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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도호쿠 아침시장 기행(東北朝市紀行)

2015/03/26 도호쿠 아침 시장 기행(東北朝市紀行)

 

오늘 동경은 청명하게 맑았지만, 최저기온이 낮아서 겨울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를 하고 아침을 먹고 도서관으로 집을 나선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카피할 책을 가져가서 카피했다. 카피를 마치고 도서관에 도착할 무렵에는 더워서 땀이 났다. 항상 책을 읽는 4층에 갔더니 실내도 따뜻하다기보다 더웠다

일기예보를 봤더니 오늘도 겨울날씨로 추워서 옷을 넉넉하게 입고 나갔다. 장갑까지 끼고 나갔다. 그랬더니 날씨가 풀리려는지 도서관 안은 후끈하게 더웠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날씨가 완전히 풀린 줄 알았다. 그러나 저녁이 되어 도서관을 나왔더니 꽃샘바람이 쌩쌩 부는 여전히 추운 날씨였다. 최저기온을 보니 내일까지 겨울날씨인 모양이다. 공원에는 벚꽃이 꽃을 피우려고 꽃망울이 몽글몽글 달려있다. 꽃이 피려다가 꽃샘추위에 멈추고 있다. 내일도 최고기온은 제법 올라가지만, 최저기온이 2도란다. 낮에는 꽃이 피어 가겠지…

어제와 오늘 열심히 읽은 책은 내가 좋아하는 저자가 쓴 대만의 기쁨이라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저자가 가진 좋은 점이 상호작용한 좋은 작품이었다. 좋은 책을 읽으면 몸과 마음에 좋은 약을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작품을 통해서 힘과 용기도 얻는다. 다른 영양제 같은 책도 가끔은 건진다. 책을 읽고 반납했다가 다시 빌려왔다.

동북지방의 아침시장 기행(東北朝市紀行)이라는 책이다. 저자가 20여년에 걸쳐 아침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아줌마, 할머니들을 사진 찍고 인터뷰한 걸로 만든 책이다. 일본에서 동북지방은 눈도 많이 오고 가난한 지역이다. 그러면서 지역적인 특성이 강한 곳이기도 하다. 험난한 자연환경에서 살아간다는 자체가 사람들에게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여기에 소개한 아침시장에서 아줌마나 할머니가 파는 물건들은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것들이다. 자신이 농사를 짓거나, 산에서 채취한 것을 가공해서 팔러 온 것이다. 대량생산으로 널리 알려진 먹거리가 아닌 지역적인 특성이 강한 먹거리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연에서 먹거리를 채취하거나,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장만하는 것도 자연환경에 의존한다. 옛날과는 달리 인간의 노력으로 생산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땅과 자연과의 협력관계에 의해 생산한다

자연에서 먹거리를 채취하거나, 농사를 짓는 것은 자연과의 대화이며 인간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시작이다. 인간들이 욕심으로 생산을 늘리려고 농약과 비료를 쓰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자연에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산과 바다와 들에는 인간들이 좌지우지 못하는 생태가 있다. 자연의 생태에는 인간이 힘이 미치지 못하는 자연이 가진 초능력에 의해 재생된다고 믿어왔다. 자연은 신이 사는 영역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해도 자연에 신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전제로 살고 있다. 일본문화에는 아니미즘적인 성향이 강하게 남아있다. 생활습관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형태라서 아니미즘이라고 인식하지 않지만, 일본문화의 기층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것에 영혼이 있고 어디에나 신이 있다

이 책을 보면 아니미즘이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지만, 사람들이 자신들 주변의 자연과 어떻게 교섭하면서 먹거리를 확보하는지, 먹거리가 단순히 배를 채우고 영양을 갖춘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아주 원초적으로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한 것에서 출발했는지 모르지만, 인간의 노력과 지혜로 자연에서 얻은 걸 가공해서 삶을 풍요롭게 해왔다. 먹거리를 통해서 자연과 인간이 많은 대화를 하며, 인간들끼리도 많은 것을 주고받으며 몸과 마음의 영양을 섭취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사람들의 삶이 보이는 책이다. 언제부터 인가, 마트에서 파는 대량생산한 것에 익숙해서 먹거리가 나오는 땅과 바다를 잊고, 계절을 잊고 말았다. 방부제가 들어간 먹거리에 중독되어 신선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인간의 야성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먹거리를 통해서 자연과 신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말았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간들이 발명해서 발전시킨 것으로 자연에게 지은 죄는 부메랑이 되어 인간의 목을 조른다. 자연이 재생된다는 자연과 인간의 신뢰관계였던 ‘믿음’이 깨어지고 말았다. 인간들이 자연을 파괴함으로 신을 죽이고 말았다. 그럼으로 인간들이 삶이, 상처받은 영혼의 삶이 되고 말았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허기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 책이 소중한 것은 그런 소박했던 삶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2011년 봄 이후 일본에서는, 특히 동북지방에서 때가 되면 다시 꽃이 피고 새가 울며 풍요로운 수확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신화’가 붕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이 오고 꽃이 피고 새가 울 것이다. 그러나 상처 받은 영혼, 더 이상 신이 살아있지 않은 꽃과 새가 된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새삼스럽게 보인다. 사람들이, 자연과 신의 대화, 인간과 신의 교감이 보이는 생활(신화)이기도 하기에…

책에는 내가 쓴 내용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단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느낀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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