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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항암제를 바꾸기로 했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25도 습도가 92%로 비가 오다가 그치다가를 반복하는 장마철 날씨다. 점심을 먹고 마트에 살 것이 있어서 나가려고 했는데 비가 크게 와서 포기하고 말았다. 정작 장마철에는 비가 오지 않아 마른장마였는데 장마철이 지나고 나서야 장마철처럼 기온이 내려가고 매일 같이 비가 온다고 한다. 일기예보를 보면 이번 주도 월요일에 폭염이었던 걸 제외하면 맑은 날이 별로 없고 다음 주까지 맑은 날은 하루뿐이고 주말은 매일 비가 오고 다음에도 이틀에 하루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다. 최고기온이 며칠 사이에 10도나 차이가 나니 몸이 적응하기 힘들어서 피로감을 느낀다. 장마철이 지나서 장마처럼 비가 오고 기온이 내려가는 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농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아도 비싼 물가에 야채가 더 비싸지지 않을까 생각하면 마냥 기쁘다고 할 수도 없다. 

 

요새 날씨를 보면 더위는 그다지 큰 차이가 나기 어렵다. 하지만, 게릴라 폭우라는 비는 핀포인트로 엄청난 강우량을 자랑하는 모양이다. 수요일에도 약속이 있어서 시내에 나갔다. 시내에 나가서 전철을 갈아타면서 내가 강의를 다니던 대학에 가는 역이 전날 게릴라 폭우 영향으로 전철이 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만약, 강의를 가는 날이었다면 어떻게 대학에 가야 할지 모른다. 여기까지 쓰고 대학에서는 어떤 대응을 했는지 알고 싶어서 대학 홈페이지에 갔는데 아무런 공지가 없다. 그렇다면 전철이 가는 다른 역에서 스쿨버스를 타는 식으로 대학에 가야 한다. 이런 자연재해가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공지가 없는 걸 보면 다른 의미에서 "참 평화롭다"는 인상을 받는다. 다른 말로 하면 폭우로 인해 전철이 가지 않을 정도의  자연재해는 공지할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도 볼 수 있다. 학생들은 결석하면 되지만 선생들은 당일 결강하기는 어렵기에 돌고 돌아서 가던지 돌고 돌다가 결국 강의 시간에 맞게 학교에 도착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난다. 허긴 얼마 전에는 학교에  '폭파 예고'가 와서 임시 휴교를 한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자신들 사회가 "참 평화롭다"는 인식이다. 오히려 일본 사회가 너무 평화로워서 문제라는 식으로 쉽게 말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툭하면 자연재해가 빈발하고 사람이 죽어가는 폭염에 절전하라고 난리를 치는 정부, 심심치 않게 묻지 마 살인이 일어나고, 전 총리가 암살을 당하는 나라가 어떻게 너무 평화롭다는 인식이 되는지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매우 억지스러울 정도로 '평화'를 강조한다. 일본이 '평화'를 지향한다고, 일본 사회가 '평화롭다'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나는 오래 그런 현상을 보면서 일본이 '평화'를 지향한다는, 일본 사회가 '평화롭다'라고 자기 최면을 위해 암시를 거는 주문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혹시 심오한 '반어법'이 아닌가? 아니면 자신들 사회를 객관시하는 것에 집단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철을 타고 시내에 나가면 전철만 봐도 각종 사고로 많은 트러블이 일상적인 걸 알 수 있다. '평화롭다'와는 거리가 먼 일상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세계에서 자신들만 '평화롭다'고 주문을 외고 있다. 

 

 

나는 어제 항암치료를 받기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CT 촬영도 하기에 아침을 금식해야 해서 병원에 가는 채비를 하는 시간이 줄었다. 어제는 예정시간대로 준비해서 집을 나섰기에 병원에 도착한 것이 8시가 되기 전이었다. 대기 번호 3번이다. 8시가 넘으면 사람들이 많이 오기 시작한다. 항암치료를 받는 순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우선, 혈액검사를 한다고 피를 뽑는다. 혈액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1시간 걸리니까, 그동안 X-레이 촬영을 하고 외과에 가서 기다리다가 진료를 받고 항암치료실에 가서 시간이 짧은 링거를 몇 개 맞고 마지막에 휴대용 링거를 꽂은 채 정산을 하고 병원을 나와서 약국에 가서 약을 사서 집에 온다. 어제는 X-레이 촬영을 하고 난 다음에 CT촬영을 하기 위해 기다려야 했다. 지난번에는 두 개를 같이 했는데 어제 접수받는 사람은 깐깐하게 하나하나 외과에 확인한다면서 사람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다음에 CT촬영을 할 때는 예약시간을 일찍 앞당기는 것이 좋겠다. 어제는 예정했던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다. 

 

지난번에 지금 쓰고 있는 항암제가 듣지 않는다고 암이 커졌고 염증 수치도 올라갔다고 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항암제를 바꾸기로 했으면 좋았을지 모른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왜 그런지 의사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고 황당했다. 의사가 모른다면 누가 알겠나? 어제도 혈액검사 결과를 보지 않으면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CT촬영 결과 암이 더 커졌고 번지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항암제를 바꾸자고 했다. 그래서 어제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다음 주에 입원해서 다른 항암제를 써보기로 했다. 

 

어제는 CT촬영을 위해 아침을 먹지 않아서 병원에서 나올 때는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오고 싶었는데 피곤해서 조금 가파른 언덕을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집에 와서 소면을 삶고 임연수를 구워서 점심을 포식했다. 병원에서 혈액 검사하느라고 왼쪽 팔에서 피를 뽑았다. CT촬영을 하느라고 오른쪽 팔에 조영제를 주사했다. 마지막에는 다음에 쓰는 항암제 부작용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위한 혈액 채취를 하느라고 왼쪽 팔에서 피를 뽑았다. 양 쪽 팔에는 어제 주사를 한 흔적이 남아있다. 

 

점심을 포식해서 그런지 몰라도 몸이 너무 피곤해서 어제는 대낮부터 자기 시작해서 저녁까지 잤다. 저녁을 먹고도 멍하니 유튜브를 보다가 정말로 일찌감치 침대에 가서 자기 시작했다. 보통은 그런 시간에 잘 수가 없는데 어제는 정신없이 자다가 새벽에 손에 모기가 물려서 깼다. 모기향을 피우고 다시 자기 시작해서 아침 늦게까지 잤더니 몸이 좀 개운한 것 같다. 여기에는 병원에 다녀오면 무조건 피곤하다는 것도 있지만 날씨가 너무 들쑥날쑥해서 몸이 적응이 안 되는 것도 있다. 

 

창밖을 보면 비가 아주 많이 와서 마트에 가는 것도 포기하고 산책도 할 수가 없다. 이런 날씨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날씨가 심각하게 우중충해서 기분만이라도 밝게 지금은 퇴색해서 불쌍한 몰골이 된 수국이 화려하고 산뜻했던 사진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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