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4 오리무중 ‘위안부’ 문제
오늘 동경은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가 맑아진 아주 드문 날씨였다. 달력은 휴일이지만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봤더니 안개가 자욱하다. 너무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잘 찍히지 않았다. 조금 있으니까, 햇볕이 나면서 안개가 싹 걷히면서 물방울이 빛나는 아름다운 순간을 연출했다. 보기 드문 광경을 보고 아침부터 신이 났다. 실은 어제가 겨울처럼 기온이 내려간 추위에 비가 많이 왔었다. 오늘은 최고기온이 20도가 넘는 날씨로 돌아와서 급격한 기온차로 안개가 낀 것이었다. 아침에 서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강의가 있으니까, 휴일이라 전철시간도 달라졌겠지만 대충 시간에 맞춰서 나갔다. 전철을 타려고 홈에 서있으니까, 내가 가는 쪽에 자살사고가 났다고 전철이 운행을 중지했다네. 오늘은 휴일인데, 거기에 안개가 자욱했다가 거짓말처럼 걷힌 신비한 날씨에?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10시 30분까지 운행을 중지한다고 한 시간이면 갈 곳을 한 시간 중지하면 어쩌라고… 다른 노선을 타기로 했다. 휴일이라 전철이 별로 없다. 근데, 항상 타는 노선이 최단거리다. 다른 노선으로 조금 가서 봤더니 시간이 너무 걸리겠다. 도저히 수업시간에 맞출 수가 없다. 전철에서 사정해서 휴대폰으로 학교를 검색해서 전화했다. 사고가 나서 수업시간에 맞게 도착을 못 한다고, 휴강이 되고 말았다. 하필이면 휴대폰도 집에 두고 나갔다. 돌고 돌다가 한 시간을 허비하고 더 멀게 원점으로 돌아와서 학교에 도착했다. 한 시간 걸리는 곳을 세 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했을 때는 이미 피로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괜한 고생을 했지만, 수업은 휴강을 했고 화가 났다.
어제는 도서관에 가는 날이었지만, 아침부터 비가 너무 세게 와서 집에서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한중일 정상회담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고 싶어서 우비를 입고 우산을 써서 도서관에 갔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신문을 비교해서 읽으니까… 인터넷으로 읽는 한겨레나, 오마이뉴스만으로는 잘 모른다. 한국 측과 일본에서 전하는 내용이 다를 수도 있다. 한국 신문을 읽고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본 신문에는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국 신문보다 좀 더 알기가 쉬웠다. 그래도 일면에서 다뤘지만, 중요한 내용은 없었다. 삼국에서 역사문제에 관해 온도차가 있다는 것, 역사문제에 관한 논의는 피하고 경제를 중심으로 논의했다는 것이다.
실은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일본과 한국, 중국과 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하겠냐고, 다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그렇지, 3년 이상을 일본에서 한국과 중국을 주구장창 그렇게 씹고, 저주하고, 욕했는데 우호적으로 바뀌기는 힘들다. 일본의 '혐한'과 '혐중'보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물고 뜯는 것은 더 오래됐고… 일본에서는 한국과 중국에서 ‘반일’한다고 난리를 쳤지만, 실은 그 반대였다. 일본이 양국에 대해서, 특히 한국에 대해서 내외로 난리에 난리를 치더니, ‘안보 법안’이 통과되고 갑자기 조용해졌다. 역시, ‘안보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주변 국가를 ‘가상적국’으로 할 필요가 있었구나. 한국이나 중국이 어쩌고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일본의 정치적 필요성에 따른 일방적인 것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갑작스러웠다. 그래서 준비가 없으니 성과를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껄끄럽게 있을 수는 없는 법, 그냥, 이벤트를 한 것으로 끝날 줄 알았다. 아베 수상이 한국에 가기 전에 ‘위안부’ 문제에 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는 것도 비쳤는데, 어제 조간신문에는 그런 기사가 없어서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어제저녁 한국 신문에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거론되었다네… 뭔가 일본 측에서 성의를 보인 것 같은 뉘앙스였다. 그래도 관계 개선을 위한 성의를 보였다고 봤다.
오늘 아사히신문을 읽었더니, 일본 측(아베 수상)에서 양보해서 '위안부'문제에 아주 성의를 보인 것처럼 보도가 되었다. 교묘하다. 그런데 마지막에 일본 측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일본 측에서 아예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야지.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끝까지 악역을 해야지. 왜, ‘위안부’ 문제를 들었다 놨다 하느냐고? 갖고 놀 문제를 갖고 놀아야지… 인간이 할 짓이 아니지… 허긴, 자기네 국민이 매일 투신자살하는 것도 모른 척하고 있는 데… 뭘 기대하겠어…
근데,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아베 수상 따라잡기인데… 나는 박 대통령은 인간이 아니라, 한국의 과학기술이 집약된 로봇이 아닌가 의심했었다. 아직도 의심하고 있다. 요새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은 아베 수상과 쌍둥이가 아닌가 할 정도로 닮았다. 이란성쌍둥이처럼 닮아간다… 그런데 박 대통령께서는 아베 수상 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가 ‘쇼와(昭和시대)의 요괴’라고 불렸고, 아베 수상을 일부에서 ‘헤이세이(平成시대)의 요괴’라고 부르는 걸 아시는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한국의 ??'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면 아베 수상, 참으로 아베스럽소. ‘위안부' 문제를 더욱더 혼란스럽게 오리무중으로 만들고 말았다.
마지막 사진처럼, 부디 '위안부' 문제에 안개가 걷히고 찬란한 햇살에 빛나는 아름다운 순간이 연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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