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8 새 이름?
오늘도 동경은 오전에 흐렸지만 오후가 되어 비가 왔다. 큰 비는 아니지만, 연일 비가 계속 오는지라, 날씨가 질척거린다. 아무리 장마철이라고 해도 비가 너무 많이 온다.
오늘은 첫 교시가 있는 날이었다. 학교에 가는 데도 땀을 줄줄 흘린다. 기온은 낮은 데, 습기가 너무 많다. 첫 교시를 마치고 입국관리국에 수속을 하러 갔다. 내일부터 일제히 외국인등록증에서 재류카드로 바뀐다. 엽서에 가까운 입국관리국에 가서 수속을 하라고 쓰여 있어서 가까운 신유리가오카에 갔다. 시나가와는 멀기도 하지만 붐빌 것이라 가기가 싫다. 그런데, 신유리가오카에 갔더니,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깝지만, 자기네 관할구역이 아니란다.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왔는 데, 알기 쉽게 안내가 안되어 있다. 수업이 끝나서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수속하는 곳에 도착했다고 안심했더니 웬 날벼락이냐고. 그러나, 일본에서는 열을 받아도 화를 내면 안 된다. 뭔가 기대가 있어야 화도 나는 법이다. 애당초 아무런 기대나 희망도 없으니 화도 안 난다. 니네가 그렇겠지, 외국인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하면서 외국인 입장에서 생각을 한 적이라도 있냐? 물론, 그런 일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면서 자기네 서비스는 세계에서 최고라는 헛소리를 큰소리로 합창하고 있다. 한마디로 웃긴다.
그러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시나가와나 다치카와라고 한다. 다치카와에 가는 길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약도가 그려진 종이를 한 장 준다. 종이를 가지고 다시 역을 향했다. 갔던 길을 되돌아서 반대방향으로 향한다. 다치카와에 도착했더니 비가 온다.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온다. 다치카와 역에서 버스를 타고 입국관리국에 도착했다. 사람이 꽤 많아서 접수하는 데, 한시간 이상 걸렸다. 접수를 했더니 재류카드가 새로 나오는 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재류카드가 대학교 도서관 카드 정도로 싼티가 난다. 그런데, 이름을 로마자로 표기하고 한자를 안 넣어도 된다고 해서 한자를 뺐다. 그냥, 로마자로만 등록을 했다. 그것도 원래 이름을 정확히 나타낸 것도 아닌 것인데, 이름에서 한자를 뺐더니 인상이 확 달라진다. 이름에 담긴 의미도 없고 발음이 정확한 것도 아니고 이상하다. 내 이름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껍데기로 느껴진다. 로마자 덕분에 이름이 특별한 의미가 없는 기호가 되고 말았다. 이름만 보면 성별과 국적불명이다. 전혀 다른 이름이 되고 말았다. 이름이 달라져서 그런지 뭔가 달라진 것 같다.
입국관리국 분위기가 아주 어두웠다. 신유리가오카는 그래도 좀 나았지만, 다치카와는 가는 길도 파여 있어서 여기가 어딘가 싶었다. 길지 않은 시간 기다리는 데도 거기에 있는 외국인들이 다 죄인처럼 무표정으로 있었다. 나는 입국관리국에 가는 걸 아주 싫어한다. 입국관리국에서 기분 좋게 일을 본 적이 없다. 아무런 하자도 없지만, 기분이 더러워지니까. 나는 입국관리국 직원들이 할 일에 외국인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다치카와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분위기가 어두운 것도 처음 봤다. 일본에서 '외국인'은 '죄인'과 거의 같은 의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어디까지나 '입국관리국'이지, '형무소'나 '경찰서'는 아닌 데, 외국인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살고 있는 기분인가? 현재 외국인들이 살아가는 분위기를 본 것 같아 기분이 매우 복잡하고 피곤해졌다. 숨이 막히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고, 입국관리국에 오면 '도살장에 끌려온 소'가 되는구나. 그러니까, 인간취급을 하지 않는 태도로 서비스를 해도 되는 거구나. 새로운 걸 알았다. 슬프다.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같은 건물이라도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일본에서 그런 걸 바라는 자체가 사치일지 몰라도 그래도 내가 살아가는 사회라서 유감스럽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하니 괘씸하다. 처음부터 안내가 제대로 되어 있었다면 헛걸음을 해서 교통비를 쓰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텐데… 시간과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외국인을 대하는 심뽀가 고약한 것에 화가 난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횟감용 오징어를 사다가 데쳐서 오이와 양파에 파를 넣어서 무쳤다. 생선도 사다가 내일 도시락을 만들었다.
사진은 월요일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농가에서 산 야채와 신문지에 싼 것은 달걀이다. 나머지는 수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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