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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35도라고 한다. 어제도 최고기온이 34도로 매우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내일부터는 비가 오고 최고기온이 2도 정도 내려갈 것 같다. 문제는 최고기온이 내려가도 최저기온이 25-6도로 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선선한 병원에서 누워 지내다가 갑자기 한여름 날씨인 세상에 나왔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도 최고기온 34-5도로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3시가 넘은 때였다. 병원에서 집까지 걸으면 20분이라서 천천히 걸어왔다. 어차피 한여름 날씨에도 적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봤더니 올해 그렇게 늦게까지 나지 않았던 포르치니 버섯이 나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버섯이 있는 곳은 숲이라서 지낼만하기에 좀 땄다. 병원에서 지낸 시간이 결코 나쁘지 않았지만 병원에서 나올 때는 아주 기쁘다. 아무도 모르게 퇴원하는 나에게 버섯이 나와서 선물을 주는 것 같았다. 사실은 그것도 잠깐이지만 기분이 좋다. 왜냐하면 버섯이 날 때는 한꺼번에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나기 때문에 처치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한 것 없이 자연이 주는 선물이 어딘가, 고마운 선물이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짐을 들고 버섯을 따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한 시간 정도 길에서 보낸 것 같다. 집에 왔더니 실내 기온 28도로 아주 더운 건 아니었지만 며칠 밀폐했던 공간이라 환기시키고 싶어도 너무 더워서 환기를 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작은 창문을 열고 조금씩 환기를 시키면서 급격한 온도 변화에 몸이 피곤해서 2시간이나 널브러져 있었다. 2시간 지나니 저녁이 되었고 바람이 불어서 창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정신을 차려서 저녁을 먹고 멍하니 유튜브를 봤는데 뭘 봤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밤에 잠을 자려고 했더니 낮에 잠을 자서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런 패턴은 경계해야 하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일요일 아침 늦게 일어나 더워지기 전에 베란다부터 청소를 하고 집안 환경을 정돈하고 빨래도 했다. 11시부터 화상회의가 있어서 그에 맞춰서 다른 준비도 하는데 밤에 잠을 못 자서 아침부터 등짝이 아프다. 그래도 화상회의는 집중해서 무사히 끝내고 늦은 점심을 먹고 2시간이나 잤다. 계속 잠이 와서 어제는 9시가 되기 전에 자기 시작했는데 수면이 얕아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자꾸 잠에서 깬다. 그래도 오랜 시간 잤다고 몸이 좀 풀린 것 같다. 어제도 더운 날씨였지만 병원에서 며칠 침대에서 누워서 지내느라고 근력이 떨어진 것 같아 산책을 하고 싶었다. 오후 5시가 되어도 여전히 날씨가 뜨거워서 산책하기는 힘들 것 같아 버섯을 따러 나갔다.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만 버섯을 따기로 했다. 병원에서 오는 길 숲에 가면 버섯이 많다는 걸 알지만 15분 걸리는 곳에 가기가 힘들 것 같아서다. 

 

바로 집에서 나가 길을 건너면 있는 공원에 갔더니 버섯이 아직 나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는 달걀버섯이 나는데 올해 달걀버섯을 보지 못했다. 다음은 단지 안에서 버섯이 나는 곳을 봤더니 버섯이 몇 개 나고 있었다. 또 가깝지만 버섯이 꽤 많이 나는 장소로 이동하면서 봤더니 버섯들이 막 나고 있어서 작은 버섯을 많이 캤다. 버섯이 자라기 전에 벌레에 먹히고 벌레가 활성화해서 벌레투성이가 되어 먹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버섯을 따는 데도 벌레와 경쟁이 있다. 토요일 병원에서 오는 길에 딴 버섯은 손으로 버섯 밑동을 찢었는데 어제는 칼을 가지고 나가서 바로 거기서 밑동을 정리했다. 

 

토요일에 딴 버섯을 데치고 전을 부치고 작은 것은 볶았다. 아직 냉장고에 많이 남은 상태다. 데친 버섯은 고추냉이와 간장으로 회처럼 먹는다. 버섯전은 발사믹 식초에 찍어 먹는다. 볶은 버섯은 간장 베이스로 그냥 먹어도 된다. 어제 딴 버섯은 상태가 좋아서 손질을 마치고 그냥 냉장고에 넣었다. 오늘도 더위와 시간을 보면서 가까운 곳에 버섯을 보러 갈 예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밖에 나가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버섯이 크기 전에 따는 것이 좋다. 

 

 

이번 병원에 입원한 병동이 가장 오래 입원했던 병동이라서 간호사를 비롯해서 청소하는 사람들까지 다 알고 있다. 간호사들이 담당이 아닌 간호사까지 반갑다고 인사를 왔다. 청소하는 사람들이나 다른 일을 보는 사람들도 아주 반갑게 맞아줬다. 병원이 병동에 따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나는 이번에 입원했던 병동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병원에서는 그동안 불안했던 인공항문에 관한 상담도 받고 아주 편안하게 지내면서 잠을 아주 푹 잘 잤다. 

 

얼마 전에 아는 편집자가 암에 걸려서 스테이지 4라는 말을 들었다. 나보다 훨씬 젊은 나이인데 그런 말을 듣고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병원에서 친한 간호사에게 상담했더니 같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의사가 독립해서 암 치료에 영양지도를 겸한다면서 거기를 추천한다고 한다. 병원 이름과 병원 홈페이지에 가면 자세한 많은 정보가 있으니까, 자신이 직접 읽고 판단할 재료가 될 거라고도 한다. 그 의사가 책도 냈으니까, 그런 정보를 참고해서 자기에게 맞을 것 같으면 가보라고 추천한다. 거기서는 스테이지 4 환자도 받아준다면서 알려줬다. 이번 주에 만나면 그 정보를 전달할 예정이다. 나도 암 치료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사람이 어떤 인연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전달하기로 했다.

 

 

정말로 오랜만에 병원에 입원한 동안 뜨개질을 했다. 암에 걸린 편집자에게 주려고 뜬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뜨는 것은 내가 모델이다. 뜨고 보니 내가 모델인 건 맞는데 살이 빠지기 전 내가 모델이었다. 사실 병원에는 그런 걸 맞춰서 볼 거울이 잘 없어서 내 몸에 맞춰보지도 못했다. 그 편집자는 나보다 작고 마른 사람이다. 암으로 더 작고 말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뜨는 것은 좀 작게 했지만 맞을지 모르겠다. 우선은 고를 수 있도록 2종류를 준비했다. 내가 만드는 것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좋다고 한다. 그리고, 기쁨은 준다는 말을 듣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그 편집자에게 작은, 아주 작은 위로라도 되길 바랄 뿐이다. 

 

빨간색 계통은 색상이 강렬하지만 나름 매력이 있다. 노란색 계통은 인기가 있어서 친구도 주문해서 2개나 샀다. 노란색 목걸이는 꽃을 입체적으로 해서 팔찌로 할 수도 있게 만들었다. 2개를 연결해서 긴 목걸이를 만들수도 있고 입체적으로 하거나 길이를 조정하면 다양한 표정을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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