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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이야기

태풍을 기다리며

2014/10/13 태풍을 기다리며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오고 있다. 오늘 밤에서 내일에 걸쳐 태풍이 온다고 경계상태에 있다. 요새는 자연재해가 빈번해서 어느 정도 크기의 태풍에는 일찌감치 경계태세에 들어가 학교도 휴강을 하고 전철도 멈춘다. 경제적인 손실을 생각하면 크겠지만, 인명피해를 생각하면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에 따라서는 태풍이 오기 전에 일찍 나오라는 회사도 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풍이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것은 전혀 반갑지 않다

일본은 연휴 마지막 날이다. 친구네도 두 딸네 가족이 와서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시를 즐기고 토요일에는 호텔에서 자고, 어젯밤에는 내 집과 둘째 사위가 사는 집으로 나뉘어서 자고 오늘 아침 9시에 고베로 출발했다. 친구네 딸도 2년만에 봤더니 나이를 먹었고, 손자 손녀는 크게 자랐다. 친구네 딸들이 중학생과 고등학생이었을 때 만나서 고등학생이었던 딸이 마흔이 되었다고 한다.

어제는 아는 사람들이 발표를 하는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4년 전에 네팔 아이를 부탁한 친구가 와서 발표하기에 인사시키러 데려간 거다. 네팔 아이가 고향에 돌아가니까, 친구와 둘을 세워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친구도 네팔아이네 집과 가족을 잘 알기에 사진을 그 아이네 가족에게 보이려고…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에게도 관심 있는 테마라서 심포지엄에 같이 갔다. 심포지움에서는 같은 테마가 입장에 따라 너무도 다르게 표현되는 걸 보았다. 다른 친구도 홍콩 관련 심포지엄에서 발표하는 데 공교롭게도 겹쳤다. 나는 거기에 가고 싶었는 데, 네팔아이를 데려가야 해서 못 갔다. 

네팔 아이는 집에 와서 심각하게 고향에 가서 가족을 만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가족들이 기대하는 만큼 못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돈을 부쳐 주길 바라고, 이번에 갈 때에도 가족들에게 비싼 선물을 사 가지고 가길 기대하고 있을 거라고 한다. 내가 알기로는 가족들이 일본에서 어떻게 살고 돈을 버는지 몰라서 기대할지는 몰라도, 설명하면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년에 대학원에 갈지, 취직을 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자신을 위해서는 대학원에 가고 싶지만, 가족을 위해서는 취직해서 돈을 벌어 보내야 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아직 부모님 나이가 젊고 다른 형제들도 그만그만 사니까, 지금은 자신의 성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부모님께 효도는 나중에 하라고 했다. 부모님네도 마을에서 잘 사는 층에 속하니까. 그런데, 네팔아이는 마음이 괴로운 모양이다. 어제, 카메라를 사가야 한다고 해서, 요새 왠만한 사진은 휴대폰으로 찍어, 카메라로 찍어야 하는 사진은 별로 없다고 했더니, 카메라 살 필요가 없겠단다

네팔아이가 이룬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가족에게 보이기가 힘들다. 가족들에게 인정받으려면 물질적으로 보여야 만 하는 것은 아닐 텐데… 부모님이나, 형제들도 충분히 교양이 있다. 그러나, 네팔아이는 고집스럽게 물질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화가 났다. 어린나이에 혼자 와서 그만큼 하면 열심히 잘한 거라고, 학교 다니면서 돈을 어떻게 그 이상 버느냐, 못한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 안 다니고 돈을 번다. 길게 보면 학교에 잘 다니고 공부하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라고, 학교에 잘 다니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나는 이게 그 아이나 가족에게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밤늦게 수세미를 비롯해서 내가 한 가방 챙겨놨던 걸 가지고 갔다. 자기를 위해서 챙겨뒀던 옷을 입어보고 가장 좋아한다

어제는 그 아이가 갑자기 답답해진 모양이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짐이 무겁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자기 혼자서 해나가기도 벅찬데… 아마, 성장통이겠지 싶다

오늘 밤, 태풍이 조용히 지나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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