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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웃기는 세상

2016/06/08 웃긴다

 

오늘 동경은 아침에 날씨가 흐리고 비라도 올 것 같았는데, 낮부터 활짝 개어 햇살이 강한 날씨가 되었다. 오늘은 가까운 대학에 아침 일교시에 강의가 있는 날이다. 점심을 안 먹고 있다가 배고플 때 많이 먹으면 불편하니까,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지고 갔다. 아침에도 샌드위치에 커피를 마셨다

강의를 끝내고 잔무를 처리하고 다음 주 수업 준비를 하고,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나왔다. 오늘도 일을 할 때 빈자리가 많은데, 하필이면 내 앞에 남자분이 앉아있어 내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꿨다. 사람이 적을 때는 여유롭게 쓰는 것이 좋다. 코 앞에 모르는 남자의 시선을 느끼고 싶지 않다

도서관을 향했다. 오늘은 아는 사람이 도서관에서 일하는 날이다. 도서관 카운터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는 많이 접촉을 하지만, 개인적인 말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요새, 갑자기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요 전날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가 코 앞에서 “선생님”하고 반갑게 부른다. 깜짝이야, 날 아는 사람이 없을텐데…… 우선, 인사를 하고 물었다. “절 어디서 봤나요?” “저 도서관에서 일해요, 가까운 곳에 살거든요.” “아, 그러세요? 제가 사람들 얼굴을 보는 것 같으면서 안 보거든요. 인사를 해줘서 고마워요.” 가까운 공원에서도 나를 자주 본단다. 도서관에서 나와 그 사람이 그렇게 인사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난 모양이다. 근데, 난 그 사람 이름도 모른다. 오늘은 아는 사람이 백화점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같이 가자고 했다. 둘이 가는 줄 알았더니, 같이 갈 사람이 점점 불어난다. 재미있다. 월요일에는 평소에 인사하는 사람이 손목에 서포터를 해서 나도 손목을 많이 써서 서포터를 쓰면 어떨까 생각 중이라고 했더니, 자기 남편에게 병원에서 사오라고 시킨단다, 말만 하라고…… 허긴 일주일에 두 번은 도서관에 가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익숙해진 모양이다. 오늘도 책을 열심히 읽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야채 무인판매에 갔다. 비파가 있어서 아주 많이 샀다. 내일 학교에도 가져가야지...

 


요새 한국뉴스를 보면 이상한 일이 많다. 천경자 화백이 위작이라고 한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에서 진작이라고 해서 절필을 했다. 거꾸로 이우환 화백이 자신의 작품을 진작이라고 했는데, 감정하는 사람들은 위작이라고 했단다. 조영남이라는 분은 헐값으로 시킨 대작을 자신의 작품으로 속여 팔았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총장이라는 분은 자신의 임기도 끝나기 전에 권력에 대한 욕심인지, 유엔총장으로서 윤리감이 결여된 행보를 보인다. 내가 보기엔 유엔총장일지 몰라도 성실한 것 같지 않다. 자신의 현재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욕심을 부리는 행태로 보인다. 윤창중이라는 사람은 이제 와서 억울하다는 글을 쓴다. 억울하면 사건이 났던 당시에 조사를 받아서 결백을 밝히는 것이 좋지 않았나 싶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면서도 조사를 받아서 결백이든 죄든 밝히길 원했던 것 같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여자들은 여성 혐오라고 하는데, 매스컴에서는 여성혐오가 아니라고, 아니라고 한다. 여자들 본인들이 여성혐오라고 절실히 느끼니까, 추모하고 행동하는 건데, 남자들이 아니라고, 아니라고 한다. 여자들에게 여성혐오가 아니라고 가르치려고 한다. 입을 틀어 막으려고 한다. 정말로 웃긴다. 말도 안되는 일들을 막 한다. 허긴, 매스컴과 권력은 엘리트 남자들이 장악해서 결탁한 세계니까, 자기들이 아니라고 우기면 여자들에게도 아닌 게 되는 줄 안다. 여자들은 '아픔' '공포'를 느끼며 슬퍼하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죽음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가해서 추모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다

이런 일을 일본에서도 아주 흔히 있는 일이다. 조선인, 아이누, 부락민, 오키나와 사람들은 차별을 당한다지만,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난리를 친다. 어떤 데모보다 정열적으로 ‘헤이트 스피치’라는 헤이트 크라임(혐오범죄)을 저지를 때,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에서는 어떤 인종차별도 없다고 한다. 아니다, 차별, 폭력이 일상적으로 너무나 만연하다. 외국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 인권침해를 하면서도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는 걸 모른다. 자신들 일본인이 하는 것은 다 옳다고 믿고 있다. 자신들이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고 믿는다. 일본인은 권력을 가진 마조리티라서 무조건 옳은 것이다. 마이놀리티는 권력이 없으니까, 차별을 당하지만, 차별당하는 취급도 못 받는다. 차별을 당했다면, 그 입을 틀어 막으려고 한다. 차별당해서 아프다는 말도 못 하게 한다. 약자를 이지메하는 부끄러운 자신들의 모습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사진은 산뜻한 수국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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