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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수국의 계절

2015/06/27 수국의 계절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잔뜩 흐리고 습기가 많아서 찐득찐득한 전형적인 장마철 날씨였다. 어제 비가 와서 아침에 일어났더니 땅이 젖어 있었는 데, 저녁이 되어서야 조금 말랐다. 비가 안 와도 젖은 땅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습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런 날은 몸도 기분도 습기를 머금어 축 처진다. 집안도 습기에 젖어서 축축하다. 오늘은 집에서 그냥저냥 지낼 요량이었지만, 밥은 먹고 싶어서 일을 나가는 날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쌀을 씻고 침대로 돌아갔다. 나중에 천천히 일어나서 밥솥에 스위치를 넣었다

어젯밤에 생선을 사다 조려서 먹은 탓에 집안에는 생선 냄새가 배어 있다. 어제는 생선이 싼 것 같아 전갱이도 사다가 조렸다. 어젯밤에 먹은 것은 넙치였다. 맑은 날에도 집에서 생선을 조리하면 냄새가 배는 데, 비가 와서 눅눅한 날에는 더 심하다. 생선을 재빨리 먹고 설거지를 하고 조리했던 주변도 청소하는 것이 좋다. 생선을 먹고 싶을 때는 먹은 다음 냄새가 밴다는 걸 잊고 산다. 요새 많이 먹는 것은 토마토와 옥수수다. 토마토가 싸고 맛있을 때 많이 사다가 시도 때도 없이 먹는다. 아침에 토마토와 계란을 볶아서 먹으면 행복한 하루가 된다. 토마토는 볶으면 단맛이 더 강해진다. 어제 토마토를 열다섯 개나 사 왔다.. 이번 주말은 토마토에 파묻혀서 지낼 작정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잡곡밥과 전갱이 조림에 쌈을 싸서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전갱이조림은 아침에 먹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저녁까지 먹고 끝내서 쓰레기를 버리느라고 축축한 날씨에 생선 냄새나는 환경에서 지냈다. 저녁을 일찌감치 먹고 냄비를 씻고 손도 씻은 다음에 수채구멍도 청소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축축하게 더운 장마철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썩어서 냄새가 나기 쉬우니까, 빨리 버리는 게 상책이다

쓰레기를 버리고 카메라를 들고 수국을 찍으러 나갔다. 수국의 계절이 거의 끝나가는 데, 사진이라도 찍어야지. 그런데, 잔뜩 흐린 날 저녁 늦은 시간이라, 사진이 별로다. 주위에 수국이 있는 곳은 파악하고 있어서 걷다가 길에서 뱀도 봤다. 뱀이 움직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어두웠다. 마지막에 들른 수국이 많이 피어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니 모기가 떼거지로 팔다리에 달려들었다. 모기들이 단체로 인정사정없이 달려드니 내가 혼자서 당해낼 재간이 없다. 재빨리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도 팔다리가 모기에게 왕창 뜯겨서 피 냄새를 흘리며 돌아왔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거의 안개가 낀 것 같이 시야가 흐리고 어두컴컴했다. 집에서 비몽사몽을 헤매 듯이 지내다가 오후가 되어 피곤해서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잠도 좀 잤다. 뜨개질도 했지만, 별로 진전이 없는 축축하고 생선 냄새가 나는 하루였다. 그래도 하루를 상쾌하게 마감하고 싶어서 수국을 찍으러 나갔다. 요새 신선한 사진이 없었는 데, 수국을 찍으러 가길 잘했다. 수국이 가장 예쁜 시기는 막 피어오르기 시작할 때다. 아직 꽃이 색감도 나오지 않은 푸르스름한 때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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