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9 개강, 학생이 많다
시드니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동경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토요일 밤에 도착을 했는데 네팔 학생이 자기 아르바이트 시간을 조정해서 마중 나와주었습니다. 둘이서 짐을 들고 전차로 동경시내를 거쳐 집에 왔더니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불을 켜고 집이 어떻게 됐는지 봤더니, 먼지만 쌓여 있을 뿐 별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 집은 책장이 쓰러지고 난장판이 났다던데… 행운이었나 봅니다. 그 밤중에 걸레질을 하고 오랜만에 목욕을 하고 잤습니다.
네팔 아이는 할 말이 많다고 하더니, 내 얼굴을 보고 안심을 했는지, 별말이 없이 그냥 자더군요. 그리고 뒷 날 아침에 자기대로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했더라고요. 내가 없었던 석 달 사이에 조금 어른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제가 일으켜야 일어났습니다. 교통비를 주려고 했더니, 자기 돈이 있다고 안 받습니다.
좀 여위였더군요. 지진이 났을 때, 정말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일이 없어지고 먹을 것도 부족하고 정전이 되고, 스무 살 남자아이가 외국에 나와서 일 년도 안된 혼자서 겪는 게 힘든 상황을 어떻게 넘겼더군요.
그동안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조금 모았나 봅니다. 일본어학교 학비 걱정을 했는데, 학비가 어떻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6개월 정도 돈을 모아서 집에 부친다고 합니다. 집에서 필요하다고 하지 않으면 부치지 말고 자기가 가지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우선 자신이 자립을 하는 게 먼저라고…그 아이는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저에게 의견을 묻더군요. 영어권으로, 이민국가로 가라고 권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미국으로 갈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화요일부터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몸은 동경에 왔지만 감각은 아직 여기에 맞지 않아 붕 뜬 상태에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학생들도 들떠있습니다. 제 수업이 인기가 좀 있는 편입니다. 학생 중에는 수강하려고 3년 기다렸다는 아이도 있고, 다섯 번이나 신청해서 겨우 수강하게 되었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수강생이 너무 많아서 입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 중에는 선생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한 학생이 나를 보자마자 자신 있게 다가오더군요. 마치 선생님 저 좋아하지요? 그러는 것처럼…그 남학생이 하는 걸 보고 여학생들이 재미있어합니다.
수업이 인기가 있다는 건 학생들이 기대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어젯밤에는 강의를 시작해서 처음 맡았던 학생들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 친구들과는 정말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그중에는 이번 지진에 자기 동네가 휩쓰려 간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옛날에 나에게 행복한 줄 알라고 선생은 운이 좋아서 자기들처럼 좋은 학생을 만났다는 겁니다. 그러는 친구들은 내 학생이었다는 걸 자랑스러워합니다. 참 행운입니다.
오늘 수업은 여성학과 노동사회학이었는데, 여성학은 작년 재작년과 비슷하게 왔더군요. 그 대학은 남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여학생들이 많아져서 드디어 이 학교도 여학생이 느는구나 하고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노동사회학이었습니다. 첫 수업이라 조금 늦게 갔더니 교실이 꽉 차있습니다. 제가 물었지요. 노동사회학인데 맞느냐고… 맞다고 합니다.…… 뭐가 잘못돼서 이렇게 많이 왔냐고, 이상하다고… 저는 일본 산업 사회학, 노동사회학 거장의 수제자이기도 합니다. 노동사회학다운 논문은 하나도 없지만, 호적상으로 그렇답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적으로 노동사회학이 인기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수업이 그리 재미있지도 않고요, 학생 수가 적어서 좀 쉽게 하는 수업이기도 했지요. 학생들에게 수강 이유를 써서 내라고 했지요. 선배들 추천이라고, 과목 내용보다 선생에게 관심이 많다는… 어쩌다가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제 수업에 학생이 많이 오지 않도록, 정원을 정하거나 시간대를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 첫 시간에 한다든지 오후 마지막 시간에 수업을 합니다. 또 다른 방법은 채점과 출석체크도 엄하게 합니다. 정말 듣고 싶은 학생만 오라고….
그런데 학생들은 선생이 기대하면서, 분위기를 만들고 흐름을 만들면 그 나름 성과를 내줍니다. 예를 들어 매번 숙제를 내고 수업시간 중에도 여러 가지를 시켜서 90분이 짧을 정도로 바빠도 즐겁다고 합니다.
저는 학생수가 적은 게 좋습니다. 문제는 학생이 선생을 선택하지 제가 학생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겁니다.
오늘 저녁에는 제자가 과일과 야채들을 보내왔더군요. 아무래도 석 달 동안 없다가 돌아오니 기다렸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