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8 장마철 2014
오늘 동경은 가랑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날씨로 기온도 낮아서 20도 정도였다.
이틀 전부터 장마철에 들어갔다. 일본에서는 각 지역별로 장마철에 들어간 걸 기상청에서 발표한다. 물론, 장마철이 끝나는 것도 기상청에서 발표한다. 벚꽃이 필 때도 기상청에서 지역별로 개화 전선의 변화를 예보하면서 사람들은 그것에 맞춰서 꽃놀이 준비에 들어간다. 아마, 벚꽃놀이는 일본사람들에게는 ‘국민적인’ 행사가 아닐까 싶다. 추운 겨울이 끝나 따뜻한 봄이 시작된다는 알림이기도 하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설레는 소식이기도 하다.
장마전선도 지역별로 언제 시작되는지, 언제 끝났는지를 기상청에서 알려줄 정도로 중요한 것이지만, 벚꽃과는 달리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장마철에 비가 내리지 않는 ‘가문 장마’도 있다. 가문 장마는 가문 장마대로 골치가 아프다. 가뭄이 들어서 물이 부족해지니까… 아무리 농사짓는 사람들이 적어졌다지만, 물은 만인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장마철에는 비가 와줘야한다는 것이다.
장마철에 들어가기 전에 벌써 한여름 기온으로 올라가서 그냥 그대로 여름이 될까 봐 무서웠다. 나에게는 폭염보다 오히려 장마가 낮다. 일본은 원래 습기가 많은 편인 데, 장마철에는 습기가 더 많아지니까, 이런 날씨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아주 싫어한다. 그렇다고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물어본다. 장마철과 폭염의 여름 중에 어느 쪽이 좋으냐고, 학생도 직원들도 고개를 내 젓는다.. 둘 다 싫다는 것이다. 장마철에는 피곤해지기 쉽고, 기분도 가라앉는다. 습도가 너무 높아서 빨래도 잘 안 마른다.. 나도 요 며칠 빨래를 못했다.
어제는 오전부터 장대 같은 비가 내렸다. 아침에 나갈 때는 그다지 심하지 않았는 데, 하루종일 줄기차게 비가 왔다. 나는 장화를 신고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더니 여전히 토마토가 싸서 10개쯤 사고, 다른 식량도 좀 샀다. 등에 메고 한 손에 들고 우산을 써서 돌아왔다. 장화덕에 발은 안젖었지만, 다른 데는 다 젖었다. 발만 안 젖었다고 좋은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집으로 왔으면 좋으련만, 돌아오는, 전철에서 투신자살하는 사람이 철로에 뛰어들었다고 전철이 멈췄다. 하필이면 내가 전철을 탄 그 시간에 그런 일이 일어나 전철이 멈춘 것이다. 아무리 그런 일이 많아 일상이 되어버린 동경이지만, 요새는 좀 준것 같았는 데…그리고 장대 같은 비가 오는 금요일 퇴근시간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동요해서 주위를 봤지만, 사람들이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려고 선로에 뛰어들었다는 데, 구출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차안의 공기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사람들이 흔들리는 감정을 조절해서 감추는 것이다. 나는 항상 그런 장면에서 동요한다. 그래서 기도를 하기로 정해놨다. 기도라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혀야지. 그렇다고 쉽게 마음이 가라앉지는 않는다.
역안에 빵집이 개업을 했다기에 들어가서 카레빵과 멜론빵을 샀다. 마트에서 마른오징어다리가 있어서 세 봉지나 샀다. 기분이 오징어다리라도 씹어야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어젯밤에 많은 오징어다리를 씹었다. 두 봉지나 씹어서 너무 짜서 입이 다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밥을 해 먹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나는 밥을 일주일에 한번 정도 한다. 밥은 반찬이 있어야 먹으니까, 귀찮다. 쌀을 씻어서 밥솥에 넣고, 깻잎처럼 생긴 시소가 싼김에 많이 산 걸로 깻잎절임을 만들었다. 절임을 만드니까, 부피가 확 준다. 미나리를 넣어서 계란도 부치고, 양배추에 엔쵸비를 쌈장 삼아서 쌈을 싸서 먹었다. 치킨스프에 토마토가 있었고, 반찬은 많은 편이었다.. 밥을 먹으면 반찬에 염분이 들어가서 염분 섭취가 많아진다. 그러나 가끔은 배부르게 먹어줘야 한다.
장마철이 되면 쓰레기가 썩기 쉽다. 어디선가 하수구냄새가 나서 장마철에 들기 전에 배수구를 다 청소했다. 우리집에서는 하수구 냄새가 난적이 없는 데, 어느 집인지 모르겠다. 음식물쓰레기가 썩기쉬워서 냄새가 나니까, 냉동시켰다. 지금 냉동실에는 음식보다 쓰레기가 많다.
아침부터 가랑비여서 학교도서관에 가서 후배를 만나려고 했는 데, 오전에는 밥을 해서 먹느라고 시간이 어중간해졌다. 학교에 가는 길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볼일이 있었던 것이다. 오후에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열리는 시간을 기다려서 갔다. 오늘은 두 명이 있다. 요전날 갔을 때 있던 아줌마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친절히 대응한다. 나쁜사람이네, 기억해 둬야지. 이사를 하려고 같은 동에 있는 다른 집을 보고 왔다. 학기 중에 예정에도 없던 이사라서, 가급적이면 이사의 영향이 적지만, 괜찮은 아마 옆집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집세는 같은 데, 설비가 좀 부족하다. 그래도 오늘은 일을 좀 한 것 같다.
사진은 며칠 전에 찍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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