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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여성이 빛난 평창올림픽

2018/02/26 여성이 빛난 평창올림픽

 

오늘 동경은 아침에 흐렸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맑아졌다. 어제는 하루종일 어둡게 흐린 추운 날씨였다. 최고기온은 어제와 오늘 비슷해서 10 정도였다. 같은 기온이라도 아침부터 맑게 개어야 햇살이 들어와 집이 따뜻한데 어제 날씨가 추운데다 아침에 흐려서 집이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다. 그래도 춥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제는 일요일로 청소하고 빨래하는 날이다. 아침에 날씨를 보니 청소하기 좋은 날씨가 아니라, 청소와 빨래를 포기했다. 오늘 청소하려고 했더니 날씨가 흐려서 일기예보를 확인한 다음 빨래를 했다. 전에 이불과 담요 베개를 널어서 말렸다. 오늘도 청소는 하지 않았다. 지난 주도 청소를 평일에 했다.

 

오늘은 월요일, 도서관에 가는 날이다. 하지만 도서관에 새 책이 들어오는 곳에 들어 갈 수가 없어서 도서관에 가는 의미가 별로 없다.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근처를 산책겸 농가와 야채 무인판매를 거쳐서 마트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아침부터 이불과 담요 등을 말리고 빨래를 해서 널어서 말리느라고 따뜻한 시간이 지나고 말았다. 밖에 나가기에 날씨가 추워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요새 뜨개질을 하던 것을 마무리하려고 집에서 지냈다. 짧은 원고도 쓰고 학교일도 마쳐야 할 것이 있어서 정신은 거기에 쏠려있다.

 

 

평창올림픽이 끝났다. 나는 동경에 TV도 없이 살지만, 이번 평창올림픽에 관한 뉴스는 관심을 갖고 봤다. 개인적으로는 올림픽에 관심이 없다. 이번 평창올림픽에 관심을 가진 것도 세계적인 스포츠의 제전이어서가 아니라, 북한과 단일팀을 결성하고 북한에서 선수와 응원단을 파견한다는 등 특별한 의미를 가진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에 살고 있어서 아무래도 한일관계에 얽힌 일에 주목하게 된다아베 총리가 올림픽 개막식에 안 간다고 튕기다가, 막판에 이르러 갔다. 가기 전부터 언론플레이를 해도 해도 너무 해서 진절머리가 났다. 일본은 가기가 싫었는데, 한국에서 사정 사정해서 어쩔 수 없이 간 것이라고 공치사를 했다. 이왕 간 것 나름 예의를 갖추고 매너있게 행동했으면 좋았을 걸, 초딩 수준의 찌질함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가서 올림픽이라는 국제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그런 아베 총리의 행동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의 없었다.

 

일본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해서 날마다, 까고 또 까는 기사만 떠서 넌덜머리가 났다. 일본 매스컴의 기사를 통해서 평창올림픽을 보면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미개해서 올림픽을 할 수준이 못 된다는 시선이다. 평창올림픽을 미친듯이 까면서 자신들의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다. 일본 매스컴이 평창올림픽을 까야 한다는 사명감을 띤 것은 아베 총리의 행동과 연동된 것으로 일본의 '팀플레이'인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웃나라의 잔치를 별의별 이유를 동원해서 까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심보에 신물이 난다. 놀부는 저리 가라다. 일본 매스컴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화가 나는 것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그대로 본을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여성'들이 빛난 인상이다. 일본과 관련해서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와 고다이라 선수의 아름다운 우정이 빛났다. 한국 뉴스를 먼저 보고 다음날에 일본 뉴스를 비교해서 봤더니, 한국 뉴스와는 전혀 달랐다. 일본 매스컴에서는 고다이라 선수에게 비판적인 기사가 많았다. 거기에는 이상화 선수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고다이라 선수의 이상화 선수와 우정어린 행동이 꼴보기 싫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한국이 싫었으면 자국 선수가 열심히 노력해서 금메달을 땄는데 평가하지 않고 비판한다는 것인가. 어느 신문은 고다이라 선수와 이상화 선수가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는 걸, 영국 매체에서 가져온 기사가 실렸다. 거기에 달린 댓글도 거의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욕하는 것으로 도배되었다. 여기에도 일본에서 거국적으로 한국을 까는 '팀플레이'를 볼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일본이 지금 평창올림픽을 까는 것은 국민과 매스컴, 국가 수뇌에 이르기까지 일치단결한 모습이다. 고다이라 선수와 이상화 선수가 연출한 모습에 대해 긍정적으로 쓴 기사는 딱 한 편뿐이었다. 그 것도 고다이라 선수에게 억지스러운 비판이 다 지나간 며칠 후, 외국 매체에 기사가 나간 다음에 올라왔다. 한국과 외국 매체의 보도를 보고 일본에서도 모른척할 수가 없었나 보다.

 

나는 고다이라 선수와 이상화 선수의 스포츠 선수로서 '라이벌' '리스팩트'하고 상대를 위로하면서 감싸주는 모습을 보고 정말로 다행이라고 여겼다. 개막식에서 아베 총리가 준 불쾌한 인상을 지워주고도 남을 행동을 한 고다이라 선수가 고마웠다. 여기에는 일본이 한국에 지고 이기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일본이 얼마나 금메달을 많이 따느냐가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에서 고다이라 선수는 일본의 구겨진 체면을 세워줬다. '라이벌'이라고 해서 꼭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 같이 성장하는 관계이기도 한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로 '여성'이었다.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 피겨 스케이팅의 민유라와 갬린에,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팀 추월에서 큰 논란이 있었지만, 주목을 받았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는 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메달의 색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감동을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여자 컬링팀의 마술에 걸려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선수들의 친근감 넘치는 체형과 얼굴들이었다. 정말로 만화에 나올 것 같이 친근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실제로 경기를 하면서 마술에 걸린 것처럼 이겨 나갔다. '드라마'의 절정은 일본과의 경기였다. 마법이 풀린 것도 일본과의 경기가 끝난 다음이었다. 내가 보기에 좋았던 것은 한국과 경기에 진 일본 선수가 자신들을 이긴 한국팀을 '리스팩트'했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일본이 비록 경기에 졌지만,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다는 걸 봤다. 일본팀은 '악역'이 아니었다. 여기에서도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는 '훈훈한 드라마'가 펼쳐졌다.

 

경기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해도 지고 이긴다. 신비로운 마술에 걸려서 '기적'이 나타나는 일도 가끔있다. 그래서 예상치도 못한 '드라마'가 탄생한다. 한일전에서 꼭 한국이 이겨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메달의 숫자로 국력을 판단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는 '축제'가 올림픽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여성'들의 활약이 빛나는 걸 보고 기뻤다.

 

찌질함의 극치를 보였던 아저씨들은, '라이벌' '리스팩트'하는 젊은 '여성'선수들에게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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