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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가해자가 이기는 세상

 2014/06/10 가해자가 이기는 세상


오늘 동경은 아침에 반짝 날씨가 개였더니, 이내 흐려지면서 빗방울이 약간 비쳤다. 근처에서 일을 보고 신주쿠에 갔더니 비가 더 세게 내리고 있었다. 밤에 집에 올때도 신주쿠는 비가 많이 내리는 데, 도중에서 갑자기 가랑비로 바뀌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를 하고 청소도 했다. 그리고 집에 있었더니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가 수국을 보러 가자고 문자가 왔다. 오후에는 둘이서 수국을 보러 갔다. 수국은 비가 오는 날이 더 예쁘게 보인다. 그런데 아직 수국이 덜 피었다. 수국이 활짝 피었을 때 또 가고 싶다. 아니다, 전에 수국이 피었을 때 갔었는 데 너무 더워서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돌아온 적도 있다. 날씨와 꽃이 피는 정도에 적당히 맞춰서 가야 한다

수국을 보러 다녀와서 산책도 오랫만에 나갔다. 살구인지 매실이 익었으면 따려고 비닐봉지를 가지고 갔더니, 전혀 익지 않아서 딸 수가 없었다. 매실과 살구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아침부터 위층이 나에게 있지도 않은 일로 괴롭히고, 소음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일 때문에 주택 관리하는 곳에 갔다. 한국이라면 주택공사가 되겠다. 그동안 경과를 말하고 뭔가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자신들의 과실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단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가해자가 경찰에 잡히지라도 않는 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래층 사람을 괴롭히지 말라고 부탁하는 정도란다. 그런 일은 벌써 몇 번이나 했다. 결국, 가해자는 남아있고 피해자가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다. 이런 일은 여기만이 아니라, 어디서든 그렇지만, 그래도 자기네가 돈을 받으면서 빌려주는 데서 문제가 생겼으면 뭔가 중재를 해야지,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라는 아닌 것이다. 말을 하면서도 말을 하는 내가 자꾸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싫으면 그냥 나가면 된다는… 그러니까, 비싼 집세를 내고 살겠냐고, 그런 서비스를 하니까, 빈집이 많지. 정말로 이상하다, 분명히 민간이 아닌데, 집세는 민간이고 서비스는 공공기관이라는… 웃긴다.. 세금이 투입되는 데, 결국 자기네 좋을 데로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싫으면 그런 데서 살지마가 된다. 일본도 한국 못지않게 말도 안 되게 웃기는 부분이 많다. 단지 일본 사람들이 그걸 모르거나, 비판하지 않을 따름이다. 비판했다가 괜히 미친놈이 되니까… 

아침부터 두 시간 이상 골치 아픈 말을 했더니, 정말 피곤했다. 같이 갔던 친구와는 거기서 헤어지고 나는 신주쿠 이세탄에 갔다. 다른 친구가 쇼핑을 하는 데, 옷을 골라주는 일을 하러 간 것이다. 오늘은 옷이 별로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점심 먹고 오후 내내 매장을 돌았지만, 많이 사질 못했다. 바지 석장에 블라우스와 원피스 한 장씩, 샌들 두 켤레에 핸드백 등을 샀다. 내가 보기에 아무리 안 써도 30만 엔은 쓴 것 같다. 작년에 같이 샀던 옷들이 주위에서 평판이 좋았다고, 오늘은 군소리 없이 내가 권하는 것을 입어보고 산다. 색상과 스타일도 내가 권하는 것에 순순히 따른다. 물론, 친구가 봐 둔 것도 내가 체크했다. 유감스럽게도 전부 퇴짜를 맞았지만, 친구도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나도 그동안 친구 체형이 하도 두리뭉실해서 잘 몰랐는 데, 오늘 자세히 보니까, 키는 커도 몸체가 길고 팔다리도 짧은 원피스가 어울리는 체형이었다. 몸은 다이어트를 해서 살이 많이 빠졌는 데, 얼굴과 헤어스타일이 좀 아니다. 미장원도 알아봐서 소개하기로 했다. 내가 패션어드바이저를 해줘서 받는 것은 점심과 저녁식사이다. 친구도 고급인력을 막 쓰고 있다. 친구가 배우는 자세에서 말을 잘 듣고 따라오니까, 그걸 수업료로 생각한다. 배우려는 사람에게 내가 가진 것을 가르친다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의무 같은 것이기도 하고, 인간이 배우면서 성장하는 것을 보는 건 재미있다. 텃밭에서 성장하는 야채와는 다르지만.

그런데, 내가 사 입었던 옷들이 엄청 비쌌다는 것이다. 세상에, 한 벌에 10만 엔 이상이나, 아니 왜 그렇게 비싼지 잘 모르겠다. 내가 살이 쪄서 옷을 못 입게 된다면 손해가 막심하다. 몸을 옷에 맞춰야지… 살을 빼야 한다. 요새 입는 옷은 싸게 산 옷들이다. 비싼 명품들은 입지도 않고 옷장에 걸려있을 뿐이다. 한 번도 안 입은, 상표도 떼지 않은 옷들이 꽤 있다.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명품에 흥미가 없다.

어제 찍은 수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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