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5 네팔아이-2
오늘 동경은 흐린 날씨였지만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오후가 되면서 더 흐려지고 내일 춥고 눈이 내린다더니, 그런 날씨가 되려고 본격적으로 꾸물거린다. 어젯밤도 책을 읽다가 3시쯤에 자서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뻣뻣하다. 그리고 눈도 잘 안보인다. 이대로 가다가 나는 겨울잠을 자는 곰이 되지 않을 까 싶다. 돼지 쪽이 가까운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곰 쪽으로 진화를 하는 모양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라도 뱀은 아닌 것 같다. 감정몰입 하는 책을 읽다가 자면 감정몰입을 했던게 기억이나 몸에 감각으로 남는 모양이다. 그래서 잠을 자고 나서도 산뜻하지가 않다. 그러나, 그렇게 감정몰입을 할 수 있는 책이 적다. 그러므로 감정몰입을 할 수 있는 책을 찾아서 그 느낌을 내 몸에 새기는 거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내 몸에 축척된 중성지방처럼 나의 일부가 되어간다. 그러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나에게 책을 읽는 것은 밥을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늘 오후에는 동백꽃 사진을 찍으러 추워지기 전에 나가려 했다. 나가기 직전에 네팔아이가 전화를 했다. 오후 3시에 일어났다면서, 오늘은 알바가 없단다. 내일 눈도 오고 추워진데. 내일은 약속이 있어요. 그래, 나는 집에 있던지, 도서관에 갈려고. 요새 채점을 하거든. 저도 어제 시험이 끝났어요. 근데, 제가 대학을 다녀 보니까, 선생님이 대학에 가기전에 했던 말이 다 맞는 것 같아요. 좋은 대학에 갔어야 하는 건데… 그럼, 내가 다녀보고, 대학에서 일을 하면서 한 말이니까, 너에게 도움이 되라고 말을 하지. 근데, 너는 말을 안듣잖아.
저기, 선생님 의견을 듣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뭔데? 같은 대학에 다니는 한국선배가요, 쉐어를 해서 같이 살자고 해요. 선생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제가 뭔데? 여자랑 같이 산다는 거지요. 여자랑 같이 살아도, 그냥 집을 쉐어해서 사는 거잖아. 방을 같이 쓰는 것도 아니고,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둘만 사는 것도 아닌데, 맘이 내키면 같이 살아봐. 괜찮을 까요? 그건 니가 알지, 내가 그 선배를 본 것도 아니고. 너 네팔사람들 하고 같이 사는 거 좀 그만둬라. 일본 와서 3년이 지났는 데, 너는 어떻게 네팔사람들 세계에서 한발도 안나오니. 여긴 네팔이 아니거든. 넓은 세계에 나왔으면 다른 세상사람과 교제를 해야지. 그러면서 외국에서 살아가는 거야. 그리고, 너는 말도 안들으면서 왜 물어보니? 그래도… 정말로 죽어라고 말을 안들으면서 내 머리 꼭대기에서 논다. 좋은 결과가 나올리가 없다. 그래도 나에게 묻는다. 기대를 안하면서도 또 말을 한다.
동백꽃 사진을 찍으러 갔다. 집주변과 산책 가는 공원에 동백꽃이 많이 피어 있어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날씨가 많이 흐려 꾸물럭거린다. 아니, 그 녀석은 왜 전화를 해서 속을 뒤집어 놓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사진을 찍으면서 갔다. 가장 꽃들이 많은 곳을 마지막으로 남겨놓고 사진을 찍다 보니 배터리가 나갔다. 왜 하필 꽃들이 가장 많은 곳을 찍으려니, 배터리가 나갔다. 아, 아깝다, 먼저 여기를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또 한번 나와야겠다. 요새 운동부족으로 곰이 되어가는 터라, 얕으막한 산에 올라갔다. 얕아도 산은 산이라, 산을 타는 기분이 난다. 네팔아이는 산에서 자란 아이라, 산의 정기를 가끔 보충해야 하는 데, 내집에 못와서 그것도 못하고 있다. 아마, 산의 정기가 떨어졌을 거다. 산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리고 동백꽃을 가까이서 실컷 감상하고 돌아왔다. 집에 오면서 생각을 해보니, 같은 내용을 몇번이나 묻는 걸 보니, 쉐어를 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내가 전화를 걸었다. 해보고 싶으면 해봐, 너 해보고 싶은 거잖아. 경험 해보는 게 중요한 거야. 그러니까, 해보라고. 혹 문제가 생기면 거기서 나오면 되잖아. 학생들은 그렇게 쉐어를 해서 사는 모양이더라, 그냥 공간을 쉐어해서 같이 사는 거니까, 뭐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그렇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냐. 알았어요. 해보려고요.
오늘도 동백꽃 시리즈입니다. 요전날 올렸더니, 예쁘다고 하셔서 찍으러 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