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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옥타마의 가을 2

2013/11/17 옥타마의 가을 2

 

어제 친구와 아침 일찍부터 옥타마에 트랙킹을 갔다. 금요일에는 지방에서 옛날 학생이 찾아와서 저녁에 만나서 밤늦게까지 말을 하느라, 집에 돌아오니 밤12시였다. 뒷날 아침이 일러서 준비하고 자니 1시가 넘었다. 그리고 지금은 대학 선생이 된 옛날 학생의 상담내용도 무거워서 뒤숭숭한 기분이었다. 잠을 잘 못 잔 것이다.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처음으로 트랙킹 슈즈를 신었다. 친구가 보내준 거다. 8시에 역에 도착했다. 옥타마라는 지명을 들어도 한 번도 갈 일이 없었다. 그래도 한 번은 가보고 싶었다. 직행열차가 있었는 데, 누군가 가을 청명한 날 아침에 자살을 했는지 그 영향으로 열차가 없어졌다. 완행으로 도중에 갈아타는 걸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세상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완전 러시아워에 전철을 탄 것처럼 사람으로 미어터졌다. 차림도 산에 가는 옷차림이다. 물론 서울에서 본 것처럼, 본격적인 차림은 아니었지만, 다 산에 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길은 친구에게 다 맡겼다. 나는 따라간다는 입장으로… 우리가 내릴 두 정거장 전에 사람들이 많이 내렸다. 갑자기 열차에 탄 사람이 반쯤으로 확 줄었다. 가는 길에 감나무가 많았다.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그리고 유자나무가 많아서 유자 열매의 노란색이 가을 하늘에 매치해서 예뻤다. 선로가 단선이라서 철로 가까이에 있는 집이 아주 잘 보인다

친구와 따라서 열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화장실에 갔다. 공기가 아주 차겁고 맑다. 산속의 공기다. 집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10시가 넘어도 공기가 차가웠다. 친구가 안내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강가를 따라서 올라가다가 내려가다가 걷기 어려운 길을 걸었다. 그다지 많이 걷지도 않았는 데, 길이 폐쇄되었다고… 인터넷에는 그 정보가 없었다네… 친구도 길치인 것 같다. 나는 모른척하고 잔소리나 군소리 없이 그냥 따른다. 내가 나섰다가는 완전히 효율적으로 앞으로 나가기 때문에 친구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열심히 걷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근데, 친구가 길을 잘못 들었다. 그냥 도로를 따라서 한참을 걷게 된 것이다. 도로는 신호가 없어서 차들이 완전 스피드를 내고 달린다. 걷다가 감이 떨어진 것도 줏어 먹었다

아침 열차에서도 나를 뚷어져라 쳐다보는 남자가 있어서 불쾌했다. 그렇게 보는 것은 참 실례다. 내가 튀는 패션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수수하게 얼굴에는 선크림만 바르고 나갔다. 현지에서 걷는 데도 아저씨가 은근히 같이 행동하려고 들러 붙는다. 귀찮다. 친구는 말을 하지만, 나는 그냥 무시한다. 그 아저씨는 먼저 갔다. 세 번째 이상한 남자는 동행한 여자분들이 있었는 데, 관심을 끌려고 내 앞에 넘어지는 흉내까지 냈다. 나는 기가 막혀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도대체 뭔지 몰라서, 옆에 있던 동행이 신경 써서 괜찮냐고 묻는다. 옆에 있는 동행에게 왜 그렇게 눈치가 없느냐며, 질책하는 말투에 인간성이 드러난다. 음식점에 가서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하며 잘난 척하는 타입 같은 사람이다. 옆에 있는 사람들과 사이 좋게 지내지, 왜 지나치는 사람을 걸고 넘어지려고 하는지… 쓸데없는 남자들이 어지럽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러나 그 시선에는 정말로 다양한 표정과 메시지가 담겨있다. 일본에서 아저씨들에게 당하는 불쾌한 시선은 정말로 싫다. 시선 만으로도 충분히 치한이 되고도 남는다. 그런 시선에 대응하는 것은 무표정이다. 그러나 아마도 불쾌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모처럼 좋은 곳에 가서 좋은 기분으로 지내다 오고 싶은 데… 속이 뒤집어진다. 두 시간 사이에 세 명이나 만났으니... 휴일에 나가서 그런 시선을 받아야 한다면 외출하기 싫어진다. 더구나 산에 가서도 그렇다면… 신선한 산의 공기가 무색해진다. 정말로 매너가 꽝이다
그런데 걷는 것은 좋았다

볕바른 곳에는 남천이라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고, 이름모를 작은 꽃들도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강에는 카누를 타는사람들이 있었다. 현지에서 강습을 하는 모양이다. 강물은 파랗고 카누가 단풍이 든 것처럼 색이 예뻤다. 차들이 쌩쌩달리는 터널 옆에는 사람들이 걷는 작은 터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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