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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비가 온다

2012/06/13 비가 온다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비가 크게 오지 않았지만계속 밤까지 조금씩 가랑비가 내렸다어제도 조금 비가 오는 날씨였다장마철다운 날씨가 된 것이다장마철에는 기온이 좀 내려간다그래서 좀 쌀쌀하면서도 습기가 많은 날씨인 것이다.

 

어제는 수업을 마치고 동료와 신오쿠보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동료가 딸을 데리고 나올 줄 알았더니 딸은 발레레슨을 받으러 갔다고 혼자 왔다. 딸은 일본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인터내셔널 스쿨로 옮겼다동료 딸을 인터내셔널 스쿨로 옮기라고 권한 것은 나와 미국 친구였다. 미국 친구는 딸 둘이 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인터내셔널 스쿨을 다녔다두 번째 딸은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학생을 가르쳐 보면 인터내셔널 스쿨을 나온 학생들이 괜찮다뛰어나게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고의 밸런스나 사고가 한쪽으로만 치우친 게 아니라는 것이다그야말로 국제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할까… 학비도 일 년에 250만 엔 정도로 비싸다동료나 친구 말에 의하면 그 값어치가 있다고 한다그 정도 돈을 들여서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인 것 같단다그 돈을 재산으로 물려주기보다 교육에 돈을 들이는 게 좋다는 것이다나도 효과 있는 교육에 돈을 쓰는 게 가장 리스크가 없는 투자라고 옛날 학생에게도 말을 한다.

 

동료 딸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생기 있게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단다학교를 옮겨서 공부가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는 데동료가 보기에 공부하는 방법이 일본학교와 전혀 다르단다일본학교는 시험문제가 단답형으로 암기식인 데인터내셔널 스쿨은 종합적으로 사고를 하게 하는 것 같다고… 딸이 부모에게 인테내셔널 스쿨에 보내줘서 고맙다고 했단다지금까지 살아와서 가장 행복한 생활을 한다면서딸아이가 일본학교에 다니면서 자신도 알게 모르게 힘들게 지냈다는 것이다.

 

동료와 둘이서 닭볶음탕을 먹어서 배가 너무 불렀다나는 항상 가는 가게에서 같은 걸 먹는다가끔 가기 때문이랄까닭볶음탕을 먹으러 가는 데요즘은 한 달에 한번 꼴로 가는 셈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동료는 일을 가야 해서 역까지 바래다주려고 역을 향했다동료 친구가 화장품 집에서 일을 한다고 잠깐 들르기로 했다마침 비비크림이 떨어져서 새로 개비를 해야 한다신오쿠보에서 화장품을 산적은 없지만 일본 사람들은 화장품을 사러 일부러도 간다는 데아는 사람이 있는 데서 새로 하나 샀다비비크림이 아니라씨씨크림이라고 한다씨씨크림이 좋다고 해서 샀다거기서 일을 하던 동료 친구가 갑자기 동료에게 “나 이혼했어”라고 폭탄선언을 한다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인생이 드라마처럼 굴곡이 있게 진행된다나도 약간 당황했지만, 그런가 보다. 그러면서 농담처럼 웃었다처음 만나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받아줘야 하는지 모르겠다아들을 둘 낳아 키우고 결혼생활에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부잣집 마나님에서 지금은 파트타임으로 화장품 집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변신해 터프하다. 하긴 터프하지 않은 엄마가 있을까?

 

가게에는 손님이 없어서 선채로 조금 수다를 떨다가 가게를 나왔다동료를 역까지 바래다주고 나는 걸어서 신주쿠까지 왔다신주쿠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가 오는 날에 아줌마들이 짧은 일상탈출을 했다배가 너무 불렀다

 

2019년 6월 13일에 덧붙이면, 동료 딸은 캐나다에서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동료는 딸과 같이 캐나다에서 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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