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자 '슈칸 분슌'이라는 주간지에 내부 고발로 오카야마 이과대학 수의학부 2020년도 입학시험에서 한국인 입시생 면접점수를 일괄적으로 0점 처리 함으로써 한국인 입시생 8명을 고의적으로 모두 불합격시켰다는 폭로기사가 나왔다. 오카야마 이과대학은 가케학원이라고 아베 총리의 절친인 가케 고타로가 이사장으로 문제가 된 수의학부 인가 과정에 아베 총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국회에서 추궁했지만 풀리지 않은 의혹으로 남아 있다. 상기 기사는 가케학원 간부 직원이 한국인 입시생에 대해 부당한 '국적을 이유로 차별'해서 불합격시켰다는 '부정 입시'를 폭로해서 기사가 된 것이다.
이 기사를 다시 '리테라' [가케학원 수의학부가 입시에서 한국인 수험생을 전부 0점으로 한 국적 차별! 마에카와 기헤 전 문과성 차관은 "사실이라면 사학 조성금을 끊어야 한다"]를 통해서 다시 읽었다. 왜 가케학원 간부 직원은 면접시험을 0점 처리해서 합격과 불합격을 나눈 내부문서를 제공하면서 이런 내용을 폭로했을까? 그 학교에서 쫓겨날 텐데, 앞으로 다른 일도 못하게 될 텐데 생각했다. 일본에서 '국적 차별'이나 '입시 부정'은 공공연한 일로 새삼스럽게 떠들 뉴스 벨류가 있었나 할 정도다. 아마, 가케학원이 수의학부 인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아베 총리의 절친에 '혐한'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논객들이 객원교수로 포진하고 있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만한 곳이라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오늘 동경은 맑고 별다른 특징이 없는 날씨였다. 따뜻하거나 춥지도 않았다. 내일을 다시 날씨가 추워진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콕 박혀 지내면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감염이 확산되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유럽 이탈리에서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는 걸 보면서 중국과 한국의 사례를 참고로 하면서 발 빠르게 대처해서 피해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통제가 가능했고, 한국은 유연성과 순발력으로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지만 일본이나 유럽, 다른 나라에 한국처럼 재빠른 대응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코로나19의 감염 확산 방지는 시민들의 협조와 시간과의 싸움이라서 피해가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며 안타깝게 여길뿐이다.
일본 국회에서는 오늘 '긴급 사태 선언'을 할 수 있는 '특별 조치법'이 통과했다. 며칠 전부터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별다른 마찰이 없이 통과하고 말았다는 것에 대해 아주 우울하다. '긴급 사태 선언'으로 인해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언론의 '보도 통제'와 '정부 비판'을 금지하는 것이다. 마치, 옛날 제국시대, 전쟁 때 언론을 통제해서 정부의 발표만 보도했던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총리가 되기 이전부터 언론장악에 힘을 썼던 인물이다. 예를 들어 2001년 NHK에서 위안부 문제를 특집으로 다룬 프로그램 방영하기 전에 압력을 행사해서 내용을 대폭 수정시켰다. 당시로서는 공영방송 NHK에 대해 정치가가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시대였다. 그는 총리가 되고 나서 공공연히 NHK에 측근으로 낙하산 인사를 감행해서 실질적으로 NHK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못하게 만들었다.
또 하나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아사히신문이다. 아사히신문이 집중포화를 맞은 것도 위안부 문제 관련 보도였다. 아사히신문을 국회에서 호명하며 공격하는 걸 신호로 사방팔방에서 매스컴을 총동원해서 융단폭격을 가해 아사히신문이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그와 반대로 소수 극우파 신문이었던 산케이신문이 극우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해서 메이저 언론이 되었다. '특별 조치법'이 없어도 현재 일본의 주요 언론은 거의 완벽하게 정권에 의해 장악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 비판'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를 빌려서 이런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특별 조치법'은 '헌법 개정'의 전 단계라고 한다. 아베 정권의 관심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민의 안전이 아니라, 자신들이 지향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데에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특별 조치법'이 없어도 충분히 '독재국가' 같은 통제와 억눌린 사회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일본은 사실상 자민당의 독재로 쭉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21세기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봉건시대 왕조로 돌아간 '아베 왕국'이 된 느낌이다. 물론, '아베 왕국'은 아베 정권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아베 왕국'을 따르고 받드는 백성들이 있기에 성립하는 것이다. '특별 조치법'은 정권에 의한 권력의 극대화, 독점을 노린 것으로 국가권력의 폭주를 제어할 장치가 없기에 아주 위험하다. 하지만 일본에서, 주위를 봐도 그런 위험성을 느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가 한국에서 군사 독재 정권하에서 성장해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2018년에 도쿄 의과대학의 '입시 부정'이 탄로가 났다. 도쿄 의과대학에 문부과학성 관료의 아들을 부정 입학시켰다는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8년간 점수를 감점하는 조작을 해서 여성과 재수생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게 발각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차별이며 '입시 부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그에 대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사회를 위해서는 도쿄 의과대학이 하고 있는 것이 타당하다고 옹호하는 내용으로 도배가 되었다. 나는 대학에서 일하면서 먹고사는 사람으로 이런 명백한 '입시 부정'이 드러났는데도 오히려 그런 '범죄'를 저지른 대학이 옳다는 댓글을 보면서 내가 이상한 건가 했다. 일본에서 의대는 학비도 아주 비싸고 들어가기가 힘들어서 어릴 때부터 쭉 사립학교에 보내고 사교육을 시킨다. 일본에서 의사가 되려면 의사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 조건을 가진 가정 출신 여성과 재수생조차 차별당하는 게 당연한 사회는 건전한가. 한국이라면 나라가 뒤흔들릴 정도의 이슈이지만, 일본에서는 조용히 문제가 되었다. 문과성 관료가 엮인 문제가 발각된 이상 문과성에서 모른 채하고 넘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과성과 후생노동성에서 의과대학을 전수 조사했더니 적지 않은 대학에서 공공연히 발각하지 않게 '입시 부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문과성에서 시정 조치를 했더니 2019년 도쿄 의과대학 합격률은 남성과 여성이 거의 같았다. '입시 부정'이 있었던 2018년은 여성보다 남성이 3배나 많은 합격률이었다. 다른 의대에는 여성 합격자가 남성보다 더 많은 곳도 있었다고 한다. 조사 결과 의대에서는 10년 전부터 무비판적으로 대학의 재량을 넘어선 부적절한 행위(입시 부정)를 하고 있었다. 의사라는 사회적 권위가 높은 직업을 여성에게 참가 기회를 주고 싶지 않은 '남존여비 사상'이 저변에 깔려 있지 않았을까. 이런 것이 상식적인 일본의 민낯이다.
오카야마 이과대학 수의학과로 돌아가자. 원래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에는 "심각한 시코쿠 지방의 수의사 부족 해소"가 인가의 대의명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020년도 수험생 중 시코쿠에서 수의사가 되길 희망하는 학생은 0명이라고 한다. (한국인) 유학생 정원은 '국가 전략 특구법'이 정한 '국제거점'이라는 조건을 채울 명분이었는데 다 불합격시켜서 형식적인 명분도 버렸다. 하지만, 2018년도 개설 당시는 한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에서 유학 희망자에게 입학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유치해서 개학 시 7명이 입학했다. 2020년도는 추천 입시에 21명 정원에 69명(3.3배)이 응시했고, 일반 입시 12명 정원에 341명(28.4배)이 응시했다고 한다. 한국인을 떨어 뜨린 것은 일본인 수험생이 많아서 한국인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 모양이다. 원래 유학생을 받아들여야 하는 조건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다.
가케학원 추천입시는 작년 11월 16일 출신 고등학교 내신서(50점), 기초적인 시험 두 과목 (각 50점), 면접(50점) 합계 200점이다. 나도 대학 입시에 관여했고 면접관을 했지만, 면접장에서 난동을 부린다거나 여간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면접에서 0점은 있을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30점부터 평가를 시작한다. 가케학원에서는 한국인 8명이 면접에서 0점을 받은 것은 교수들이 "일본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하지만 일본어 학과 시험에 만점 가까운 한국인도 있었다. 그중에는 수학(46점), 영어(47점)로 거의 만점을 맞은 학생도 있었다. 합격 커트라인이 138점이니 면접에서 10점만 받아도 합격했다고 한다. 참고로 외국인의 고등학교 내신서는 평균 35점이라고 한다. 솔직히 일본어에서 한국인 학생은 다른 나라 학생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 물론, 전혀 못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그런 학생은 수의학과에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면에서도 일본에서 이과대학을 지망하는 학생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낮은 경향이 있다. 추천 입시에 합격하기 위해서 수험생은 면접 시험 연습을 하고 오지만, 내 경험에서 보면 유학생이나 외국에서 공부한 일본인 학생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훨씬 높다. 기본적으로 유학생의 경우 외국에 유학할 정도로 적극적인 학생들이기에 그런 성향은 면접에서도 나타나서 호감을 준다. 외국에서 공부한 일본인 학생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것에 익숙해 있어서 통상적인 일본인 학생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한국 유학생이나 외국에서 공부한 일본인 학생은 쉽게 말하면 대학 입시를 위해 더 일찍 준비하고 스펙을 쌓아온다. 일본인 학생에게 그런 면은 아주 적거나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국회에서 가케학원 입시 비리에 관한 질문에 대해 가케학원에 문의했다는 답변에 머물렀다. 며칠 후 아사히신문 기사에 가케학원 수의학과에 일반 입시에서 한국인이 4명 합격했다고 한다. 일반 입시, 사비 휴학생 시험으로 합격했다면서 추천 입시에서 한국인을 일괄적으로 면접을 0점 처리한 것에 대해 "차별 의도가 없었다"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항상 이런 식이다. "차별 의도"가 없는데 차별을 당했다는 것은 차별당했다고 느낀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이지메도 이지메 할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 이지메를 당한 사람이 나쁜 것이다. 한국인을 떨어뜨리려고 고의적으로 면접을 0점을 줬으면서 "차별 의도"가 없었다니 대단하다. 떨어진 사람이 나쁜 것이다. 추천 입시에서 떨어진 한국인이 일반 입시에서 합격했다는 것은 추천 입시에서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반증이 된다. 지원자 수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입시 경쟁율이 28대 1이었다. 통상적으로 일반 입시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이 추천 입시를 택한다. 추천 입시 제도는 일반 입시를 통해서 들어 오기 힘든 다양한 학생을 받아 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지금은 대학에 따라 정원을 채우는 방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대학에서 보면 평균적으로 추천 입시로 들어온 학생과 일반 입시로 들어온 학생의 학력차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가케학원이 유명한 이유는 인가를 받는 과정부터 문제가 되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거기에는 아베 총리의 절친이며 역사 수정주의자, 일본회의 별동대에도 찬동하는 가케 고타로가 이사장이라서 그런지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논객으로 유명한 켄트 길버트가 있다. '혐한'서적과 '헤이트 스피치'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켄트 길버트와 다른 극우 논객도 객원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베 정권 지지층의 핵심이기에 '혐한'으로 한국인 수험생을 '국적 차별'로 떨어뜨리는 것은 원래 가지고 있던 차별 의식이 반영된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본의 문맥에서 보면 결코 '부정 입시'나 '차별'이 아니라는 논리가 맞다. 내가 지방 국립대학 재직시 농학부 교수가 했던 말이 "저희 학부에는 남녀 차별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성이 아예 없어서 남녀 차별을 할래야 할 수가 없어요"와 같은 논리다. 사실, 교수와 부교수, 조수를 합해서 100명이나 되는데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 가케학원 수의학과 실라버스를 보면 '혐한' 서적이 참고 문헌으로 올라가 있다고 한다. 역시, 아베 총리 절친의 사학이라서 급이 다른 것 같다.
일본에서 도쿄 의과대학이나, 적지않은 의대에서 관습적으로 '입시 부정'을 해왔듯이 '국적'을 문제로 특히 '혐한'으로 한국인 유학생 차별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단지, 가케학원의 경우 내부고발로 드러났을 뿐이다. 그렇다고 문과성에서 유학생 차별을 가리기 위해 전수 조사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기에 대학에서 차별하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차별이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면 어떤 인재가 키워지는 걸까? 한국인 유학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건전한 교육환경을 위해서 대학이 범죄에 해당하는 '입시 부정'을 공공연히 한다는 자체가 이상하다.
일본에서 '혐한'은 주류가 되어 있다. (한국) 유학생이 대학에 입학해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은 종종 있다. 이전이라면 설사 교수나 직원이 '혐한' 사상을 지니고 있어도 주위에서 보는 눈이 있어서 드러내기가 어려웠다. 이제 일본은 '혐한'이 상식이 된 세상이기에 교수나 직원이 한국인 학생을 얼마든지 차별할 수 있다. 원래 지도교수와 선배가 이지메하는 것이 일본 대학의 암묵적인 관행이다. 만약 대학에서 유학생이 부당한 일을 당하면 대학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좋다. 먼저,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여기저기에 널리 널리 알리기 바란다. 대학에 문제제기를 할 때는 성실하게 대처하는 직원이나 교수, 선배에게 먼저 상담해서 혼자가 아니라, 서포트 해주는 사람과 같이 하는게 좋다. 대학에 아카데믹 해러스먼트나 모럴 해러스먼트, 파워 해러스먼트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학생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일처리를 제대로 하는)대학은 내용을 조사하게 되어 있다. 제도적으로 모든 대학에 해러스먼트 방지 위원회가 있기는 있다. 문제제기를 할 때 학생은 증거 자료(기록이나 녹취 등)를 가지고 있으면 더욱 좋다. 조사 결과에 따라 교수가 징계를 받기도 한다. 교수가 징계를 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교수에게는 조사를 받은 자체가 압력이 된다. '혐한'이 당연한 세상의 대학에 유학하는 한국 학생은 부디 용감하고 씩씩하게 이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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