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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봄학기 개강

2018/04/11 봄학기 개강

 

오늘 동경은 맑지만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였다.

 

오늘부터 봄학기 개강이다. 첫 교시에 강의가 있어서 조금 일찍 나갔다. 모노레일이 늦게 오고 역에 내렸더니 학생들이 많은데 늦게 걸어서 나는 추월하면서 앞질러 갔다. 학생들이 걷는 스피드에 맞추면 지각한다. 첫날이라, 카피를 뜨는데도 선생들이 줄을 서있다. 자료를 카피해서 교실에 갔더니 조금 늦었다. 첫날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이미 나에게 익숙한 느낌이다. 사립대학 그것도 유치원부터 올라오는 대학인데 학생들 옷차림이 조금 후줄근했다. 요새 유행이 이런 느낌인가? 작년 가을학기에 다른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도 왔다.

 

오늘은 강의 안내를 하고 끝냈다. 학생이 오늘 맛만 보려고 왔는데 선생님이 좋은 사람일 것 같아서 수강하겠다느니, 가을학기 과목까지 예약이 들어왔다. 반가운 것일까? 작년까지와 달리 학생들이 조금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후 강의는 수강생이 많아 추첨을 해서 100명 정도 받기로 했다. 추첨을 해도 경쟁율이 낮아서 2배일뿐이다. 오후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마이크 작동이 안 되니까, 학생들이 손을 들고 의견을 말한다. 다음부터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자기 가까이에 와 달라고 손짓하는 학생도 있었다. 보통 일본 학생들은 질문해도 대답도 안 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손을 드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오늘 오후 날씨가 더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학생들 문화가 바뀌었는지 알 수 없지만 천지가 개벽할 수준으로 변했다.

 

나는 학생들이 부르면 간다. 질문하는 학생들이 신입생이라는 것이 놀랍다. 학생들 문화가 변한 모양이다. 유학생들은 원래 발랄하다. 내가 외국인이라고 유학생들은 선배로 여긴다. 유학생들에게는 주의해서 보다가 잔소리도 하는 편이다. 유학생들이 말을 잘 듣는 편이다. 말을 안 듣는 유학생도 있지만 그래도 듣는 편이다.

 

강의 안내로 끝내고 나왔더니 신입생 우등생 그룹이 밖에 앉아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강의를 꼭 듣고 싶은데 추첨에 떨어지면 어쩌냐는 것이다. 사실 나도 1-2학년이 좋다. 강의도 잘 듣고 성적도 잘 나온다.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오는 것이 1학년이다. 오늘도 높은 점수는 다 1학년이었다. 가장 낮은 점수는 4학년이다. 감상문을 쓰라는 분량을 무시하고 두 줄만 쓴다. 내용도 수업을 들었다는 흔적이 없다. 내가 준비한 자료내용을 카피하면 안 된다는 말도 무시하고 카피한다. 하지 말라는 걸 일부러 하는 것은 선생을 약 올리는 일이다. 이런 기본적인 지시사항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4학년까지 단위를 못 받았기 때문에 1-2학년이 듣는 수업을 듣는다. 4학년이면 취직활동도 있어서 단위를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기본적인 지시사항을 무시한다는 것은 단위를 안 받겠다는 의미다. 단위를 못 받는 것은 내 사정이 아니다.

 

전에는 4학년에게 단위를 주려는 노력했는데 학생들이 당연한 것으로 알아서 다른 학년과 똑같이 채점한다. 그러면 대부분 높은 점수는 1학년에 집중하고 4학년이 많이 떨어진다. 어제도 4학년 학생이 취직활동 때문에 결석하면 공결로 처리해주느냐고 묻는다. 공결이 아니잖아, 결석하면 그만큼 점수를 못 따니까, 더 긴장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공결은 학교대표 선수가 시합이나 공식행사에 나갔을 때 하는 것이다. 취직활동은 사적인 활동이다. 단위를 못 받으면 취직에 영향이 있을 거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들 스스로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수강생을 제한했지만 학생들 얼굴을 보면 귀엽다. 생긴 것이 어쩌고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귀엽다. 말을 안들으면 얄미워지겠지만 지금은 귀엽다. 그래서 수강생을 제한한 것이 미안하다. 100명이 넘으면 수업 운영에 차질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지만 열심히 듣는 학생들이 추첨에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있다. 이미 정한 일이지만 마음이 갈팡질팡 한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과일을 많이 사고 두유도 두 봉지나 사서 무거운 짐을 지고 양손에 들고 언덕을 올라왔다. 오며 가는 길에 채점도 하는 강의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일부터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만들 재료도 샀다.

 

사진은 벚꽃이 폈을 때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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