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그렇구나, 타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어!
오늘도 동경은 장마철 날씨로 습도가 높고 비가 간간히 비가 뿌리는 날씨였다. 남쪽 지방 규슈에서는 장마가 끝났다고 하니 관동 쪽은 장마철 막바지에 이르러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온다는 것이다. 장마철 날씨가 후지덥근해서 불쾌하고 피로하기 쉬워서 싫다.
오늘은 여성학과 노동사회학 강의가 있는 날이다. 강의하면서 학생들이 요청하면 지난 주말 판문점에서 있었던 남북미 정상 회동과 일본의 경제 보복에 관한 해설을 하겠다고 했지만, 끝내 요청이 없었다. 딱 한 명, 작년에 노동사회학 강의를 듣고 여성학을 들으러 온 학생이 감상문에 해설을 듣고 싶다고 했다. 노동사회학에서도 같은 안내를 했지만, 학생의 요청이 없었다. 일본 학생들까지 똘똘 뭉쳤구나, '애국심'이 대단하다. 솔직히 일본에서 30년을 넘게 거의 대학에서 지냈지만, 이런 경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다.
지난 화요일에 작년에 내 강의를 들었던 학생이 올해 봄에 미얀마에 갔는데 미얀마에서 만난 현지인이나, 외국인이 모두 한국, 한국 해서 놀랐다고 했다. 자기는 모두가 일본, 일본 할 줄 알았는데, 일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더라고 한국이 아주 인기가 있어서 놀라웠다는 것이다. 일본에 있으면 한국이 인기가 있는 줄 잘 모른다. 물론, 일본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있고 K-POP이 인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보통은 드러내지 않고 드러나게 좋아하면 안 되는 분위기다. 그 학생은 드물게 편견이 없는 여학생이라, 편하게 말했다. 아시아에서 그런 경향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라, 보편적인 현상이야. 근래는 K-POP이 인기가 있어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한국에 관심도 높고 그렇더라. 한국 드라마는 생각보다 세계적으로 퍼져있어서 많이 보나 봐.
일본에서는 자화자찬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래서 일본 학생들은 일본이 세계적으로 아주 주목받고 인기가 있는 줄 알고 있다. 그런 일본에 대해 한국이 질투에 불타오른 나머지 '반일'에 미쳐서 일본을 '공격'하고 있는 걸로 여기고 있다. 실은 정반대로 '혐한'을 지긋지긋하게 해온 것은 일본이다. 실제로 외국에 나가 봤더니 일본인이 느끼기에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인기가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주에 강의 중에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에 대한 얘기를 했거든. 지금은 소프트 파워가 오히려 중요하다고, 소프트 파워는 다른 말로 하면 얼마나 매력적인가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소프트 파워에 대한 잠재력이 크고 기술력도 뛰어난데, 그 매력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그에 비해 한국은 잘하고 있다고 하면서 일본에서는 잘 나오지 않지만, 한국에 BTS라는 보이즈 밴드가 있는데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한다, BTS를 아느냐고 했더니 안다는 학생이 한 명도 없어서 깜짝 놀랐다. 진짜로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지만 아는 척도 하기 싫은 것인지. 그 학생이 내 얼굴을 보면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정말이냐고 믿을 수가 없다고 한다. 어떻게 BTS를 모를 수가 있냐는 것이다.
어제 강의에서도 일본에서 느끼는 것과 다른 나라에서 느끼는 한국은 다르다는 사례로 그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BTS를 아느냐고 했더니, 저 쪽 구석에서 여학생 두 명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교실 분위기는 긴장감이 흘러서 여학생들이 무서워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BTS팬인 학생들도 팬이라고도 못하는 세상이 일본이다. 왜냐하면, '반일'로 몰려서 '매국노'가 되기 때문이다. 화요일 어느 학생이 주말에 오사카에서 BTS 콘서트가 있어서 간다고 한다. 지금 일본 분위기가 분위기 인지라, BTS 콘서트가 사고 없이 무사히 진행되길 바랄 뿐이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가는데, 투신자살에 비가 오고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전철이 늦고 난리가 났었다. 매일같이 자살사고가 나고 사람이 쓰러졌다는 이유로 전철이 늦어지는 곳에 살고 있다. 사람들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한다. 돌아오는 길에 환승하면서 시간이 있어서 서점 두 군데 들렀다. 작은 환승역 서점에서 봤더니 BTS가 표지 모델로 나온 잡지를 몇 권이나 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 잡지가 팔리지 않아서 거의 매달 다른 상품을 끼워 팔기 경쟁을 할 정도다. 아, BTS 콘서트에 맞춰서 발매하는 잡지 표지에 나온 거구나. 박보검이 표지인 잡지도 있었다. 한류가 요새 조금 풀리기 시작한 분위기였는데 아베 정권이 경제 보복으로 한국을 폭격했으니, 다시 '혐한'의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 머리가 아팠다.
거기서 좀 더 큰 환승역인 다치카와에서 역 구내에 있는 잡지 코너에 가서 봤다. anan이라는 젊은 여성을 독자로 하는 잘 알려진 주간지에서 BTS를 표지로 두 종류가 나란히 쌓여 있었다. 다른 잡지는 볼 수가 없었다. 단지, anan만 눈에 띈다. 하나는 평소에 발행하는 것으로 650엔에, 다른 하나는 증간호로 1000엔, 비싸지만 팔릴 것으로 보고 그렇게 쌓아 놓는 방식의 진열한 것이다. 서점에서 BTS가 표지인 다른 잡지가 잘 보이지 않게 배치한 것을 보면 지금 사회 분위기 때문에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서점에서도 왜 '반일' 한국 아이돌 BTS가 표지인 잡지를 파느냐고 항의가 들어와도 골치가 아프기 때문에 그런 걸 의식하고 있다. 동경 분위기가 이렇게 살벌하다.
오늘 돌아오는 길에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새로 나온 슈간 분슌이라는 주간지가 놓여 있었다. 그 역에는 전철도 잘 없어서 비가 오는데 누군가 잊고 간 것이라, 주워서 읽었다. 북미 정상이 경계선을 넘는 사진이 실렸다. 그 평에 '소화'를 연상시키는 '올드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기사를 보면 트윗 외교의 위험성이라면서 이번 북미 정상 회담은 사실 '외교'라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외교'가 아니면 뭔데? 친목회였나? 친목회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했다면, 그 역시 대단한 일이다. 이번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깜짝쇼에 속는 것이다. 비핵화는 진전이 안 될 것이며 이익을 본 것은 '북한'이라고 했다. 한국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여기서도 일본의 속내가 보인다.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애써 무시하고 싶다는 속내다. 이어서, 아베 총리의 G20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하는 기사가 있었다. 아베 총리가 각국 정상들과 같이 만찬을 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메인테이블에서 밀어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양 옆에 끼고 식사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앉게 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하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포인트는 주변 국가 수뇌는 자신을 중심으로 메인테이블에 앉게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왕따 시켰다는 것에 있다. 그렇구나,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이지메' 했다는 걸 자랑하고 싶었구나. 그런 걸 자랑하고 싶은 마인드가 지금의 일본을 나타낸다. 그렇게 해놓고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냉대했다고 난리를 친다고 비웃고 있다. 일본의 품격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에 경제 보복이라는 폭격을 해놓고 한국에서 '반일'로 난리가 났다고 거의 '축제'분위기다. 일본에게 버릇없이 굴다가 경제 보복으로 인해 한국이 '폭망'하는 걸 보고 싶다는 것이다. 한일관계에서 항상, 돌을 던지고 불 지르는 것은 일본이지만, 한국에서 감정적인 대응이 나오면 일본에서는 기뻐한다. 한국에서 난리가 나는 걸 보고 자신들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치고 빠지길 참 잘한다. 이성적으로 차분히 조용하고 확실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 한국의 집단지성적인 대응, 행동이 가장 유효할 것 같다. 트와이스의 멤버 사나에게 일본에 돌아가라는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사나에게 무슨 죄가 있나?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과 K-POP팬이 실망한다. 일본인 개인에게 책임을 물으면 안 된다. 양아치 일본 '우익'과 같은 행동은 오히려 꼬투리가 잡혀서 한국이 얼마나 민도가 낮은지 선전하는 효과를 낸다. 일본은 백날이 가도 정작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 어떻게 비치는지 모른다. 무조건 일본은 옳다는 생각이다.
그렇구나, 역시 타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구나. 그런데, 타깃을 잘못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런 '이지메'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지메' 한쪽이 우스운 꼴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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