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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극우가 주류인 일본 사회

일본 사회 판이 바뀌었다. 일본에 있었다는 건전한 '보수'가 '우익'으로 '우익'에서 '극우'로 바뀐 것은 아닐까? 한국의 자유 한국당이 건전한 '보수'인 줄 알았더니, 요즘 보면 '우익'에서 '극우'로 진화한 것을 볼 수 있다. 진화라기보다 '보수'가 갈 길은 '극우'였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보수'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후배와 점심 약속이 있어서 신오쿠보에 다녀왔다. 평일이라서 거리가 한산해서 좋았다. 점심을 먹은 가게에서 일본 경제 보복 영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젊은 아이들은 그런 것과 상관이 없다고 한다. 지금 방학 전이라서 한산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다. 오후가 되어 정말로 오랜만에 해가 났다. 집에 있었다면 침대 시트랑 베개 커버 등 큰 빨래를 하고 이불을 말렸을 것이다. 햇볕이 아까웠다. 

 

요새, 호사카 유지 교수님이 발언하시는 걸 듣고 교수님이 일본 인식이 좀 오래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한국화'해서 낙관적으로 일본을 여유롭게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호사카 교수님을 검색해 봤더니 1988년에 한국에 가셨다. 물론, 한국에 가도 일본에 왔다 갔다 했겠지만, 2000년대에 들어 급격한 일본 사회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호사카 교수님이 동경에서 사시던 배경을 유추하면 좋은 집안과 동네에서 자유로운 생각은 지녔던 것으로 추측이 된다. 개성을 유지하고 발휘할 수 있던 환경이다. 1988년이면 일본의 버블경기가 최고조였을 때에 한국에 간 셈이다. 그 후 한국에서 공부를 하시고 대학에 취직해서 현재에 이른다. 나는 호사카 교수님보다 조금 더 일찍 동경에 와서 일본에서 학부부터 공부했다. 내가 오래 살았던 곳도 동경에서 괜찮은 지역으로 주변 사람들도 국제적이며 진보적인 성향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국제적이며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도 한꺼풀 벗으면 다 '우익'이었고 노무현 시대부터는 한국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며 '극우'로 탈바꿈했다. 2010년대에 들어와 '혐한'이 상식이 된 다음은 '좌파'라고 했던 사람들도 북한과 한국에 대해서는 '극우'적으로 바뀌었다는 말도 듣는다. 아주 극적으로 바뀐 것이다. 

 

호사카 교수님은 일본에 아직도 건전한 '보수'가 많이 있는 걸로 인식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 교수님 주변 분들이 그런 것이 아닐까. 동경도 지역과 계급에 따라 사람들 성향이 많이 다르다. 교수님은 동경에서 야마노테에 속하는 좋은 동네에서 고학력 인텔리 등 건전한 '보수'를 많이 접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나도 그 느낌을 안다. 일본 전체가 '우경화' 했지만, 아직도 아사히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 사람들은 '진보적'인 향기가 짙고, 아사히 신문에 실리는 기사가 상식이 된다. 일본 사람들은 책을 참 많이 읽는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책을 읽는 사람도 줄었지만, '혐한' 서적에서 지식을 얻을 정도로 지식 레벨도 내려갔다. 일본 주요 일간지에서 아무리 많이 팔려도 '혐한'서적을 무시한 것은 자신들이 다루면 안 되는 비정상적인 걸로 봤기 때문이다. 나도 일본에서 '혐한'이 메인스트림이 될 줄 몰랐다. 그런데, '혐한'과 '혐중'이 메인스트림이 되고 일본에서는 상식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는 단지 '혐한'과 '혐중' 서적이 많이 팔려서만이 아니다. 주류 매스컴에서도 정중한 언어와 형식을 갖췄지만, 내용적으로는 '혐한'과 '혐중'인 기사를 매일 같이 쏟아냈다. 팔린다는 이유였지만, 독자가 그런 걸 원하는 것과 제공하는 양 쪽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사회 전체가 '공범'인 것이다. 

 

일본에서 '혐한'과 '혐중' 서적이 많이 팔리고 메인스트림이 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양국과의 '역사적인 관계' 때문이다. 좀 더 말하면 일본이 부정하고 싶은 '역사적인 관계'로 인해 21세기에 사는 일본 사람들이 '혐한'과 '혐중'에 열중하게 된 것이다. 21세기에 들어 주변 국가에 대한 '혐오'라는 의미에서 북한을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간다. '혐한' 이전에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한 후부터 '북한 때리기'가 국민 오락처럼 TV에서 매일같이 '북한 때리기' 재료가 화수분처럼 나왔다. '북한 때리기'를 오락처럼 즐기는 걸 보고 솔직히 놀랐다. 내가 알던 일본 사람들은 예의가 바르고, 자기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체면이 있어서 대놓고 못 사는 이웃나라를 조롱하지 않을 줄 알았던 것이다. 아니었다. 완전히 대놓고 '북한 때리기'를 거국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참 기분이 더러웠다. 한국 사람인 내가 이럴 적에 재일동포들은 어땠을까? '북한 때리기'는 실질적으로 '재일동포 때리기'였기 때문이다. 재일동포는 매일 두드려 맞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한류'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일본에서는 북한과 한국은 다르다는 인식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일본 사람들 의식에서 북한과 한국은 통일이 되어 양쪽을 구분하지 않는다. 한국에 수출한 것이 북한으로 넘어간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들어도 알 수 있다. 

 

제2차 아베 정권은 '혐한'과 '혐중'이 가장 성황이었을 때 출범했다. 그리고, 북한을 정치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한 정권이기도 하다. '혐한'과 '혐중'도 교묘하게 가열하면서 자신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아베 정권 지지율의 핵심은 주변 국가와의 갈등이다. 일본 사회 전체가 '우경화' 했기 때문에 '극우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본 사회 전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자신들이 건전하다고 여기지 '극우화'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의 기본적인 전제로 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 민주화가 더 발전하는 시기였다. 일본이 '우경화' 할 때 한국은 더 민주화해서 시민들 의식이 각성해 갔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다시 읽은 야스다 고이치 씨가 쓴 ['우익'의 전후사]를 보면, 건전한 '보수'와 '우익'과 '극우'의 경계선이 무너진 모양이다. 다 '극우'로 표현을 해도 되지 않을까? 지금 일본에서는 '극우' 외에 건전한 '보수'가 보이지 않는다. 

 

전혀 다른 통계를 참고하기 위해 사회학자 하시모토 겐지 씨가 쓴 [신・일본의 계급사회]를 봤다. 일본 사회 전체가 판이 바뀌었다는 것을 여러모로 알 수 있지만, 여기서는 '혐한'과 관련된 '배외주의'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연구에 의하면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라고 할 수 있는 '넷우익'은 대부분은 30~40대 남성, 대졸로 학력이 높고 정규직 화이트 컬러와 자영업자로 수입도 높은 편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먹고살기 바쁘고 체력이 부족해 왕성한 '극우'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넷우익'도 주류인 사람들이다. 아베 정권이 일본 젊은 세대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예전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2015년 통계를 보면 자민당 지지율이 20%에 미치지 않는다. 오늘 한국 신문에 실린 것처럼 70%나 되는 젊은이가 아베 정권을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젊은 세대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정치에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2016년 수도권 조사에서 '배외주의'와 '국가주의'에 관한 조사를 했다. '중국인・한국인은 일본을 너무 나쁘게 말한다'라는 설문에 '아주 그렇다'가 33.2%, '좀 그렇다'가 40.2%다. '그다지 그렇지 않다'가 17.3%에 '전혀 그렇지 않다'는 2.1%, '모르겠다'가 7.2%다. 여기에서 주목하는 응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로 2.1%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이 숫자가 '혐한'과 '혐중'을 반대하는 숫자로 본다. 내가 개인적으로 강의에서 조사한 것과 수치가 비슷하다. '중국인・한국인은 일본을 너무 나쁘게 말한다'에 '아주 그렇다'와  '좀 그렇다'를 합치면 73.4%가 된다. 다른 말로 하면 '혐한'과 '혐중'이라고 해도 된다. 개별적으로 북한과 중국, 한국을 '혐오'하는 수치는 더 높다. 그리고, 일본이 '혐한'과 '혐중'을 10년 이상에 걸쳐 했지만, 한국과 중국에서 그렇게 장기간 매일 같이 '반일'을 한 적이 없다. 자신들이 한 것을 뒤집어 씌웠다. 이러면 일본이 전체적으로 '극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극우'의 중심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다. '배외주의'와 '군비중시'가 가장 높은 것도 자민당 지지자다. 두 항목 다 65%에 가깝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자민당 지지자, '극우'가 주류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아베 총리는 일본 자민당의 정통성을 나타내는 존재로 최장기 집권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국의 자유 한국당의 민낯이 '극우'인 것처럼, 일본 자민당의 민낯도 '극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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