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9 헷갈린다
오늘 동경은 아침에 맑았다가 오후가 되면서 흐려졌다. 날씨가 흐려지면서 아주 눅눅했다. 저녁에는 소나기가 내렸다. 요런 날씨가 많아졌다. 장마가 끝났다는 데, 날씨는 우기처럼 매일 비가 온다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우기'라는 새로운 시즌이 도입되었나? 소나기가 마치 열대의 스콜처럼 온다. 내가 아는 일본 날씨가 아니다. 이거 뭐 돈 안 들이고 동남아 여행?
요새 헷갈리는 일이 많다. 우선은 날씨가 장마가 끝났다는 데, 완전 장마철 이상으로 비가 오고 습기가 많다. 장마철에는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을 할 정도였는 데… 아니, 분명히 장마가 끝났다는 선언이 있었잖아… 헷갈려, 나는 정상인가?
지난 금요일이 종강이었다. 올해 화요일과 금요일 수업은 학생들이 참 열심히 해서 서로 정이 들었다. 내가 학생들에게 격려하는 것은 일에 속한다. 그런데, 좋은 수업은 학생들도 나를 배려하면서 같이 끄고 나간다. 이러면 수업은 좋은 쪽으로 가게 되어있다. 물론, 성과도 아주 좋게 나온다. 학생들은 교과내용을 통해서 다양하고 종합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 걸 학생들도 느낀다. 그런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관한 신뢰감이다. 우선 학생이 선생을 신뢰하고 선생도 학생들을 믿으면 어떻게 되는 것 같다. 학생들도 종강하기 전부터 수업이 끝나가는 게 섭섭하다는 감상문을 써냈다. 수업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가져야 해서 나는 섭섭하다는 걸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종강 날이 다가오니 헤어지기가 섭섭해서 전날 밤 잠을 못 잤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에게도 헤어지기가 섭섭해서 잠을 못 자는 날이 온다니… 그런 감정은 헤어지고 나서야 느끼는 건 줄 알았는데… 그래서 종강 날은 학교에 가기가 싫었다. 학교에 안 가도 종강은 종강인데, 학교에 안 가면 종강이 안 오는 것도 아닌데… 하, 하, 하, 이런 느낌도 처음 느꼈다. 도대체 어떻게 정신없이 살아왔다는 건지…
그런데, 학교에 갔더니 주위가 조용하다. 내가 날짜를 잘못 알고 학교에 간 줄 알았다. 휴강하는 선생이 많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다. 사무실에 가서 물어봤다. 오늘 금요일이죠? 사무실 직원이 깜짝 놀란다. 예, 맞아요. 왜 그러세요? 너무 조용해서, 금요일이 가장 사람이 많고 수선스러운 데, 조용해서 제가 학교를 잘못 온 줄 알았어요. 직원이, 또 이상한 말을 한다고 웃는다. 저 아직 정상인 거 맞죠? 갑자기 휴강한 선생들이 있나 보다. 그래도 다행이다. 주위가 갑작스럽게 급변하면, 당황스럽다. 내가 항상 뭔가를 제대로 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금요일 저녁에 후배와 종강이라고, 저녁을 먹었다. 약속이 확실하지 않아서 수업을 마치고 버스정류장에서 휴대폰을 봤더니 저녁을 먹자는 메일이 들어있었다. 저녁을 먹고 수다도 떨고, 후배네 가족을 만나느라고 늦게 들어왔다. 돌아오는 길에 먹을 걸 못 샀다. 토요일 저녁, 선선해져서 마트에 나갔다. 나갈 때 만해도 흐렸지만, 비가 올 줄 몰랐다. 마트에서 하드를 사서 나왔더니 비가 온다. 다른 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다 보면 비가 그치겠지. 다른 마트에 가서 요구르트와 사탕, 옥수수 등을 샀다. 밖에 나와보니 비가 엄청 내린다. 하늘에 구멍이 뚫려서 물이 쏟아진다. 어쩌면 하늘에서 바케츠로 물을 붓는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다. 이 정도 비가 오면 조용히 모든 걸 체념하고 비가 멈추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할 수 없이 밖에서 비가 오는 걸 쳐다보면서 하드를 꺼내 먹기 시작한다. 어차피 하드가 녹아가니까, 내 뱃속에서 녹는 게 낮다. 하나, 둘, 세 개까지 먹었더니 턱이 얼얼해서 맛을 모르겠다. 더 이상은 못 먹겠다. 비가 약해졌을 때 돌아왔다. 휴대폰을 안 가지고 나가길 다행이다. 집에 와서 얼른 창문들을 닫는다.
그저께는 분명히 일요일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중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오종종 열을 지어 등교를 하는 게 아닌가. 응? 중학교는 언제부터 방학을 하지? 아직 방학을 안 했나? 그리고 오늘 일요일 아닌가? 평일같아… 이상하다. 휴대폰에 찍힌 날짜를 확인하고 컴퓨터를 켜서 일요일인 것을 확인했다. 어차피 나에게는 방학이라, 평일이건 주말이건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그런 구분은 있어야지. 그 아이들은 오후 3시쯤이 되니 또 서로가 장난을 쳐가면서 하교를 했다. 이상해, 헷갈려… 뭐야… 어제 아침은 분명히 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인데, 일요일 같은 느낌이다. 왜 이렇게 헷갈리지?
어제 아침에 작은 매트들을 빨 때, 시장바구니로 쓰는 가방을 빨았다. 나는 물건을 조심스럽게 쓰는 사람이라, 이런 건 그다지 빨 일이 없다. 처음으로 세탁기에 넣고 빨았더니 세상에 프린트가 벗겨져서 너덜너덜해졌다. 아니, 시장바구니가 손빨래급이라는 거야, 그래도 싸구려가 아니잖아, 빨아서 쓰면 안 된다는 건가?? 헷갈린다. 아주 편해서 외출 때도 썼는 데, 이제는 정말로 시장바구니로 써야겠다. 뭔가 속은 것 같아, 헷갈려...
어제는 학교도서관에 갈 예정이었는 데, 비가 오고 가랑비가 그쳤지만, 나뭇가지에 물기가 그렁그렁한 것을 보니 가기가 싫어졌다. 월요일이라, 가는 길에 유기농 야채가 나왔을 거라, 오이를 사고 싶었는 데, 냉장고에 오이가 딱 한 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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