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 종강 그리고 방학
일본대학생 2011/01/27 00:00 huiya
지난 주 금요일부터 어제 오후까지 서울에 갔다왔다.
서울은 예상보더 훨씬 훨씬 추웠다. 바쁘게 일만 보다가 왔다.
요즘 일본대학은 학기말로 종강을 하고 시험을 본다. 내가 하고있는 수업들도 지난 주부터 종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주 종강을 한 수업에서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서 섭섭하다고 난리였다. 한 여햑생은 나를 껴안고 몸을 밀착시켜와서 긴장했다. 그 중에는 선생님 좋아한다는 편지도 몇명있다. 문제가 되었던 남학생 그룹도 무사히 단위를 받고서, 선생님 최고! 소리를 지르며 나간다.
아무래도 쟤가 감기약을 너무 먹었나보다.
다른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후배에게 물어본다.
요즘 학생들은 선생안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게 유행이야?
학생이 선생한테 좋아한다면 단위를 주는 줄 아는 걸까?
후배가 저보고는 알기쉽게 설명하라고 하던데요.
너한테는 좋아한다고 고백해오는 여학생이 없어?
전혀 없어요.
이상하다. 내가 하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나한테 선생님 좋아한대, 수업중에 그러더라고 근데 한 두건이 아니야. 나는 요즘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신종 전염병인가 했지.
요즘 대학생들은 ‘아이’들이다. 그 전에는 ‘어른’인 척 했는데, 요즘은 그냥 ‘아이’이다. 그래서 나한테 엄마에게 어리광부리는 것처럼 ‘좋아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애정표현을 하는 것이다. 그 전에는 ‘좋아한다’는 말을 잘 못했다. 아니 하면 안되는 말이였다. 그런데 요즘은 쉽게한다. 선생에게 조차도. 당황스럽다. 나는 엄마가 아니다.
오늘 오전 종강하는 수업은 ‘국제사회학’이였다.
마지막 수업이어서 영화를 보여줬다. ‘워낭소리’였다. 작년에 다른수업에서 교재로 ‘워낭소리’를 썼다. 교재로 쓰기에 참 적절한 영화이다. 우선 길이가 90분 수업에 맞는다. 그리고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좋은 영화이기도 하다.
내일 수업은 ‘노동사회학’과 ‘여성학’이다. 여기서도 같은 영화를 보여줄거다. 내일로 수업이 다 끝납니다.
오늘 학생이 쓴 영화감상을 몇 개 소개합니다.
“아주 감동했다. 나도 우울증, 과식증으로 돈도 없는데 약을 먹으면서 어떻게 지탱하며 살아가고있다. 이 영화를 보니, 내 병이 아무것도 아닌것 같다. 병으로 가는다리, 소를 소중히 여기는 할아버지 모습에 감동했다. 자신의 농사보다 소를 더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이나 공부가 살아가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신적으로 약하고 다른사람에게 의존하며 살아야하는게 아닐까?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한 줄기 빛을 준 영화였다.”
“이 영화는 사람의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자기답게 살 것, 주위사람과 소중한 존재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충격적인 영화였다. 소와 농업을 통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소가 죽고 난 다음 어떻게 살아갈지 좀 걱정이 된다.”
“ 오늘 영화를 보고 ‘인간이 왜 일을 하는 걸까?’ 영화속 할아버지는 죽을 때 까지 일을 한다는데, 정말로 그 게 ‘행복’이라고 할 수 있나? ‘진짜 행복’은 어떤 것일까? 오늘 영화를 보고 졸업해서 사회인이 되서 생각해야 할 테마가 주어진 것 같다.”
졸업생은 영화감상 외에도 인사말을 썼다.
“ 저는 3, 4학년 2년간에 걸쳐 선생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정말 여러모로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새로운 생각,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배웠습니다. 올해부터 취직해서 직장생활을 합니다. 이 수업을 통해서 배운것을 살려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겠습니다. 2년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학생은 레포트를 만점받은 학생이다. 지난 주 레포트를 내고서 내 주위를 맴돌며 “제가 열심히 썼으니까, 선생님도 잘 읽어달라”고 하더니, 과연 레포트는 수업을 통해서 전했던 것들이 잘 살아서 학생것이 되어있었다. 오늘도 수업이 끝나서 쓸데 없이 내 주위를 맴돌다 갔다.
“오늘로 이 수업도 끝납니다. 이 수업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수업에서 배운걸 제 인생에 살려나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중에는 다음 강의도 듣겠다고 예약을 하는 학생도 있다.
“이 수업을 통해서 제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선생님 강의를 다시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코멘트를 쓰는 학생들은 점수가 높다. 거의 최고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다.
그리고 내 강의를 듣는 학생은 계속해서 듣는다. 강의내용이 다르니까, 과목도 달라서,,,
그런데, 나는 학생들이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강의를 한 걸까? 무슨 얘기를 했지?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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