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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파인애플 스타일

2013/06/09 파인애플 스타일

 

오늘 동경은 오전에 살짝 비가 왔다오후에는 비가 개였지만 흐린 날씨였다.

요새 장마철인 데도 불구하고 비가 안 온다. 비가 안 오면 물이 부족해 올 텐데…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를 하고 빨래를 해서 널었다빨래를 할 때는 날씨가 흐렸지만 비가 올 줄 몰랐는 데빨래를 했더니 비가 온다일을 나가지 않는 날은일어나는 시간에 자명종이 울리지 않고 일기예보도 보지 않는다천천히 일어나서 천천히 일상을 시작한다너무 늦장을 부리다 보면 오전 시간이 그냥 흘러갈 판이라시간이 아까워 아침 먹는 걸 생략했다아침에 베란다에서 아래층을 봤더니 이불을 널었다그래서 비가 안 오는 줄 알았다비가 조금 왔다장마철이라는 데비가 안 와서 비가 오니 반갑다일본에서 장마는 매실이 익는 계절이라고梅雨라고 써서 쓰유라고 읽는 데, 가끔 글자 그대로 바이유라고도 읽는다. 쓰유와 바이유는 어감이 아주 다르다. 바이유라고 읽으면 좀 시적인 분위기라고 할까, 운치가 있다. 보통 쓰유라고 한다.

아침을 안 먹고 주스만 마신 대신에 점심을 넉넉하게 먹기로 했다마침 냉장고에 맛있는 소시지가 있었다소시지에 쓴맛이 나는 울퉁불퉁한 애호박 같은 야채, 여주를 볶아서 나중에 푼 계란을 넣어서 마감을 했다그 걸 상추에 싸서 쌈박하고 넉넉한 느낌으로 점심을 먹었다집에 있는 날은 뭔가 요리를 해서 먹고 싶어 진다냉장고에 있는 식량을 보고 뭘 할지 정한다요새 다이어트 중이라평소보다 야채를 중심으로 산다그것도 많이 사면 먹기 전에 버릴 거라, 조금씩만 산다.

 

월요일 오후에는 목요일 수업인 여성학을 준비한다. 수업 준비 자료입력을 늦게 시작해서 산책 갈 시간이 되어도 끝낼 수가 없었다. 도중에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쓰레기를 들고나가서 버리고 그 발로 산책에 나섰다. 거쳐가는 공원을 걷다 보니 뭔가 파란 열매가 떨어져 있다. 어디서 떨어졌는지주위 나무를 살폈더니자두나무였다열매가 몇 개 달리지도 않았다마침 개 두 마리를 끌고 산책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아주 오래된 자두나무라고 한다공원이 조성된 게 1976년인 데공원이 조성되기 전에 있었던 집 마당에 심어져 있던 자두나무란다두 구루가 있었는 데한 구루가 죽고 한 구루가 남았다나… 조금 더 걸어가서 어제 봤던 매실나무를 유심히 봤다익은 매실들이 주위에 떨어져 있다. 나무 밑에 가서 매실을 주워서 먹으면서 산책을 한다솔직히 매실인지 살구인지 잘 모르겠지만아프리콧처럼 신맛이 난다어제도 네 개 주워 먹었다. 오늘은 열 개쯤은 주워 먹은 것 같다야트막한 산이 있는 공원을 두 바퀴 돌아서 집에 오면 한 시간이 걸린다집 가까이 와서 스트레칭을 하고 다리 근육을 풀어준다. 산책에서 돌아와 주스를 만들어 마시고 일을 마쳤다.

 

어제 오후 늦게 집에서 머리를 잘랐다나는 머리가 길어지면 정신이 사나워진다.
마치 머리카락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것처럼, 정신이 산만해져서 머리에만 자꾸 신경이 쓰인다요새는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습도가 높아져 머리가 더 부풀어 올라 더 덥게 느껴진다머리가 거추장스럽고 귀찮아진다머리를 짧게 자르려면 시간이 걸린다그래도 결심해서 머리를 잘랐다뒤쪽은 안보이니까대충 손짐작으로 자른다오늘 오전에 다시 마무리를 했다머리를 자르다 보면 점점 짧아져간다짧아서 시원해진 것은 좋지만그래도 밖에 나가 사람들 앞에 서는 처지라약간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엉망진창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너무 충격을 주면 안 된다. 뒤쪽이 쥐가 뜯어먹은 것처럼 너무 표가 나지 않았으면 한다내가 살짝 이상한 사람이지 정말 미친 사람인 건 아니니까.

머리를 잘라서 보니파인애플처럼 보인다내가 파인애플 스타일을 지향한 게 아니라결과적으로 파인애플처럼 된 거다. 오리지널 파인애플 스타일 헤어컷 완성이다. 덕분에 변신의 폭이 조금 넓어졌다식물의 영역은 처음이지만 내일 학생들 반응을 보면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겠지. 머리만 파인애플로 변신했다. 이러고 보니 나도 재주가 있기는 있나?

 

요새 밖에서 사진을 못 찍어서 집에서 재배한 꽃 사진이 계속된다오늘은 푸른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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