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0 자멸하는 사회
오늘 동경은 맑았지만 습기가 많은 피곤한 날씨였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 화요일에 입었던 옷을 입고 갔다. 이상한 젊은이의 시선을 잡았던 것이 옷차림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성학 시간에 학생들에게 검증받을 목적으로 같은 옷을 입었다. 학생들 의견이 옷차림이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매일같이 이상한 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난단다. 혹시 귀신이 붙은 게 아니냐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귀신이 붙은 게 아니라, 현재 동경이 그렇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수업시간에 자료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저녁에 옆집을 계약하기로 한지라, 낮에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옆집에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2년간 집세가 반액이 된다고 했는 데, 확인이었다. 담당자 말이 바뀐다. 통상적으로는 2년인 데, 계약하는 영업소에 따라 다르다고 말이 바뀌었다.. 갑자기 큰 벽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요새 일어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그래도 집세가 반액이 된다고 해서 그걸로 상쇄하려고 했더니, 마지막에 와서 말을 바꾼다. 민간도 아니고 공공기관에서 말을 이랬다 저랬다 바꾸면 안 된다. 특히 돈과 관련된 사항인데, 담당자는 아픈 사람 같지 않고 말이 통해서 믿었더니,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이번 수속을 하면서 보니까, 자신들 사정으로 인해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도 집세를 더내야 한다. 부당한 일을 하면서도 오히려 나를 생각해주는 척하는 말을 들으면 구역질이 날 것 같다. 나쁜 사람들의 주특기다. 월요일에 수속하러 갔는 데, 자기네 일이 끝나지 않아서 서류제출을 못하고 수요일에 해약 서류를 냈다. 서류도 이상하다. 해약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계약을 못한단다. 그런데 계약이 정해지지 않으면 해약 서류를 낼 수가 없단다. 정말로 제멋대로고 웃기는 시스템이다.
내가 이사하는 곳은 같은 동, 바로 옆집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 필요한 거의 서류가 없다. 주민표 정도로 된다고 쓰여있다. 그런데, 과세증명(수입증명)이 필요하다고, 거기에다 심사를 새로 한다고 (영업소장이)협박도 한다. 이건 완전히 조리돌림 같은 이지메다. 같은 UR에서도 사무소와 사람에 따라 설명과 요구하는 서류가 다르다. UR다마영업센터에서 오늘 계약하면서 보니까, 5년 전에 비해 엄청 까다롭다. 새로 입주하는 것보다 이사하는 것이 훨씬 까다롭게 느낀다.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았던 입주자가 옮기는 데, 처음부터 다시 심사를 한단다. 기가 막히다. 그러나 나는 새로 심사해도 전혀 하자가 없다. 그러니 더 못되게 군다. 설명하는 아줌마 입에서 냄새가 난다. 바로 내 코앞에서,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 데, 현기증이 나서 일을 볼 수가 없다. UR에서 빌려주는 임대주택으로 집세가 싸지도 않은 집세 몇 배 이상 수입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로운 곳이다. 아파트도 40년이나 된 아주 낡은 청소 해도 깨끗해지지 않는다. 민간이라면 요즘 같은 세상에 집세도 제대로 못 받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집수리도 최저한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하자가 없을 정도로 해준다고 정상적인 집세를 내고 사는 사람들이 노예냐, 말도 안 된다.. 내부시설이 전혀 민간을 따라가지 못한다. 최저한의 집수리도 하지 않았다.
나는 요새 일본이 차별이 너무 심해서 민간을 빌리기보다 그래도 공적인 곳이 나을 것 같아서 여기로 했다. 그런데 공적인 곳도 차별이 점점 심해져서 완전 몽니를 부린다. 조건이 까다로운 데, 집세가 비싸니까, 당연히 빈집이 많다. 빈집이 많아서 외국인도 자격이 되면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문제없이 살고 있는 외국인에게 온갖 되지도 않는 이유로 차별한다. 일본 사람들은 이렇게 비싼 집세를 내면서 낡은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안정된 직장이 있으면 집을 사는 편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집도 많고 집세를 체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팜플랫에는 한국어와 중국어판도 있었다. 간판에는 외국인도 들어올 수 있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갖은 구실을 붙여서 외국인을 미친듯이 차별한다. 아하, 외국인을 맘 놓고 차별하기 위해 만들었나?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일본에 손발을 다 들고 말았다. 그래도 30년이나 살았지만, 일본이 이렇게까지 사사건건 차별이 구석구석까지 철저하게 미쳐있는 줄 몰랐다. 사실 공적인 곳에서는 자격요건이 갖추어 있으면, 특히 현재 입주해 있는 상태에서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이렇게 까다롭게 굴 필요가 없다. 순전한 차별인 것이다. 담당하는 사람들이 멋대로 경쟁적으로 이지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올봄에 호주에서 돌아온 이후 관공서나, 백화점, 가게 가는 곳마다 한 곳도 빠짐없이 반말을 하는 차별적인 대우에 기가 막혔다. 남자들이 그런 경향이 있어서 남자들을 피했는 데, 지금은 여자들도 가는 곳마다 차별한다. 동경이 무섭다. 일본 사람들이 무섭다.
재일동포들은 이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나, 대단하다. 나처럼 일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서 차별적인 걸 알아채는 사람은 일본에 살면 안 된다. 화병이 난다. 사실 재일동포들이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나, 자살을 하는 확률도 높단다. 차별이라는 구조적인 폭력 하에 살고 있으니까. 당연하다.
지금 동경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이렇게 외국인을 차별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목을 조여 가고 있다. 더군다나 공적인 기관에서 차별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정한 것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자멸하는 길로 구제불능이다. 공적인 기관이 부당하게까지 돈을 우려내면서 매사에 어쩌면 사람을 그렇게 불쾌하게 만드는지, 정말로 대단하다.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관광객에게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돈만 우려내면 된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 사회가 이렇게까지 차별적인 줄 전혀 모른다. 괜히 외국인/한국인이 흠집 내려고 트집 잡는 줄 안다. 피해망상 환자에게 공격을 받아서 이사를 하는 데, 수속을 너무 힘들게 해서 정나미가 떨어졌다. 맘 편하게 살 곳으로 망명하고 싶다.
'일본사회 > 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마자 이름 (0) | 2019.07.07 |
---|---|
술을 마셨다 (0) | 2019.06.21 |
무력감에 빠진다 (0) | 2019.06.17 |
허깨비를 보다 (0) | 2019.06.16 |
가해자가 이기는 세상 (0) | 2019.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