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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도보 생활권

2016/06/05 도보 생활권

 

오늘 동경은 아침에 비가 왔다가 그쳤지만 오후까지 흐렸다. 저녁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서쪽 하늘에서 맑은 빛이 비쳤다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를 하고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먹었다. 요새 샌드위치를 만들어 점심을 가져가고 아침에 먹기도 한다. 속에 들어가는 것은 계란 프라이,, 상추, 오이, 토마토다. 오늘 아침에 먹은 것에는 오이를 넣지 않았다. 내용물이 많은 샌드위치에 커피를 마시면 든든한 식사가 된다. 비가 갠 날씨에 요새 막 피기 시작한 수국을 찍고 어제 친구에게 들은 비파를 사러 가기로 했다. 어제 오전에 친구가 농가에 야채를 사러 갔더니 비파가 많이 있다고 한다. 밖에 나가면서 카메라를 챙기고, 어제저녁 산책에서 만난 고타로네 집에 온천 할인쿠폰과 양념된장도 가져다주기로 했다.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고타로가 어제 처음으로 반갑다고 자기가 손을 내밀어 나와 손을 잡았다. 거진 고타로네 집에 왔을 때 만나서 짧은 시간이지만 둘이 미친 듯이 신나게 손잡고 뛰며 놀았다. 고타로 엄마와 친구는 그런 나와 고타로를 보면서 기가 막혀했다. 고타로는 유치원에 들어가서 적응을 못하고 매일 울었는데, 사회성이 쑥쑥 향상되는 모양이다. 쿠폰을 봉투에 넣고 양념된장 재료도 자세히 썼다. 가족 중에 알러지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온천 할인쿠폰은 내가 사는 단지에는 항상 들어오는데, 단독주택에는 안 들어온다고 했다. 비닐봉지에 넣어서 대문에 걸어놨다

공원에서 본 지금 피기 시작한 수국을 찍기 시작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수국은 피기 시작할 때가 가장 예쁜 것 같다. 그리고, 약간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맑은 날보다 훨씬 더 예쁘게 보인다. 오늘이 아주 적당한 날씨인 것이다. 농가에 가기 전에 접시꽃도 찍었다. 접시꽃도 시간이 갈수록 빈약해지는 것 같다

처음에 간 가까운 농가 마당에 있는 야채를 파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걸어서 강을 건너고 큰 길 신호등도 건넜다. 신사 앞 집 마당에 수국이 많이 피어 있다. 그 옆 주차장에도 있었고, 야채를 사러 가는 길에도 있었다. 야채가 있는 곳에 비파는 그림자도 없고 오이가 있었다. 햇감자도 한봉지 남아 있었다. 결국, 오이 두 봉지와 햇감자를 사서 가방에 넣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수국이 핀 곳을 지나면서 사진을 찍었다. 왕복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걸으면서 봤더니, 혼자 산책하는 사람은 하나같이 다 남자였다. 공원에서 본 여자는 개를 데리고 있었다. 여자들은 바빠서 산책을 못하는 시간인 것이다. 마지막에 본 사람은 여자가 두 명 같이 걷고 있었다. 결국, 나처럼 혼자서 걷는 여자는 없었다. 같은 곳이라도 시간대에 따라 걷는 사람들이 다르다

점심은 소금을 넣고 찐 햇감자에 오이를 어제 만든 양념된장에 찍어 먹었다. 망고제리와 무생채도 먹었다. 오전에 농가에 가면서 수국을 보고 사진을 찍으며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요새는 전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는 것, 마트에 가도 스트레스를 느낀다. 어제도 마트에서 앞에 선 남자가 곰팡이가 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사는 것도 달랑 하나였다. 친구에게 말했더니 아마 땀에 젖은 옷을 그대로 둬서 곰팡이가 쓴 것이 아닐까, 다른 걸 살 돈이 없겠지 한다. 요새, 길에서 구걸을 하는 사람도 보이고 사람들이 빈곤한 상황이 눈에 보인다. 사람들이 힘들다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들린다. 그런 걸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오늘 오전은 수국을 보기에 적당한 시기에 꽃이 핀 걸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산책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힐링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 모양이다. 정신적인 영양을 얻는 도서관과 신선한 야채를 사는 농가를 비롯해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산책하는 자연이 도보 생활권에 있다. 도보 생활권에서 이루어 지는 것이 스트레스가 없이 아주 쾌적하고 많은 걸 충족시켜준다. 도보 생활권에 비해 전철이나, 버스를 타는 생활이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은지 상기시켜준다. 오랜만에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날을 보냈다

사진은 점심에 먹은 햇감자와 오이에 현저히 빈약해진 접시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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