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8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싼 불온한 움직임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렸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에 얇은 코트를 걸쳐 입고 스카프를 해서 우산을 쓰고 나갔다. 요즘 날씨나 너무 춥다가 덥다가 들쑥날쑥하다. 오늘은 비가 와서 추운 날씨였다. 옷을 많이 입고 나가서 정말 다행이었다.
요새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위안부 합의에 관해 하 수상한 움직임이 보인다. 우선, 일본에서는 지난 4.13 총선 결과가 위안부 합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견제했다. 당연히 한국내 여론을 보면 총선 결과가 위안부 합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걸 알고 먼저 견제한 것이다. 4월 14일이었다. 그날 밤에 구마모토 지진이 났다. 16일 새벽에 더 큰 지진이 구마모토에 났다. 구마모토의 피해상황이 알려지며 그후에도 구마모토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21일 위안부를 위한 재단설립을 한다는 기사가 났다. 같은 날에 구마모토 지진에 위안부 할머니가 성금을 보낸다는 기사도 있었다. 한국정부에서 구원 물자와 구조대를 보낸다는 걸 일본 정부에서 거절했다는 기사도 같은 날이었다. 그런 걸 보면 일본 정부는 국내에 강진이 일어난 긴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위안부 합의에 결착을 보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일본 입장에서 보면 국내에 일어난 강진이 가장 긴급히 대응해야 할 안건이다. 나중에 한국정부에서 10만 불 구원 물자를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거기에 한국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에는 소녀상을 철거하는 것이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 다음 날 일본 정부에서는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한다. 위안부 합의에 소녀상을 철거하는 것이 세트라는 의미로 패키지라고 했다. 일본 정부의 태도는 작년 12월 합의가 있기 전부터 변함없는 일관성을 보여준다. 포인트는 소녀상 철거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26일에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서 위안부 합의를 빨리 이행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지난 4.13 총선 결과에 나온 민의를 알고 있다면 해서는 안될 말을 한 것이다. 실수가 아니라, 김종인 대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발언 이리라.
요즘 아베 정권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한다는 중국과 한국을 견제할 큰 건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게 공들였던 호주 잠수함 공동개발에 까였다. 인도네시아 고속열차 수주에서도 중국에 졌다. 미쓰비시 자동차에서 연비를 조작한 것이 드러나서 난리가 났다. 미쓰비시는 일본의 대표적인 재벌의 하나이다. 국내외로 일본의 기술에 대한 신뢰가 와르르 무너져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구마모토 지진도 많이 진정이 되었지만, 아직 끝난 상태가 아니다. 아베 정권은 뭐가 어찌 되었든 소녀상을 철거하고 싶다. 그동안 경위를 보면 아베 정권이나, 한국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에 위안부 할머니를 배려하는 인간적인 마음이 전혀 없다는 건 너무나도 자명하다. 아베 정권은 구마모토 지진에서도 자위대의 활약이나 미군의 협력을 부각하며 자신의 치적(안보법 통과)을 홍보했다. 아주 훌륭하게 연출된 피해자에게 무릎을 꿇어 위로하는 사진도 많이 나돌았다.
아베 정권에게 아니 지금까지 어떤 정권도 일본에서 보면 한국은 만만하다. 특히 아베 정권에서는 7월에 있을 선거를 위해서도 위안부 합의를 이행시킨다는 즉 소녀상을 철거하는 실적이 꼭 필요하다. 구마모토 지진이라는 긴급상황에도 불구하고 밀어 부쳐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한편 일본 국민이 보면 일본이 구마모토 지진이라는 재해를 당해 슬픔에 젖은 상황에 한국의 과거사 문제를 가지고 다시 일본을 곤란하게 만드는 꼴이다. 일본 정부가 매스컴을 동원한 언론플레이로 그렇게 몰고 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얄미울까. 즉,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것 같은 한일관계가 다시 한번 격랑에 흔들려 난파선이 될 운명에 처해 있다. 막장드라마도 이런 막장드라마가 없다. 그렇다고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면 한국민에게는 다시 한번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줄 것이다. 일본은 다시 한국민을 짓밟고 굴욕을 주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본과도 좋은 관계로 발전하기 어렵다. 사실 일본에서는 한국사람들이 느낄 굴욕이나 한국 사람을 짓밟는 것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과 좋은 관계 따윈 중요하지 않다. 주변 국가와의 관계는 어떻든 자신들이 원하는 걸 할 수만 있다면 된다.
소녀상을 철거하는 것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나 일본 정부도 한통속인 것으로 보인다. 소녀상이라는 위안부 문제의 심볼을 지키는 일은 위안부 할머니와 한국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소녀상을 지켜내는 것이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발전적인 관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주에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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