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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일본 여성

일본 여성의 빈곤 1

2018/08/29 일본 여성의 빈곤 1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이 28도로 선선하지만 흐리며 습도가 높은 날씨다. 어제도 습도가 높았지만 최고기온이 30도로 그럭저럭 지낼만 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매우 흐려서 오후에 들어 볕이 났지만 안개가 것처럼 시야가 뿌였다. 이런 날씨는 최고기온이 낮아도 저녁, 밤이 되어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함정이 있다. 낮에 덥지 않아  어제는 오랜만에 마트에 갔다. 그 전에 야채를 사러 갔기 때문에 마트에 가도 사고 싶은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다른 함정이다. 마트에 가기 전에는 주변에서 야채로 생활을 해서 물린 같아 새로운 사고 싶다. 막상 마트에 가면 주변에서 사는 것과 너무 비교되어 결국 마트에서 사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열흘만에 밥을 했다. 어제 산 찰보리쌀과 쌀에 콩을 넣었다. 반찬이 없어서 어제 산 양배추를 데치고 야채를 사러 갔을 때 밭에서 딴 깻잎 비슷한 시소와 같이 쌈장에 쌈을 싸서 먹었다. 평소에 무인 판매에서 야채를 사는 단골들은 옆에 있는 밭에서 자유롭게 시소를 따라고 했다. 반찬은 없지만 밥이 맛있고 야채가 신선해서 좋았다. 시소 향기와 양배추가 어우러져 가볍고 수분을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맛이었다. 어제와 오늘은 선선해서 집에서 지내고 있다. 오전과 오후에 산책을 겸해 야채를 사러 나가고 마트나 우체국에 다녀온다. 낮에 더워서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섭지 않다는 것만으로 생활환경이 무척 자유로워진 느낌이 든다. 오후에 친구에게 받은 커피를 처음으로 내렸다. 신맛이 많이 나는 커피였다. 날씨가 이대로 그냥 가을로 넘어가길 바랬지만, 폭염은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을 모양이다. 내일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모레는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간단다. 폭염이 마지막으로 발악하는 모양이다. 이틀 동안 선선하게 지내다가 폭염을 맞으려니 공포스러울 정도다. 내일과 모레가 올여름 마지막 폭염이 되길 간절하게 바란다.

  

일본에서 가장 빈곤한 여성에 대해서 쓰려고 준비를 했는데 막상 쓰려고 하면 여러모로 힘들어서 쓰질 못했다. 이런 자료를 읽을 때부터 심리적으로 힘들다. 읽은 자료를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글을 쓰려면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다. 동경에서 마이노리티로 살면서 마이노리티를 연구한 세월이 30년이 넘으니 결코  짧지않다. 마이노리티도 수많은 타입이 있다. 내가 연구했던 마이노리티는 일본에서 '외국인'이라서 나도 같은 '외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심리적으로 접근하기 쉬웠던 점도 있었다. '외국인'이기에 다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연구대상의 실태를 드러내기 쉬운 부분도 있다. 마이노리티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마이노리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노리티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견'을 조장할 수도 있기에 많이 망설인다.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눈에 띄기 어려운 마이노리티는 마조리티에 속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가난한, 가장 빈곤한 '여성'들이 아닌가 싶다. 빈곤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전혀 새롭거나 드문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맥맥히 이어진 오래된 전통으로 아주 흔한 이야기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일찍이 근대화한 나라, 경제성장을 이룩한  경제대국, 선진국 일본에서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가장 빈곤한 '여성'들은 주로 '싱글맘'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싱글맘'은 결혼했다가 이혼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 '결혼'이라는 것은 서류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 만이 아니라, 동거라는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다. 그리고 '미혼모'라고 분류하는 '싱글맘'도 조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아이의 생부를 특정할 수 없는 임신으로 출산한 경우도 포함된다. 세상에 모든 임신은 대부분 직접적으로 '남성'이 관여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빈곤한 여성' 특히 '싱글맘'을 보면 그녀들을 빈곤한 상태에 빠뜨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하나 같이 '남성'인데 '싱글맘'의 생활을 보면 거의 '남성'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임신을 한 상대가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남성'들은 마치 '유령'처럼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결혼해서 이혼에 이를 경우, 아이가 있는 여성들이 쉽게 이혼을 못한다.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힘든 여성들은 아이를 데리고 이혼하면 당장 생활하는 것도 어렵다는 걸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교육을 시킬 것까지 생각하면 이혼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이전 일본에서 '이혼율'이 아주 낮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혼하면 '여성'들이 살아갈 길이 막막했기 때문에 이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혼하면 많은 경우 여성이 친권을 소유하고 어려운 가운데 아이를 양육하게 된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것은 항상 '여성'이고 이혼에 이르게 한 다른 한쪽인 '남성'에게는 관대하다.

 

일본의 '싱글맘'은 대부분 일을 하고 있지만, 과반수 이상이 빈곤한 상태에 놓여있다. 우선, 2015년 후생성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생활이 힘들다'는 세대가 전체에서 56.5%를 차지한다. 빈곤이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지만, 과반수가 '생활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아동이 있는 세대'는' 는 62%, '싱글맘'세대 83% '생활이 힘들다'라고' 한다. 지난번에 독신여성 3분의 1이 월 95만 원 정도 수입으로 빈곤하다고 했다. 그 정도 수입인 여성이 어떤 상대를 만나 결혼할까. 만약, 미혼으로 임신/출산한 경우 확실하게 가장 빈곤한 상태가 된다. 안심해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가 없다. 일본에서 임신하면 정기검진을 받고 건강한 상태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보호받아, 출산 시에도 건강보험,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으면 보조금이 있어 출산에 대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하지만, 빈곤한 여성은 국민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한다. 임신해도 당연하게 여기는 정기검진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중절을 하고 싶어도 중절 비용이 없어서 시기를 놓쳐 출산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2016년 오사카부의 조사에 의하면 228명의 임산부가 미검진 상태에서 출산 시 병원에 왔다. 혼자서 출산하려다가 위험해서 병원에 온 것이다. 검진을 못 받은 이유가 '경제적' 27%로 가장 많고 다음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식부족'이 21%라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식부족''지식 부족'한 계층은 교육 레벨이 낮은 빈곤층이나, 미성년이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 가장 빈곤한 여성은 3종의 '무연' 3종의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한다. 3종의 '무연'은 가족과 지역, 제도이다. 공적이나 사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3종의 '장애'는 정신장애, 발달장애, 지적장애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장애'가 있어도 가족과 지역,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면 가장 빈곤한 상태에 이르지 않는다. 제도는 생활보호라는 복지다. 기본적으로 생활보호를 받기가 힘들다. '싱글맘' 중에는 생활보호를 안 받으려는 사람도 많다. 생활보호를 받으면 아이가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한다. 낙인이 찍혀서 주위에서 손가락질받는다. 재혼을 하려고 해도 장애가 된다는 이유다. 그러면 이런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성매매'가 된다. '성매매'가 가장 시간이 적게 들고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옛날부터 가난한 여성들이 종사했던 일이다.

 

가난해도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가난해서 힘들다는 사람은 누구의 탓도 아닌 '자기책임''자기 책임'이라고 한다. 정말로 그럴까, 빈곤한 여성은 빈곤한 가정에 태어난다. 빈곤의 대물림이다. 아이가 부모를 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런 집에 태어나 부모로부터 보호받는 정상적인 양육과 교육을 받지 못하면 빈곤한 여성이 되는 것이다. '빈곤 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도 자신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다면 '지옥'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빈곤가정에서 학대받은 '미성년' '가출'해서 '성매매'에 종사하게 된다. '성매매'는 일부에서 알려진 것처럼 결코 '고소득'이 아니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싱글맘'이나, '미성년'을 쉽게 차별하고 규탄의 대상으로 삼는다. 사회에서 '고립'된 사람들을 더 따돌리는 것으로 아무런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오히려 문제를 더 만들게 된다. 그들이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었을까? 과연 그들만의 책임일까?

 

국가에서는 '고령화와 저출산'이라고 여성들이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고 난리를 친다.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인구가 주는 것이 마치 여성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질책한다. 정작 아이를 낳고 힘들게 키우고 있는 빈곤한 여성들은 아이를 키우는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성매매'로 살다가 임신한다.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여성이든 안심해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게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일본에서 이혼을 했던, 미혼으로 아이를 낳았던 힘든 입장에 있는 '싱글맘'이 차별과 규탄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임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데 왜 '여성'에게만 가혹하게 책임을 묻는가. 정치와 제도, 사회적 구조에 의해 힘겨운 짐을 지워진 그녀들에게 알게 모르게 돌을 던지고 있다. 너무 무책임하다. 정말로 '고령화와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라면, 어떤 아이든 소중히 여기고 잘 키워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생 정책처럼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을 내팽개치는 것에 대한 소박한 의문이다.

 

 

이번 글도 산으로 간 느낌이다. 그래도 '일본 여성의 빈곤 2'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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