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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생각보다 땀을 많이 흘린다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31도로 흐리고 비가 오다가 그치는 날씨다. 여기까지 어제 썼다. 오늘 다시 날씨를 보면 최고기온 28도로 어제보다 선선한 모양이다. 주로 집에서 지내니까, 이 정도 차이는 인식하기가 어렵다. 나중에 밖에 나가거나 산책을 나가면 최고기온을 체감할 것이다. 기온이 내려가서 요즘은 매일 산책할 수 있어 정말로 좋다. 산책을 하면 적당한 운동과 기분전환도 할 수 있지만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어서 좋다.

 

실은, 어젯밤 늦게까지 집중해서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성과가 오르지 않는 엑셀에 입력된 명부를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더니 눈이 침침해서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젯밤에 한 작업을 확인하고 수정해서 마쳤다. 다른 명부도 기본적인 밑 작업을 끝냈다. 오늘은 어제와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을 해야 하는데 눈이 침침해서 화면이 잘 보이지 않고 머리도 맑지 않아 다른 작업에 손을 댈 수가 없다. 지금은 자투리로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글을 쓰고 있다. 이런 글을 쓰는 데는 눈이 침침해서 잘 보이지 않아도 머리가 맑지 않아도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실질적인 일은 산책을 마치고 와서 저녁을 먹고 집중해서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요새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게 손톱이 갈라진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손톱이 좀 갈라졌지만 열 손가락 전부 손톱 끝이 다 갈라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난생처음 이런 일을 당해보고 알게 되는 것은 손으로 하는 일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손가락, 손 끝으로 하는 일에서 손톱이 정말 중요하다. 특히, 손톱 끝이 갈라지면 많은 일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나처럼 매일 같이 컴퓨터로 문장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다른 일에도 손 끝, 손톱 끝이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았다. 손톱이 얇아져서 손으로 피부를 긁기라도 하면 자신의 손톱이 흉기가 되어 피부에 상처를 입힌다. 또 하나는 머리가 빠지는데 많이 빠지는 시기가 있고 덜 빠지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머리가 많이 빠지는 시기에는 자고 나면 베개에 머리털이 많이 박혀 있고 여기저기 머리카락이 떨어져서 매우 지저분해진다. 그래서 이틀 전날 밤에 머리를 다시 짧게 밀었다. 머리를 밀고 나면 주변을 청소해야 하기 때문에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기 전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보통은 머리를 짧게 밀고 앞머리는 다음날 정리하는데 이번에는 청소하기가 귀찮아서 한꺼번에 해치웠다. 머리를 짧게 밀면 머리가 덜 빠지는 느낌이 든다. 날씨가 더운데 머리를 자르면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런 한편, 머리를 잘라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머리가 있을 때보다 땀이 얼굴에 직접 더 잘 흐르게 된다. 기온이 내려간 다음에 머리를 밀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6월 하순부터 8일 연속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동안 아니 꼭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밖에 나가면 땀으로 손수건 한 장을 적신다. 여기서 손수건은 타월지로 된 것으로 사이즈가 크지는 않다. 어떤 때는 손수건이 젖다 못해 물이 흐를 정도가 되어 화장실에 가서 손수건을 헹궈서 꼭 짜서 쓰기도 한다. 땀으로 흥건히 젖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면 땀으로 땀을 닦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요전 날 우연히 평소에 땀을 얼마나 흘리는지 알게 되었다. 마트에 갈 때 땀에 젖은 손수건을 화장실에서 헹군 같은 손수건으로 검증 아닌 검증을 했다. 수건 가져가는 걸 잊고 머리를 감고 세수하고 목과 팔을 찬물로 씻었다. 수건이 가까운 곳에 없어서 마트에 갈 때 쓴 손수건이 마침 가까이에 있어서 그 손수건으로 머리와 얼굴, 팔 등의 물기를 훔쳤다. 그래서 정말로 깜짝 놀랐다. 머리를 감고 팔과 얼굴을 씻어 물기를 훔친 것이 마트에서 땀에 젖은 손수건보다 덜 젖었다. 작은 손수건 한 장이 그렇게 많은 수분을 흡수하는 것도 놀랍다. 우연히 검증 아닌 검증을 했지만 손수건에서 수분을 검출해서 잰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감각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안 것은 땀을 흘리는 양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흘리는 땀이 머리를 감은 것보다 많을 것이라고 상상이 가질 않았지만 손수건을 사용한 결과 머리를 감고 팔과 얼굴을 씻고 훔친 물기보다 땀을 더 많이 흘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름에는 수분 보충을 많이 하려고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는 머리를 짧게 밀어서 그나마 머리에서 흐르는 땀이 짧은 머리에나마 머물렀던 것조차 거침없이 얼굴로, 목으로 직접 흐르게 되었다. 집에서 카레를 먹기만 해도 땀이 나니 이제는 집에서도 손수건을 항상 지참하고 땀을 닦으면서 다녀야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땀을 흘리는 건 다르지만 에어컨을 켜고 지내면서 땀을 흘린다는 감각이 없어도 팔이나 다리가 산뜻한 상태가 아닌 걸 보면 땀을 흘리는 것 같다. 수분 보충을 의식해서 많이 해야겠다. 

 

오늘은 다른 걸 쓰려고 자료 준비를 했는데 쓰다 보니 글이 땀처럼 흐르게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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