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9 불쾌한 시선
오늘 동경은 겨울 날씨였다. 하루종일 흐렸다가 밤이 되는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창문을 흔들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갑자기 추워지면 곤란하다.
지난 수요일 오후 아주 불쾌한 시선을 받았다. 아침에 일 교시를 마치고 다음 주 강의를 준비한다. 오후에 있을 강의 준비도 마치고 점심을 일찍 먹고 오후 강의가 있는 곳에 갔다. 버스를 타면 온통 나이 드신 분들로 가득하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내릴 때 할머니 한 분이 끄는 가방을 가지고 버스를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내가 도와 드릴까요? 했더니 정신이 나에게 팔려서 더 시간이 걸린다. 버스에서 내리고도 버스에 너무 가까이 서서 버스가 출발하지 못한다. 내가 손을 잡아끌어서 버스가 출발했다. 학교로 가는 길 언덕이 아주 가파르다. 할머니에게 말을 걸어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가는 동안 돕겠다고 했더니,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는 의미에서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재일동포 할머니 같아 보인다. 묻고 싶었지만, 할머니가 놀랄까 싶어서 그냥 갔다.
사 교시 강의는 학생이 150 명 정도로 많은 편이다. 그래서 강의에서 배부하는 자료를 카피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출석표와 감상문을 쓸 용지도 따로 챙기느라 바쁘다. 책상 위에는 지난번 강의 때 썼던 자료와 피드백을 할 학생들이 쓴 감상문 등으로 가득하다. 카피를 끝내고 자료를 가지고 앉는 자리에 돌아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한숨 돌린다. 그러면서도 자료를 체크하고 챙기고 있었다. 시선을 느껴서 봤더니 건너편 테이블에 앉은 남성이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거기에서 말을 건네고 인사를 하는 사람은 사무실 직원과 아는 여교수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사는 하지만, 잘 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가끔 나이 드신 남성분이 카피를 하다가 기계에 문제가 생겨서 화를 낼 때 가까이에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돕지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거나 친절하게 대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 할 일이 바쁘기 때문이고 그런 일들은 내가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보면 나이 드신 남성분은 화를 낸다. 아마도 주위에 여자들이 있는데 달려들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쳐다보는 시선은 우연이겠지 싶었다. 계속 시선을 느껴서 보니 나를 아예 작정하고 계속 쭉 주시하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뭔 XX 같은 매너인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표정을 보면서 상대방이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널 선택했어, 나 같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는 대상으로 선택받은 너는 영광인 줄 알라"는 것이다. 이런 시선과 표정은 '모럴 해러스먼트'를 하는 자들 특유의 것이다. 결코 나에게 호의적인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자신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면서 '상대방이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다'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내가 자기를 유혹했다는 것이다. 그 날은 아주 수수한 옷차림으로 목에 선명한 푸른색 스커프를 두른 것뿐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미치지 않은 이상 그 바쁜 와중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대중의 면전에서 유혹할 일은 죽었다 깨도 없다. 내가 미련해서 사람을 유혹한다는 것 자체를 모른다. 그런 무례한 시선이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의 시선은 내가 잡혀 먹힐 '먹이감'이나, 공격할 '타깃'이라는 것이다.
강의 전에는 집중해서 강의할 것을 점검한다. 집중하는 걸 방해하는 것도 싫다. 내 앞에 앉았으니 그 사람 행동은 보기 싫어도 시야에 들어온다. 다른 나이 든 교수가 와서 데려가는 걸 보니, 게스트 스피커 인지도 모른다. 강사실을 나간 것이 내 앞이라, 뒷모습을 봤다. 나이를 먹었는데 옷을 유행에 따라 통이 좁은 바지를 입을 것을 보니 자신이 꽤 멋쟁이인 줄 아는 모양이다. 뒷모습을 본 인상으로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강의를 마치고 왔더니 자리를 옆으로 옮겨서 앞이지만 내가 친한 여교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내가 친한 여교수를 방패 삼아 자신의 시선을 가리면서 나를 쳐다본다. 내가 불쾌한 표정을 보였으면 오해를 살 여지를 만들면 안 된다. 하다못해 스마트 폰이라도 들여다보던지, 나를 등지고 앉아야 한다. 그럴 의사가 없는 것이다. 다른 자리는 다 비었는데 그 자리에 앉은 의도가 다 보인다. 내가 친한 여교수에게 내 정보라도 알아내려는 것은 아니겠지? 불쾌해서 아주 기분이 더러웠다.
친한 여교수에게 문자라도 보내려다가 내가 오버하는 꼴이 될까 봐 그만뒀다. 아무리 대학에서 강의를 할 정도면 뭐하냐고? 인성에 결함이 있고 기본적인 매너가 꽝인데,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 시선으로 아주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시선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단지 시선만으로도 충분히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에 불려 올 정도면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직장에서 주변에 '모럴 해러스먼트'를 해서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는 인물이기도 한 것이다. '모럴 해러스먼트'를 행하는 사람들은 권력지향형이라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출세해서 권력을 잡고 있다.
내가 '모럴 해러스먼트'를 당한 피해자이고 다른 피해자들의 상담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전혀 알 수 없는 '모럴 해러스먼트' 가해자들의 행동 패턴과 의식구조를 알 수 있게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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