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4 성폭력범의 아내와 어머니
오늘 동경은 기온이 20도 이상이나 되는 아주 따뜻한 날씨였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빨래 마르기에 최적인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과 담요 등을 말리고 빨래를 했다. 일요일이라. 청소를 할까 싶었는데 일주일 단위로 하는 청소라서 아직은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까지 따뜻했다가 내일부터 다시 겨울날씨로 돌아간다고 한다. 다시 겨울날씨로 돌아가는 것은 싫지만 어쩔 수가 없다.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에 대한 고발 미투(#MeToo)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성폭력'을 범하는 사람 중에는 결혼해서 부인이 있거나 자신의 딸과 같은 여성을 범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성폭력범'에게 상식적인 '도덕관'으로 '피해자'는 둘째치고 부인과 딸에게 미안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들은 '성폭력범'이다. 상식적인 '도덕관' 쯤은 우습게 알고 자신들의 '권력'가 '권위'를 이용해서 자신들 같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런 '파혐치한' 악행을 저지를 리가 있느냐고 한다. 사회적으로 '가해자'의 시선으로 '피해자'를 보기에 미투가 활발히 전개되는 와중에도 뻔뻔스럽게 자신들의 '정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도 범죄율이 낮다고 안전한 나라라고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지만, '성폭력'에 대해서는 관대하기 그지없는 나라다. 뿌리깊은 '남존여비' 사상에 성평등과는 거리가 먼 사회이기에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성폭력' 중에서도 비교적 가볍다는 그래서 아주 흔하디 흔한 것에 대해서 말하기가 쉬워진 분위기이다. 어디까지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성폭행'에 관해서는 '피해' 입은 여성은 조사 결과 10%나 되지만, 경찰서에 가는 것은 '피해자' 중 4% 이하인 걸로 알고 있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경찰서에 가는 것도 두려워한다. 경찰에 의한 '2차 피해'와 '피해자'가 '증거'를 가지고 가서 범죄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힘든 일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수치심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참고로 '성폭력' 중에서 가장 강력한 '성폭행'은 대부분이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것이다. '성폭력범'은 교묘하게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를 이용한다.
'성폭력범'의 아내는 어떤 사람들일까? 지금까지 읽은 자료에서 '성폭력범'의 딸 입장을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성폭력범'의 아내와 어머니는 등장한다. 남편의 범행을 수습하는 단계에서 그 아내가 등장한다. 여러 유형이 있지만, '피해 여성'이 자신의 남편에게 꼬리를 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남편보다 상대방 여성을 공격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에는 남편은 잘못이 없어서가 아니라, 남편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상대방 여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자신과 가족의 생활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남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경우는 남편을 뺏기면 안 된다는 것도 있다.
'성폭력범'의 아내는 남편의 범행을 뒷수습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회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전형적인 타입이다. 일본에서는 아내가 임신했을 때 '성폭력'을 범해서 발각하면 아내가 아이를 업고 가서 '피해자'에게 같은 여자로서 자신과 아이를 불쌍하게 여겨서라도 '합의' 해달라고 사정했다. '피해자'가 같은 여성으로서 합의로 눈감아 주면 무사히 넘어간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가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다. '피해자'와 '성폭력범'의 아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아내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남편의 범행을 무마하러 다닌다. 그래야 가정을 지킨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같은 여성으로서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과 공감보다 자신과 남편,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된다.
'성폭력범'의 아내들은 남편과 같은 남성 우월주의 문화를 공유한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 외에는 남편으로서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의 범죄로 인해 이혼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남편의 범죄를 용서할 수도 없어 관계에 금이 간다. 하지만, 가정과 가족을 지킨다는 것이 '성폭력범'인 남편을 지키고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그렇기에 남편이 저지른 '성폭력'이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남편의 '권력과 권위'의 크기를 나타내는 일이다. 남편의 '권력과 권위'를 같이 향유하는 입장인 것이다.
'성폭력범'의 아내와 어머니는 서로 다른 입장이면서 남편이나 아들이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 자신들 탓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사로 잡힌다. 어머니는 자신이 낳고 길렀기에 죄책감이 더욱 크다. 아들이라도 '성폭력'이라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는 '괴물'을 이해할 수 없지만, 낳고 길렀다는 이유로 아들의 범죄가 자신의 책임으로 느껴진다. '성폭력범'은 대부분 성인으로 충분히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라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한편 아내는 자신이 아내로서 남편을 잘 보필하지 못해서 남편이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 아닐까 해서 죄책감을 느낀다. '성폭력'이 자신과의 관계에서 성적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 이유일까 고민한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해서는 '성폭력범'인 아들과 남편을 용서해주길 바란다. '성폭력범'은 자신의 범죄로 말미암아 자신에게 중요한 여성인 아내와 어머니에게도 상처를 준다.
어쩌면 '성폭력범'의 아내와 어머니에게 같은 여성으로서 '피해자'의 고통을 상상하고 공유하기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일본사회 > 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의 증상 (0) | 2020.04.01 |
---|---|
일본, 한국인 유학생 차별 (0) | 2020.03.13 |
성범죄자의 심리 (0) | 2020.03.01 |
여성이 빛난 평창올림픽 (0) | 2020.03.01 |
일본의 성폭력 리스크 회피 (0) | 2020.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