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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개강에서 만난 학생들

2015/04/11 개강에서 만난 학생들

 

오늘 동경은 춥고 흐린 날씨다. 요 며칠 날씨가 급격히 겨울로 돌았다가 다시 봄으로 가는 모양이다. 저녁이 되어 비가 오기 시작했다. 오늘까지는 추운 겨울 날씨라는 것이다. 날씨가 추운 관계로 벚꽃이 핀 채로 지지도 못하고 멈춰있다. 벚꽃도 어정쩡하게 반쯤 피고 지고 잎이 난 상태다. 내일은 날씨가 맑고 따뜻해진다니 빨래와 청소를 마치고 벚꽃을 보러 나가야지

어제도 아주 흐리고 추운 날씨였는 데, 친구가 점심을 초대했다. 친구네 집에 가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꽃을 보러 둘이 산책을 나섰다. 산책을 나서서 공원에 갔더니 금방 비가 오기 시작해서 그냥 돌아왔다. 공원에서 나와서 돌아오는 길에 남자아이가 경사진 길에서 한 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다. 무릎이 아파도 꾹 참고 있었다. 나와 친구가 아프지? 하고 말을 걸었더니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프다고 울면서 어필을 한다. 다친 곳을 만져주면서 집이 어디야? 가까워요. 집에 가면 어떨까? 집에 가도 아무도 없어요. 방과 후 교실에 가야 해요. 그러면서 다시 한 발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지금 눈물이 앞을 가리고 길이 경사져 있으니까, 위험해, 다쳐, 지금은 자전거를 타지마. 알았지, 조심해. , 알았어요. 조금은 위로를 받은 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자기 갈 길을 간다

수요일과 목요일에 개강수업을 했다. 지난 학기말에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서 학생에게 애정을 가지고 수업할 자신이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강의를 하는 게 좋을지,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민했다. 답은 없었다. 그리고 지난 학기말 사건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판정이 났다는 연락과 직접 설명을 하고 싶단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판정이 난 것은 다행이지만, 혐의가 있다는 시점부터 조사를 받았고 많은 생각과 고민에 지쳐버렸다. 학생들과 관계가 좋은 편인 데, 학생들과 거리를 어떻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강을 해도 기대를 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확 다르다. 해마다, 학기마다, 과목마다 새로운 학생을 만난다. 지금까지 짧지 않은 세월 강의했지만, 작년 가을학기가 최악이었다. 학생들이 적대감을 가지고 내 강의를 듣고 있었다. 적대감을 갖고 강의를 듣는 학생을 만드는 사회는 뭔가 확실히 잘못된 곳이다. 그래서 올해 개강이 무서웠다. 다음 주가 되면 다른 과목도 다 시작된다. 이번 주에 개강한 과목은 아시아 사회론, 여성학, 노동사회학이다. 아시아 사회론에 온 학생들도 분위기가 달랐다. 아시아와 서로 이해하고 사이가 좋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학은 일 학년이 많이 왔다. 첫 시간은 우선 열심히 듣고 반응도 좋다. 질문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노동사회학에서는 작년에 여성학을 들었던 학생들이 목이 빠져라고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은 작년보다 확 준 것도 아주 좋은 점이다. 내 강의를 다시 들을 수 있어서, 다시 만나서 반갑고 기쁘다고 열광한다. 다른 학생들도 선생님!!! 소문을 들었다고 만나고 싶었다고 난리를 친다. 느낌표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수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여성학에서 반응이 좀 특별했던 학생과 전철에서 만났다. 그래서 말을 했다. 다른 학생과 약간 다른 점이 있는 학생이었다. 내 눈을 똟어져라 보면서 제가요, 중학생 때부터 성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요. 살짝 긴장하면서 너무 솔직하게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길 바랐다. 전철에 탄 사람들이 완전 초집중해서 우리 대화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고 있다. 글쎄, 수업에서 직접적으로 다룰지 어쩔지는 모르겠는 데. 예를 들면, 성동일성 장애라든지, 게이, 여장한 남자 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 다행이다) 수업에서 직접 다루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아까 말한 사람들은 다 달라. 여장은 단순히 여장이 취미일 수도 있고, 게이와 성동일성 장애도 다르거든. 여장과 남장이라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명확한 구별이 어려울 수도 있어. 화제를 바꿨다. 너는 어디까지 가니? 아직 벚꽃이 남아있지? 전철 안에서 우리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사람들도 대화가 이상한 방향에서 비켜간 걸 살짝 안도하는 눈치였다

학생들이 새삼스럽게 귀여워 보인다. 내가 거리를 두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지난 학기말에 복잡했던 마음으로 생각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다시 생기를 머금은 학생들이 보인다. 학생들은 내가 있어서 신난다고 난리를 친다. 학생들에게도 재미없는 세상인가 보다, 내가 재미있다니…

사진은 수요일 눈이 왔던 날 교정에서 찍은 것과 어제 가까운 공원에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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