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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양아치들의 세상?

2015/07/26 깡패들의 세상?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37도나 된단다. 어제 35도였다. 일요일이지만, 청소도 포기하고 아침 8시부터 뜨거운 햇살을 감지하고 창문들을 꽁꽁 닫고 두터운 커튼을 내려서 집안을 어두컴컴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커튼 틈새로 약간 빛이 들어와 가만히 지내기에는 불편하지 않다. 단지 뭔가 하기에는 어두워서 부엌에서 수박을 자를 때도 불을 켰다가 끈다. 어둡다고 불을 켜면 그만큼 더워진다. 사실 집안에서 냉장고나 컴퓨터 등 가전제품을 쓰고 있어서 열을 만들어 낸다. 선풍기도 그렇고… 

금요일로 종강을 하고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방학이라서 바깥에 나갈 일도 없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일을 나가는 평소보다 시간을 들여 비누칠도 하고 더위에 맞설 태세를 갖춰갔다. 그렇다고 더위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보장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흘러갔다.

이번 학기도 나쁘지 않게 끝나길 바랬다. 작년 가을학기가 사상 최악이었으니까, 별다른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강의를 하는 이상, 최저한의 바램이 있다. 다른 과목들을 마치면서 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서 나와 못 보는 걸 섭섭하다고 학기말이 가까워지면 급격히 애교작전을 펼친다. 성적과 전혀 관련이 없이… 나도 재미있지만, 주위 학생들도 재미있어한다.. 그리고는 섭섭함이 감돌면서 종강을 했다. 나름 재미있게 학기말을 마칠 줄 알았다.

그런데, 금요일 3교시에서 걱정했던 4학년 여학생 두 명이, 실질적으로는 한 명이 깽판을 쳤다. 마지막으로 발표가 있기 전에 두 명에게 알렸다. 결석이 3분의 1을 넘었기 때문에 학기말 고사를 칠 자격이 없다고, 그 게 뭘 뜻하는지는 4학년이니까, 알겠지? 발표는 알아서 판단하라고, 전에 알리려고 했는 데, 결석을 해서 알릴 수가 없었다고, 저학년 앞에서 창피할 것이라, 그 정도로 했다. 수업시간에는 별 탈없이 두 명도 발표하겠다고 해서 시키고 끝났다. 커닝을 한 학생이 있어서 실랑이를 했지만 말이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장면은 드라마처럼 급변했다. 다른 학생들이 다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 전기가 꺼져서 어두워진 교실에서 태도가 돌변했다. 둘이 나를 창문가로 몰아가서 단위를 달라고… 취직활동 때문에 결석한 것을 출석으로 해달라는 것이다. 그 건 부정이기 때문에 안된다. 다른 선생들은 다 고려해서 조치를 취해준다고, 나도 당연히 고려해서 조치를 취해 줄 것으로 알았다고. 나에게 당신이 잘못하는 거라고 대든다. 아니다. 다른 한 명이 중간에 나오지 않을 때, 간접적으로 말을 했다. 그때에 분명히 한 명을 말을 알아듣고 반응했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

지난 번에 내가 가르치지 않았다고 자신이 안 한 걸 내 탓으로 돌릴 때, 말투가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나를 바보 취급할 때, 위험한 학생이라는 걸 알았다. 도중에 포기한 학생도 수업 중에 다른 학생들에게 시위하듯 나를 비웃었다. 그리고는 수업에 안 나왔다. 파칭코중독이라고… 미안하지만, 그에게 파칭코보다 재미있는 강의는 없을 것이다. 생트집을 잡아 선생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패턴이다. 나는 어디까지나 선생이라서 그것에 맞서서 학생을 대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몇십년을 강의해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양아치같은 남학생에게 협박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양아치들이 쓰는 말투로 협박해서 얼른 남자 선생을 옆에 데려다 놨더니, 금방 말투가 바뀌더라만… 여학생이 이런 식으로 깽판을 치는 것은 처음이다. 계속, 나는 왜 안되는지, 학교에서 정해진 기본적인 룰을 지켜야 한다고, 그 선을 넘으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은 네가 나쁘다고, 자신들은 정당하다고 난리를 친다. 무서운 아이다. 이건 한두 번 했던 솜씨가 아니다. 예쁘고 복장이나 외모관리도 빈틈이 없다. 나를 만만하게 보고 처음부터 아주 작정을 하고 덤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중하게 대했다. 나중에 어떤 것이 꼬투리가 되어 다른 문제로 돌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서 사정을 해도 어떻게 될 여지가 전혀 없는 데, 내가 못된걸로 아주 개인적인 감정으로 몰고 가서 나를 몰아세운다. 아하, 지금까지 이렇게 일을 처리하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렇겠구나, 감이 잡힌다. 양아치.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직원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말을 했더니, 다른 부서에 가서 말을 해두는 것이 좋겠단다. 문제가 될 소지를 남겨두면 안 된다. 학생들 명단과 출석, 평가에 결석 이유서도 다 들고 갔다. 나는 보기에 따라 어수룩한 부분도 있지만, 일에 관해서는 철저하다. 내가 연구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인 약자 마이놀리티에 법을 어긴 경우도 있는 사람들에 관해 쓸 때, 처음부터 법정에서 자료로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쓴다. 학생들 평가에 관해서도 다른 사람이 봐도 한눈에 알게 객관적인 자료를 만든다. 성적을 등록하기 전 시점에 만약 학생 중에 성적에 문제가 있다고 했을 때 대응할 객관적인 자료를 만든다. 금요일 자료에도 아직 학생들 평가가 끝나지 않았지만, 일을 제대로 하는 직원이라면 한눈에 보고 알 자료를 가지고 갔다

오전에 다른 선생과도 상담을 해뒀다. 만에 하나 다른 문제로 번졌을 경우를 대비했다. 자료에는 출석부에 결석 횟수에 다른 학생들 결석이 거의 없다는 것도 보인다. 30회 수업 중에 깽판을 친 한 명이 12, 취직활동이라는 이유서가 있는 것이 4번에 무단결석이 8번이다. 다른 한 명은 11, 취직활동관련이 3번에, 무단결석이 8번이다.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결석이 없다. 결석이 있어도 한 두 번이다. 결석을 했다면 자습이라도 해야 하는 데, 한 명은 자습도 전혀 없고 한 명은 지시를 무시한 제멋대로 자습이다. 결석 없이 수업에 참가해서 90분 수업이 짧다고 할 정도로 몰입해서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 따라올 수가 없다. 어떻게 ‘정상참작’을 할 여지가 없는 경우인 것이 명백하다

직원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내가 학생들과 어떤 대응을 하는지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직원들이 나를 엄하지만, 마지막까지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 선생으로 알고 있다. 처음 만났지만, 내가 가져간 자료를 보고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는 걸 한눈에 안다.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물었다. 아니란다. 요즘 학생들 90%는 학생인 데, 나머지 10%가 선생들을 공격한단다. 남녀를 불문하고, 선생을 공격한다고… 요즘 경향을 파악했으니 다행이었다. 그리고 다른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학교에 알렸다

솔직히 무서웠다. 대학에서 선생을 상대로 학생이, 그것도 여학생이…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이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일을 당한다고 몰고 갔다. 적어도 대학에서는 선생에게 그런 식으로 하면 불리하다는 걸 알기에 드러내지 않는 데… 대학에서도 ‘양아치’ 근성을 드러낸다. 한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마음이 복잡했다. 그런 류의 사람들이 주로 패권을 장악해서 사회가 점점 엉망진창이 되는 것 같다. 양아치’들 세상인가? 하긴 위정자가 ‘양아치’처럼 본을 보이니까... 대학에서도 ‘양아치’ 양성을 해야 할 판인가? 그러면, 내가 할 일이 없겠다


어제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달맞이 꽃이 오래 핀다. 처음에 핀 것들이 꽃이 훨씬 컸다는…그리고 밤에 피는 꽃이라서 아침에는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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