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1 두 언어로 글쓰기와 번역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마침 7월 초에 열리는 학회 학회장 교수님과 마주쳤다.
그 교수님과 만나고 싶었는데 아주 잘 됐다. 실은 이 달 20일 까지 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원고를 내야 하는데 영어와 일어로 써달라는 것이었다. 두 언어로 쓴다는 것은 일이 두 배가 된다. 시일도 촉박하거니와 다른 언어로 같은 내용을 쓴다는 게 어렵다. 왜냐하면 번역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이 쓴 것을 번역하는 것도 골치가 아프다. 오리지널을 썼기 때문에 자꾸 오리지널에 휩쓸린다. 번역도 생각에 따라서는 오리지널과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쓴 것을 자신이 번역을 하고 싶지않다.
번역을 잘한다는 것도 참 어렵다.
일본은 한국보다 번역을 충실하게 한다고 본다. 그러나 전문분야에 관해서 보다 보면 그 분야에 전문가가 아닌 언어 전문가가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언어 전문가가 번역을 해서 그 분야 전문가가 감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를 들어 영문학을 하는 사람이 번역을 했다고 치자, 번역하는 사람 개성(주장)이 많이 들어있으면 골치가 아파온다. 번역하는 사람이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좋은 의역(意譯)을 해서 아예 오리지널과 다른 작품으로 만들 수 있으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그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섣불리 의역(意譯)을 하지 말고 차라리 직역(直驛)을 해주는 게 좋을 때가 많다.
때에 따라 원서와 번역본을 두 가지 다 볼 때가 있다. 빨리 쉽게 하려고 번역본을 읽다가 잘 모르면 원서를 본다. 원서가 훨씬 알기 쉽게 쓰여있는 경우도 있다. 내가 번역한 것을 읽으면서 화가 나는 경우는 어려운 단어나 아주 문학적인(즉 이해가 쉽게 안 되는) 표현을 했을 때이다. 번역하는 사람이 지식을 자랑하고 싶은 건지 아주 이상한 말을 가져다 쓰는 경우, 그 번역은 안 좋은 번역으로 친다. 번역은 오리지널에 아주 충실하던지 아니면 의역을 잘해서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든지 둘 중 하나가 좋다. 어중간한 것이나 대충 눈치로 메꾼 것, 정말 곤란하다.
개인적으로는 번역하는 사람은 철저히 자신의 개성을 내보이려 하지 말고 원작을 충실히 전해주었으면 한다.
외국어도 아니면서 한국 글을 읽고 이해가 불가능한 문장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문학평론가라는 분들이 쓰신 책 뒤에 실린 작품에 관한 해설이나 평론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대부분의 평론들은 읽어서 이해가 안 되는 문장들이었다. 도대체 뭘 전하려고 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이해를 잘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지만… 아직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질 못했다. 그래서 문학평론이라는 것은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내 후배나 학생이 읽어도 이해가 안되는 문장을 썼다면 나에게 야단맞을 것이다.
“최소한 사람이 읽어서 알게 써야지”라고,,,
논문을 쓰는 사람 중에도 쓸데없이 난해하게 쓰거나 뭘 썼는지 모르게 쓰는 사람이 있다. 그 논문을 읽고 신뢰할 수 있는 후배에게 물어본다.
내가 그 걸 두 번 읽어도 모르겠더라, 왜 그러니?
그 논문을 쓴 사람도 모를걸요, 자신이 뭘 말하고 싶은지.
아, 그런 거야.
그 논문을 읽었다는 기억을 지운다.
나도 논문을 쓰기 전에 연구대상들이 무얼 말하고 있는지, 자신이 논문을 통해서 뭘 전하고 싶은지, 연구대상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싶은 건지, 자료를 읽으면서 고민을 해야겠다.
막상 쓰는 것은 손끝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고민해야 한다.
그 들과 자신이 관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