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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목포 구도심과 보카

오늘 동경은 맑고 따뜻했지만 최저기온이 영하 4도로 내려가 추운 겨울밤이다. 어제 오후에 손님을 치루고 괜히 피곤해서 아침에 느릿느릿 움직였다. 채점할 것을 가지고 도서관에 가야 하는데, 그냥 움직이기가 귀찮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오늘은 화요일 친한 직원이 오는 날이니 얼굴을 보러 가야지. 그전에 어제 왔던 손님이 정성을 들여 쌀을 쪄서 떡을 만들고 팥까지 삶아서 고물을 묻힌 것이었다. 거기에 니모노라는 반찬까지 정성스럽게 해서 가져와서 당황했다. 어제는 필요하다는 실과 곶감을 조금 나눈 것 뿐이라, 빨리 뭔가 돌려줘야지. 어제 손님은 주로 기모노천으로 가방을 만드는 이웃이다. 좋아하는 천도 알기에 만드는 가방에 포인트를 줄 실을 몇개 감아서 지난 토요일에 받은 쵸콜렛 상자에 넣어서 주기로 했다. 과자 대신 실을 감아서 방울을 만들어 포장지에 싸서 상자에 넣었다. 뭔가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자기에게 없는 새로운 '재료'가 즐거운 선물이 된다. '재료'를 가지고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드니까. 도서관에 가면서 그집에 가서 우체통에 넣고 나와서 전화를 했다. 집에 있는 것 같은데 일부러 우체통에 넣은 것이다. 차라도 한잔 내려면 상대방이 신경이 쓰일 것이라, 그냥 물건만 전달했다. 


늦게 도서관에 갔더니 친한 직원이 있어서 잠시 수다를 떨고 신문을 읽었다. '초계기'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기사를 읽고 사진도 찍어서 4 층으로 올라갔다. 오늘도 학생들이 많았지만, 운좋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한과목 채점을 좀 했다.



오전에 도서관에 가기 전에 손혜원의원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목포 mbc 뉴스까지 보게 되었다. 손혜원의원의 인터뷰, 리모델링 했다는 '창성장'도 자세히 보고, 결정적으로 건물 20여채라는 것도 봤다. 나는 외국에 오래 살아서 한국의 방송사정을 잘 모르는 부분도 있다. 목포에 mbc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오늘 본 목포 mbc 유튜브에 달린 댓글을 봤더니, 세월호 때도 목포 mbc만 정확한 보도를 했던 모양이다. 요새 한국 뉴스에 나오는 손혜원의원 관련 뉴스를 보면 손혜원의원을 까는 기사내용을 읽고 오히려 손혜원의원에게 믿음이 더해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립박물관에 추천했다는 학예사에 관한 내용도 읽으니, 나라도 추천할 것 같은 경력을 지녔다. 내가 일본 문화재 복원에 대해서 조금 아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다. 손혜원의원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목포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고 목포의 젊은이와 지역주민을 생각하는걸 알수 있다. 손혜원의원의 말과 행동에 '진정성'이 느껴지며 '신뢰'가 더해져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창성장'을 목포 mbc를 통해서 자세히 봤다. 우선, '창성장'이라는 예전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것에 남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손혜원의원이 네이밍을 잘하기로 유명하다는데,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예전에 썼던 걸 그대로 쓰는 것에 목포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자세가 보인다. 자신들 소유라고 새로운 이름을 붙이려면 얼마든지 멋있는 이름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걸 하지 않았다. '창성장'의 리모델링도 참 잘한 것으로 보였다. 색채가 아주 강렬하게 모던하면서도 공간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었다. 일본 요정이었다가 나중에 여관으로 쓰였다고 한다. '창성장'의 빨강색은 '주홍색'이라고 했다. 일본에서 '주홍색'은 기녀인 게이샤나 마이코가 기모노 속에 입는 속옷 나가쥬방의 색상이다. 그렇기에 일본에서는 기모노에 받쳐입은 '주홍색'은 섹시한 느낌을 준다. 특별한 직종의 여성들이 입는 심볼릭한 색상인 것이다. '창성장'에 색상을 입힌 작가가 일본 기녀의 속옷 색상을 알고 썼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일본문화를 조금 알고 있는 나에게는 그렇게 인상적으로 보였다. 참고로 신사의 도리이와 기녀나 배우들이 입술에 바르는 베니도 같은 '주홍색'이다. '창성장'은 일본문화를 아주 멋있게 소화해서 재해석한 것으로 보였다. 


개인적으로 '창성장'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볼 만했다. 내부에 있는 인테리어, 소품들 자개장 문짝을 쓴 테이블, 방에 있는 화장대도 예쁜 자개였고 구석 구석 정성이 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창성장'에 머물기 위해서라도 목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다. '창성장'의 리모델링을 보면서 돈을 벌기 위한 투자로 보기가 힘들었다. 아주 장기적으로 문화에 대한 투자이지 경제적 이익으로 돌아올 투자로 보기는 힘들다. 사실, 게스트하우스가 돈이 벌리는 사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터뷰에 나온대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맞다. 


목포 mbc가 결정적으로 대단한 뉴스를 내보냈다. 손혜원의원이 샀다는 건물이 20여채라는 '실체'를 여과없이 카메라로 보여준 것이다. 목포 mbc '[핫이슈] 손혜원 매입 토지*건물 내부 단독 공개' 를 아직 보지 않은 분이 있다면 한번 보시길 권한다. 박물관을 지을 예정인 낡은 건물도 보이면서 현재 건물을 살려 보강해서 박물관을 짓겠다고 한단다. 건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대충 알 것이다. 오래된 건물을 보강해서 리모델링하는 것 보다 싹 밀어서 새로 짓는 것이 훨씬 쉽고 비용, 공사기간 모든 것이 단축된다는 것을. 손혜원의원이 샀다는 건물의 실체를 보면 무모한 일로 보일 정도다. 손혜원의원은 목포 구도심에 특별히 반하고 만 것 같다. '미쳤다'는 표현이 맞다. 손혜원의원이 하려고 하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돈벌이'와는 무관한 사재를 털어서까지 목포를 살리려고 '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손혜원의원이 하는 일이 눈물겹다. 말이 쉽지, 문화와 예술을 위해서 이렇게 욕을 먹어가며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죄없는 영부인까지 엮어서 '총공격'을 받으며 목포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서 감내하려고 한다. '투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셈법이 있겠지만, 정상적으로 보면 '투기'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


나는 손혜원의원 덕분에 목포 mbc를 보고 내친김에 목포에 대한 방송을 좀 찾아서 봤다. 특히 손혜원의원이 관심을 가진 지역을 보면서 몇년 전에 갔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탱고의 발생지라는 '보카지역'이 떠올랐다. 옛날 항구의 어촌이었다는 곳에는 강렬한 색상으로 컬러풀한 집들이 있다. 배에 칠하던 페인트 남은 것을 헌집 수선하느라고 칠하다보니 그런 색이라는 말도 들은 것 같다. 관광지가 되어 들뜬 분위기도 있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항구, 어촌의 바닷바람을 맞은 오래묵은 비릿함이 느껴졌다. 밝고 강렬한 색상은 밝고 명랑하면서도 어촌의 빈곤함과 고단함이 켜켜이 쌓인 주름을 감추는 두터운 화장으로도 보인다. 바닷바람의 냄새는 사람냄새와 비슷하다. 사람냄새가 향기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 탱고도 아주 섹시하면서도 인생의 슬픔과 체념 같은 것이 보인다. 목포의 구도심을 보면서 '보카'가 떠오른 것은 항구가 가진 운명이랄까, 비슷한 걸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보카'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보카'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했을 정도니까. 


목포에 사시는 분들은 손혜원의원을 꼭 잡고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이런 분을 만났다는 것은 행운이다. 목포시민들과 목포를 사랑하는 손혜원의원이 손을 잡고 부디 목포 구도심이 바람직하게 재생되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매력적인 곳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충분히 그런 매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나도 좀 이상한 것 같다. 손혜원의원을 응원하고 사실확인을 위해 목포 mbc를 찾아 보다니, 이상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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