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7 일본 대학생의 변화
오늘도 동경은 하루 종일 비가 춥고 비가 오는 날씨였다. 도서관에 가는 날이라서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요가를 하고 아침밥으로 고구마를 쪄서 먹었다. 고구마만 먹으면 목이 메이니까 어제 끓인 감자 된장국과 같이 먹었다. 날씨에 맞춰서 옷을 입으려니 날씨 변화가 너무 심해서 감이 잡히질 않는다. 옷을 덜 입으면 추울 것이고 많이 입으면 더울 것이기에 어려웠다. 7부 소매 티셔츠에 츄리닝 바지를 입고 위에 망사 원피스를 입고 긴소매 점퍼를 겹쳐 입었다. 나갈 때 목에 찬바람이 부는 것 같았지만 그냥 나갔다. 옷을 찾아서 입느라고 늦장을 부려서 도서관에 도착한 시간은 12시에 가까웠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 가는 길에 초등학교 옆에서 큰 감이 두 개나 떨어져 있는 걸 주었다. 상태가 아주 양호한 것이었다. 지금 초등학교는 공사 중이라, 교통정리를 하는 아저씨가 계셔서 떨어진 걸 줏어도 되냐고 물었다. 아니면 괜히 이상한 사람이 되니까. 감은 비를 맞으며 가는 길에 먹었다. 감이 커서 배가 부를 정도였다. 손에 감이 끈적거림이 남아서 길 옆에 난 풀에 닦았다. 밭 가장자리에 난 풀에도 손을 닦았다. 이게 나중에 문제가 되었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먼저 2층에서 신문을 보고 4층으로 올라간다. 도쿄신문을 살짝 훑어 봤지만 새로운 것이 없을 것 같아서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에 올라가면 짐을 내려놓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오늘은 늦게 가서 마음이 급해서 화장실도 안 가고 새로 온 책이 있는 책장에 갔다. 책을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손등이 가려워 온다. 가려우면서 손이 부어오르는 것 같다. 예감이 안 좋다. 고른 책을 책상 위에 놓고 화장실에 갔다. 먼저, 소독액으로 씻었더니 더 화끈거린다. 손은 가려운 부분이 빨갛고 부워 올랐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흐르는 물에 손을 씻었더니 화끈 거리는 것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자리에 돌아와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봤더니 빨갛고 부은 부분에서 열이 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부은 것도 가라앉았다. 내 추측에 의하면 밭 가장자리 풀을 만졌을 때 제초제가 남은 것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니면 풀에 독성이 있었나?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는데, 감을 두 개 줏었다고 좋아했더니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 대학생들의 섹슈얼 마이노리티에 관한 이해에 대해서 쓰기로 하자. 요즘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의 가장 큰 변화가 섹슈얼 마이노리티에 관한 것이 아닌가 싶다. LGBT로 요약이 되는 섹슈얼 마이노리티를 받아들이는 변화는 갑자기 와서 보는 나도 놀랄 정도이다. 학생들의 변화는 수업에서 받는 감상문을 통해서 읽을 수 있다. 학생들이 경험하는 주위 친구들이 섹슈얼 마이노리티라고 커밍아웃한다고 한다. 가까운 친구가 커밍아웃해서 지켜봤지만 성적 취향이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 것은 없더라는 평이 일반적이다.
한 여학생은 여중고 출신인데 학교에는 동성 커플이 많았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여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학 갔더니 남자를 좋아해서 커플이 되었다는 케이스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레즈비언인 줄 알았는데, 바이섹슈얼이었나? 하는 이해다. 여학교 때 보이쉬하고 멋있는 여선생님이 계셔서 여학생들이 쫓아다닐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혹시 그 선생님도 동성애자가 아니었나? 한단다. 신경이 쓰여서 페이스북에서 그 선생님을 찾아서 봤더니 파트너 관계가 복잡하더라고 한다. 자기 느낌이 맞는 것 같다고....... 출신 학교에서 겉모습은 여성인데 자신은 남성이라는 학생이 학생회장 출마에 나섰단다. 다른 반에서 비겁하게 그 걸 트집 잡아서 선거에 졌다고 한다. 학생회장을 하는데 그런 사항은 아무런 지장도 없고 그런 트집이 아니었으면 학생회장이 되었을 거라고 한다.
남학생들도 주위에서 섹슈얼 마이노리티에 해당하는 친구들을 본다. 이성애자인 자신으로서는 잘 모르지만 옆에서 보고 친구가 고민하는 걸 들으면 자연스럽게 나와 다르지만 그렇구나 한단다. 이해는 못 하지만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내 강의를 듣는 학생 중에도 거의 '여장'으로 보이는 옷만 입는 남학생이 한 명 있다.. 머리도 길고 밝은 밤색으로 염색해서 파스텔 톤의 옷과 잘 어울린다. 옷은 주로 밝은 파스텔 톤으로 입는다. 스모키 한 핑크색 티셔츠에 노랑 바지, 핑크색 바지도 잘 입는다. 피부도 하얗고 행동거지도 귀여운 소녀 같다. 그 학생은 특이한 복장으로 눈에 확 띄지만 아무도 특별히 주목하지 않는다. 그 학생에게는 옷차림과 행동거지가 어울려서 자연스럽다. 그저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한다.
학생들에 의하면 섹슈얼 마이노리티는 아주 개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그 걸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주위 친구들을 지켜본 결과, 성적 취향이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다. 요새 보면 LGBT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해서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사회 분위기가 커밍아웃해도 될 것 같아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아니냐고 했다.
일본에서 예상외로 급격히 섹슈얼 마이노리티에 대한 이해가 늘어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주위에서 그런 친구들을 보는 것을 들 수가 있다. 자라면서 주위에 자신과는 다른 친구가 있다면 편견이 없을 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일본에서는 섹슈얼 마이노리티가 매스컴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고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전부터 있었지만, 현재 대표적인 인물로는 마쓰코 딜럭스이다. 마쓰코 딜럭스는 남성으로 동성애자이면서 '여장'으로 TV에 나온다. 인기 프로그램의 원 톱 사회자로 지위를 굳혔다. 그는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면서 지성을 겸비한 탤런트로 정치나 연예계 소식에서도 그의 의견을 듣고 보도할 정도이다. 그가 다른 섹슈얼 마이노리티 탤런트와 다른 점은 성적 취향이나 거대한 몸집에 '여장'이라는 특수성보다 탤런트로서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실력이 단단해서 성적 취향이나‘여장’을 그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회자인 그는 '혐한'에 K-POP 비하로도 유명하다. 그와 같은 섹슈얼 마이노리티 탤런트들이 매스컴에 노출이 잦으면서 그들을 섹슈얼 마이노리티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가진 사람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섹슈얼 마이노리티들의 노력과 그들이 방송을 통해서 노출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단, 매스컴에 노출되는 섹슈얼 마이노리티가 거의 '남성'이며 '여성'은 극히 드물다.
마지막으로 지금 젊은 사람들을 둘러싼 일본 분위기는 '초식 남자'라는 섹스에 관심이 없는 남성에 대해 '육식 여자'라는 성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여성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남녀의 밸런스가 바뀐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 움추러 드는 남성과 드세어진 여성이라는 것을 부추긴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다, 경기가 좋다고 하지만 피부로 느끼질 못 한다.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왜 월급이 오르지 않는지 모른다. 미래에 대해서 전혀 낙관적이지 못하다. 남학생들이 연애에 대해서 아주 소극적으로 연애를 한 적도 없지만 벌써 포기했다고 한다. 일생 여자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다고...... 그런 분위기에서 여학생들이 연애에 희망을 가지기도 어렵다. 그렇고 보니 주위에 있는 LGBT를 보면서 개인의 취향이고, 어디까지나 남의 연애가 되는 모양이다. 오히려 '여혐'이 더 강하다. LGBT에게 관대한 포즈를 위하면서 '여혐'을 부추기고 있다.
세상이 바뀔 때는 삽시간에 바뀐다는 것을 느낀다. 어쨌든 섹슈얼 마이노리티들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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