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30 북한 미사일과 재일동포
오늘도 동경은 최고기온이 33도로 무더위로 절절 끓고 있다. 어제 일기예보로는 오늘 최고기온이 30도라고 해서 집에서 일해도 덥지 않을 줄 알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하고 닭고기와 감자, 버섯에 토마토 통조림을 넣고 졸인 반찬을 만들어서 양배추에 쌈을 싸서 먹었다. 아침에 밥과 반찬을 하느라고 집이 좀 더워젔지만 이렇게 더울 줄 몰랐다. 아무래도 일기예보에 나온 최고기온과 달리 훨씬 더 덥게 느껴져서 수시로 일기예보를 체크했더니, 역시 33도였다. 그러면 그렇지 내 예감이 맞았다. 나중에 비가 온다는데 소나기라도 내려서 더위를 식혀줬으면 좋겠다.
어제도 더운 날이라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간 것은 날씨가 더워서 집에서 일을 못하는 것도 있지만 화요일에는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오는 날이라 그 친구도 만날 겸해서 간 것이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 대부분의 직원들과 잘 알고 지낸다. 이번 주는 밤늦게까지 원고를 교정하는 일을 해서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일본 뉴스는 도서관에 가서 신문을 읽거나, 중요한 뉴스가 있으면 인터넷으로 찾아서 읽는 편이다. 그래서 어제 북한이 일본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해서 일본이 난리가 났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내가 일부러 만날 겸해서 간 친한 사람도 인사를 안 한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다른 직원에게 인사해도 마지못해 인사하면서 떨떠름한 표정이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지? 분위기가 이상하네. 왠지 나를 아는 직원들이 나에게 등을 돌리고 거리를 두는 느낌이었다. 기분 탓인가? 왜 이렇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들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 어제도 날씨가 푹푹 쪘지만 책을 읽고 마트에 들리려고 일찍 도서관을 나왔다. 결국 친한 사람도 열흘만에 봤는데 인사도 없이 집에 가고 난 후다. 뭐지? 이 느낌은? 북한에서 일본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예고 없이 쏴서 일본이 난리가 난 걸 한국의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알았다.
일본 아베 정권에서는 이때가 기회다 싶을 정도로 피난을 권고하고 전철 운행을 중지하는 등 별의별 수선을 다 떨었다. 미사일을 봤다는 유언비어까지 난무하는 모양이다. 신문 호외가 나고 온 매스컴을 다 동원해서 생중계를 하고 일본 열도가 들썩 거린 모양이다. 국민에게 전쟁의 공포감을 팍팍 조성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베 정권은 북한 미사일을 이용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한반도에 전쟁이 난다는 걸 가상해서 자국민을 구출하는 시뮬레이션을 했다. 경주에 지진이 나면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다고 방사능을 검사하라고도 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방사능을 유출하고 있는 것은 아무런 죄악감도 없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하는 걸 보면 한반도에 전쟁이 나길 바라고 한국에 지진이 나서 원전사고라도 나면 정말로 큰 일 나겠다 싶다.
2000년대에 들어와 일본에서는 편파적인 방송으로 북한을 공격해 왔다. 일본 입장에서는 아주 공정한 보도라고 하겠지만 너무나 편파적인 걸 지나서 모욕적인 방송을 일삼았다. 나는 북한의 지도자를 비판하거나 비난을 지나 모욕을 주는 방송을 하는 걸 보고 북한을 지지하는 재일동포가 '테러'라도 일으킬까 봐 조마조마하고 있었다. 거기에 헤이트 스피치는 어떤가? 일본 정부에서 먼저 북한을 '가상적국'으로 해서 국내의 불만을 해소하는 용도로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결국, 북한이 일본을 공격할 의도는 없는데 일본에서 일방적으로 북한을 '적국'으로 격상시켰다. 특히 아베 정권이 지향하는 걸 북한에서 지원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요새는 개각을 했지만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아베 정권에 힘내라고 북한이 영양제를 주입했다.
북한은 북한의 계획이 있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겠지. 주변국을 비롯해서 세계적으로 북한을 향한 제재로 똘똘 뭉쳐가고 있지만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옆에서 북한 편을 들고 있어서 전면적인 제재도 어렵다. 일본에서 그동안 경제제재를 해왔다. 한국에서도 경제제재를 하지 않았나? 다른 나라에서 제재를 하면 할수록 북한에서는 더욱 강경하게 나올 것이다. 만약에 북한을 공격한다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한국과 미국, 일본이 가세해서 세계 제3차 대전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북한에서는 자신들을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겠지. 전혀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그들의 논리일 것이다.
일본에서 뉴스를 보면 북한만 나쁜 것으로 보도가 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일본도 대단하다. 아무리 자신들이 군사대국이 될 이유로 삼고 싶겠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것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일본은 그야말로 '대박'인 것이다.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많이 닮았다. 한국이 문재인 대통령이라 참 다행이다. 냉정하고 현명하게 상황을 봐야 한다. 지금까지 제재를 해서 역효과를 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 전쟁이 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을 위해서다.
한편으로 북한에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다는 것은 일본에 사는 북한을 지지하는 조총련을 비롯한 한국인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에서 북한에 경제적인 제재를 한다는 명목으로 북한과 왕래가 끊긴 지 오래다. 북한과의 대외적인 관계는 둘째치고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를 비롯한 한국인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말도 못 한다. 왜 일본에 사는 우리가 항상 정치적인 보복을 당해야 하는 걸까?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재일동포 어린아이들이 일부 일본 사람들에게 공격의 타깃이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북한이나 한국과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일이 있으면 민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공격하는 것이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래서 치마저고리를 입고 다니던 것도 그만뒀다. 근래는 민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공격했다는 뉴스가 없어서 단순하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줄 알았다. 일본이 어떤 곳인가? 재특회가 떼거지로 몰려가서 민족학교 어린이를 공격하지 않았나. 지난주에 신숙옥 씨가 쓴 책을 읽었더니 개인적으로 구조요청을 받은 것만 100건이 넘었다. 학교에서 난 사건을 보도하면 그 걸 모방하는 범죄가 두려워 매스컴에 보도되는 걸 꺼린다고 한다. 일종의 보도규제가 있는 것이다. 그랬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의도치 않게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를 겨냥하는 것이 되고 어린아이들을 겨누는 것이 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보호받아야 할 어린아이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어제 내가 친한 사람이 인사도 안 한 이유를 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과 가깝게 지냈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나도 적당히 거리를 유지해 주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하는 것이 된다. 북한 미사일이 내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한 미사일 발사의 후폭풍이 두렵다.
사진은 미사일 발사와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귀여운 걸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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