이 어쩌고 하는 레벨을 아닌 것 같은 데 일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또 다른 기사가 있다. 9월 6일 자 기사로 [한국 기상청 태풍 경로 예측 실패=문 대통령 필요하면 "출근시간 조정"]이다(news.yahoo.co.jp/articles/e47a27ee329aa814a6726ae2ad8543c1c642abf8). 이 기사에는 어제 기사인데도 댓글이 820개 밖에 달리지 않았다. 물론, '혐한' 일색이다. 나는 이 기사를 다음에서 보지 못했다. 이 기사를 보고 대통령이 참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느껴져서 고마웠다. 한국 언론에는 이런 기사가 왜 잘 보도되지 않는 걸까? 일본 사람 중에도 아는 사람은 읽고 한국 대통령이 국민의 생활을 배려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기사가 전하는 의도는 그게 아니라도 말이다. 이번 경험으로 앞으로는 이 정도 자연재해면 아예, 출근하지 말고 대피하는 게 좋겠다. 

 

나도 오래 '혐한'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입장에서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런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일본에서 이렇게 '혐한'을 하는 것에 열을 올리는 걸 보면 머리가 쭈뼛서고 소름이 끼친다. 내가 일본을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국에서도 태풍이 일본으로 가길 바라는 댓글이 있다. 한국은 일본을 대변하는 것 같은 기사에 대해 홧김에 하는 소리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 적극적으로 한국을 비난하고 일본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도 있다. 기본적으로 댓글이 일본에 관한 기사에 그렇게 많이 달리지도 않고 반응도 하지 않는다. 일본은 다르다. 자국 기사보다 한국에 관한 기사에 '혐한' 댓글이 훨씬 더 많이 달린다. 자국의 문제보다 한국 상황에 대해 '혐한' 댓글에 아주 뜨거운 열정을 보이고 끈질기다. 한국을 조롱하고 저주하는 댓글도 아주 구체적으로 다양하다. 그에 대해 각자가 생각하지 않으면 그런 구체적이고 다양한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일본의 '혐한'을 말하면 한국의 '반일'이라고 할지 몰라도 비교하면 일본의 '혐한' 댓글에 대해 한국의 '반일' 댓글은 새발의 피 정도가 된다. 일본에서 '혐한'에 대한 열정은 자체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어서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아베 정권과 일본 정부에서 '혐한'이 마치 '애국'인 것처럼 유도해 왔으니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자민당 총재선에서 스가 관방장관이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베 정권을 계승한다는 것은 '혐한'을 계승한다는 의미다. 일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혐한'이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여러모로 폭망한 정권이지만 '혐한과 혐중'을 중심으로 보면 가장 성공한 정권이다. 일본에서 잠재적이었던 감정을 끌어내서 '우월감'으로 발전시키고 밖으로 표출시킬 수 있게 유도한 정권이었다. 이지메 원조국에서 이웃나라에 대한 이지메를 국가적으로 발전시킨 이지메 문화의 황금기라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혐한과 혐중'을 '국가 방위'와 '애국'의 다른 말처럼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에 '혐한'을 해서 결국 자신들이 손해 봐도 '애국'이기에 목숨 걸고 해야 한다. '혐한'은 그들의 행복이기에 일본에서는 '혐한'이 목숨보다 소중할지도 모른다. '혐한'을 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미래가 어둡다는 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딴지 게시판에 '미국이나 일본으로 가고 싶어 하는 의대생이 많아진다'는 투고를 봤다(www.ddanzi.com/free/642297351). 요즘 내가 파악한 국시를 거부하고 공공의료 확대를 저지하려는 의대생들을 보면 일본에 아주 최적화된 느낌이 든다. 일본에도 의사가 부족하다. 아마 의대생도 일본을 아주 좋아할 성향으로 보인다. 한국 세금으로 공부시켜서 일본으로 보내는 것은 좀 아깝기는 하지만 장래가 유망한 젊은이가 자기 살고 싶은데 살면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좋다. 한국 의대생들에게 '웰컴 투 혐한의 나라 일본'이다. 의대생들이 대한민국과 문재인 정권을 망하게 하고 싶은 욕망이 큰 걸 보면 '혐한'이다. '혐한'이면 일본에서도 환영할 것으로 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한국의 '친일파'(일베 포함)는 일본에 와서 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일본이 초고령화에 인구도 줄고 있는데,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오면 한국인이라도 반길지도 모른다. 일본 의사들 보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한국 의대생이 더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