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1 연애 매니지먼트 개론?
오늘도 동경은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요새는 계속 날씨가 맑아서 좀 건조하다. 습도가 20%정도로 가면 그냥 앉아있어도 입이 바싹바싹 말라간다. 계속해서 수분을 보충해줘야 한다. 정전기도 빠지직거린다. 그저께 학교에 가서 학생들 리포트를 받고, 최종 점검을 했다. 학생들과 약속은 오후 5시부터 6시반이었는데, 학교에서 3시반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그것도 각기 다른 부서에서, 선생님, 학생 아무개가 선생님을 찾는데요. 다른 데서도 선생님 학생들이 찾아왔어요. 아, 예 학교에 도착했어요. 지금부터 갑니다. 시험기간이라, 시험을 하는 선생과 학생들 외에 학교에 사람이 없다. 나도 시험을 안하는 사람이라, 리포트를 받으러 간거다. 학교에 간 김에 리포트를 프린트하고 다른 일도 본다.
학생들이 랜덤으로 찾아온다. 그리고는 제멋대로 한 과제물을 가지고 와서 평가를 해달라고 ‘협박’한다. 리포트를 써내라고 메일을 보내려 했던 학생도 왔다. 이심전심이었나? 내가 메일을 보낼까, 고민 했어. 선생님이 그럴 줄 알고 제가 이렇게 과제를 해갖고 왔잖아요, 고맙죠? 주객이 전도라고, 학생 태도가 나보다 훨씬 거만하다. 그렇게 머리가 좋으면서 왜 수업시간에 집중을 안하냐고? 과제를 봤으니 가져가라고 했더니, 나에게 기념으로 준단다. 필요 없어. 선물인 줄 알고 고맙게 받으라면서 두고간다. 다른 과목을 듣는 학생도 리포트를 가져온다. 내가 나타난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4학년 학생이 리포트를 가져왔다. 제가 이 시기에 좀 죽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출석이 좀 모자랍니다. 그래, 졸업을 할 것 같아? 예, 취직은? 제가 음악을 하는데요, 펑크계통… 그걸로 먹고 살수 있을 것 같애? 예, 먹고 삽니다. 그래, 대단하구나. 그러면, 그 걸 리포트로 써서 내. 근데, 요즘도 펑크가 유행하니? 그전에는 펑크를 하는 밴드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별로예요. 제가 어렸을 때는 펑크가 한창이었어요, 가라오케 가서도 펑크 만 불렀는데… 리포트 써서 메일로 보내.
다음 학생이 왔다. 시간을 제대로 맞춰서 온 학생이다. 지금까지 온 학생들은 시간도 제멋대로 와서 나에게 자신들이 한 과제를 앵기고 갔다. 그러면서, 단위를 주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한다. 시간 맞춰 온 학생은 3학년 남학생이다. 지난 번 취직활동 때문에 지각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걸 알려주자, 오기를 내서 지금까지 배운거 다 복습해 온다고 큰소리쳤다. 그래, 해와. 시험을 통과 못한게 내탓인가?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난다. 지난 번에도 그랬는데. 지금 담배를 피고 와서 그래요. 여기 보세요, 제가 말한대로 복습했습니다(으쓱). 어, 했네. 근데요, 선생님 복습을 해보니까요, 아주 재미있어요(한번 더 으쓱). 그렇지, 제대로 하면 재미있는 거야. 그래서요, 제가 반성 했어요. 뭘? 다시 한번 제대로 공부 하려고요. 그래, 잘해봐. 저기요, 선생님, 선생님이 저 가르쳐 주실래요? 그러면 제가 아주 잘 할 자신이 있어요(왠지 잘난척). 학생이 꼬신다. 자기를 가르쳐 달라고. 뭐??? 아니, 내가 친구냐? 이런저런 말을 한다. 주로 학생이 자기 얘기를 한다. 제가 수영선수였거든요. 수영하는 건 좋았어요. 목표가 확실하니까, 다른 것도 목표가 확실하면 잘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가 취직을 금방 할 것 같아요(자뻑모드). 취직이 정해지면 남들이 취직활동 하는 동안 시간을 버는 거니까, 의미있게 쓰고 싶어요. 잘했다, 그럼 단기유학이라도 다녀와. 학생이 계속 말을 한다. 30분 이상을 잡고 있다(아무래도 칭찬을 듣고 싶었던 모양). 내가 다른 할일이 있거든, 가주라. 칭찬을 해줬더니 학생이 아주 행복한 기분이 되어 돌아간다. 학기말이 되니, 수업에 따라서는 학생이 나를 친구처럼 편하게 대한다. 단위는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아주 거만하게) 제가 이 과제물을 한 건 단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선생님을 위해서입니다. 아니지, 자신을 위해서지…
NPO매니지먼트를 했던 학생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학생 친구가 알바한다는 중국집으로 갔다. 음식이 별로다. 학생들이 자신들 연애 스토리를 말한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힘들어서 헤어졌어요. 그리고 다른사람을 한달 사귀어 봤거든요. 근데, 아무래도 그게 아니더라고요. 또 헤어져서 그 전 남자친구와 같이 살아요. 같이 살아도 남자친구가 아니고 쉐어메이트에요. 난 이해를 못하겠어. 좋아하는데 헤어진다니, 그건 드라마에 나오는 거지, 뭐 그렇게 복잡하니?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또 금방 다른사람과 사귈수 있니? 어떻게 자기 마음이 쉽게 바뀌냐고? 근데, 그렇게 돼요. 그래서, 지금은 괜찮아? 예, 지금은 취직활동을 하니까요. 이 상태가 좋아요. 그렇구나. 선생님은요, 엄마도 아니고 이모도 아닌데, 교수님도 아니에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 근데, 그건 과목내용도 아니고 시라바스에도 없어. 저희에게는 그게 더 중요해요. 대학수업에서 연애 매니지먼트, 인생 매니지먼트 없거든요.
한 명은 인생을 구원받았다고 한다. 히키코모리를 했던 학생이다. 그것도 몰랐는 데, 마지막에 밝혔다, 실은 제가 히키코모리였어요. 내가 무슨 종교 교주냐, 예, 저에게는 선생님이 종교고 교주에요. 그건 위험하다. 학생들은 왜 자신들 얘기를 미주알 고주알 하고 싶은 건가?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듣는다. 그들은 꽤 솔직하게 자신에 관해 말을 한다. 연애 매니지먼트, 인생 매니지먼트, 구원 같은 걸 내가 할 수가 없다. 뭐 해결사도 아니고, 점쟁이도 아니다. 학생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자신들을 이해해 줄거라는 ‘오해’를 하게 하는 재주가 있나보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점수나 단위가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돌아오는 전차에서도 남학생이 자신의 연애 진행상태를 자세히 보고한다. 그래, 지금은 그래서 행복하니? 행복하다면 그게 중요한 거 같애, 정답이 어디 있겠니? 학생들이 나보다 훨씬 지혜롭게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채점할 것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