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2 긴장한 시험
오늘 동경 날씨는 맑고 바람이 선선한 날씨였다.
어제는 아침부터 잔뜩 흐렸다가 비가 오는 날씨여서 빨래도 못했는 데,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빨래를 했다. 손빨래를 하고 짙은색 옷을 세탁기로 빨았다. 세탁물도 일주일치가 모이면 나름 많다. 학교에 갈 때 입는 셔츠나 니트는 손으로 빨고 집에서 입는 옷은 세탁기로 빤다.
금요일 학교에서 돌아와 인터넷을 켜고 한국 신문을 봤더니, 윤창중 성추행 사건으로 완전 도배가 되어있다. 사건내용을 읽으니 '성추행 의혹'이 아니다. 거기에다, 도망까지 쳤으니… 범죄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데, 정말로 걸작이다. 완전 코메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어떤 성과를 올렸는지는 잘 몰라도, 확실히, 영원히 기억에 남을 대형사고를 쳤다. 현정권의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해준 공로자다. 그리고 시대가 시대인 만큼 사고도 국제적으로, 그 무대가 워싱턴D.C에 백악관을 눈 앞에 둔 곳에서 벌어졌다면 극적인 효과를 노린 무대로서도 더할 나위가 없다.
나는 오랫동안 성희롱이나, 성범죄 피해자의 상담을 해왔다. 그 입장에서 보면, 대충 읽힌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으려면, 이 사건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명백히 밝혀야 한다. 그러면, 이미지를 쇄신하고 국민에게 신뢰받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금요일에 시험이 있었다. 전날 밤에 시험문제를 입력하는 데, 컴퓨터가 말썽을 부려서 쌈박하게 끝내질 못했다. 컴퓨터가 결정적일 때 가끔 몽니를 부리는 것 같다. 가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서 그러는지, 컴퓨터 마음을 알 도리가 없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복사기와 인쇄기가 나에게 반항하면서 배신을 때린 날이었다. 목요일은 인쇄기가 한참 인쇄를 하다가 잉크를 보급하라고 심술을 부렸다. 그 인쇄기와는 친숙하질 않아 잉크를 보급하려 해도 보급해 줄 수가 없었다. 옆에 있는 느려 터진 복사기를 써서 어떻게 수업시간에 맞게 자료를 준비했다. 그 게, 양면 인쇄도 있고 엉망진창이기는 했지만, 교실에 가서 자료를 묶어서 스테이플러를 했다. 마지막까지 뭔가 찜찜한 게 있었다. 수업이 끝나서 감상문 용지를 안 가져갔다는 걸 알았다. 그래 뭔가 있었어…
금요일은 복사기에 양면인쇄에 스테이플러까지 세트를 해놓고 화장실에 갔다 와 보니, 가운데 페지를 빼먹고 맨 앞과 맨 뒷장을 한 장으로 양면 인쇄가 되어있다. 아이고, 못살아. 중간장을 인쇄기에서 인쇄했다. A4인줄 알고 인쇄했더니, 용지가 B5였다. 내용이 잘려 나갔다. 다시 A4를 넣고 인쇄를 했더니, B5만큼 밖에 프린트가 안된다. 뭐야, 어쩌라고… 뒷면에 다시 판을 구워서 새로 인쇄했다. 애꿎게 종이 버리고 순진한 학생들만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실은 내가 헷갈렸지. 왜 인쇄기와 복사기가 갑자기 배신을 때리냐고, 왜? 왜? 날씨가 더워져서? 분명 날씨 탓이야.
시험인 데, 지난 화요일 폼으로 봐서는 떨어질 본새인 학생들이 많아서 아주 우울했다. 전날밤 늦게까지 시험문제를 입력하면서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래서 꿈을 꿨다. 꿈에서 시험을 봤다. 금요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주말이 된 것이었다. 아, 시험도 끝났고 주말이구나. 엉, 뭔가 이상하다. 주말이 아니야, 오늘은 학교에 가야 해.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 입은 새 검정 티셔츠가 남성용이라, 뒷목에 빨강색으로 미스터 어쩌고라고 찍혀 있다. 이거 입고 있으면 여장남자로 오해를 받는 거 아냐? 잠시 망설였지만, 시간이 없었다. 그 게 드러나는 것은 학교 교실이었다. 학생들에게 그 말을 해서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샀다. 교실에 들어서니 학생들이 잔뜩 긴장해 있다. 좋은 징조다. 나는 전날밤부터 긴장을 해서, 꿈까지 꿨는 데, 아침에도 긴장을 해서 뒷목이 뻣뻣하고 아프다. 시험은 시작도 안 했는 데, 학생들 시험인 데, 왜 내가 긴장을 하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내 시험이면 덜 긴장을 할 거다. 2교시 첫 시험을 마쳤다. 예상보다 학생들이 잘했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다음에 다시 하라고 숙제를 내주고 끝냈다. 문제는 내 얼굴이나 태도가 전혀 학생들 시험 정도로 긴장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긴장해서 피곤하다면, 다른 선생들이 어이없어한다. 제가 보기와는 딴판이거든요…
어쨌든 시험은 무사히 끝났다. 이번 시험에 통과를 못하면 거의 이 과목 단위를 못 받는다. 그래서 학생들이나 나에게도 중요한 시험이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내가 아주 발랄한 원피스를 입고 가서 학생들은 기분이 좋았나 보다. 한 학생이 시험 때문에 걱정되어 긴장했었는 데, 선생님의 발랄한 원피스를 보고 행복해졌다나… 그런 학생이 있어줘서 나도 행복해….
어제는 금요일에 긴장을 했다가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아니면 접촉사고 후유증인지, 비가 와서 그런지 몰라도 몸이 노곤했다. 몸에 힘이 없고 빌빌거린다. 낮에도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피곤해서 낮잠을 잤다. 좀 긴 낮잠을 자고 났더니 피곤이 풀렸다. 그래서 어제는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로 지나갔다.
요새 사진이 별로 없다. 항상 산책하는 길에 새로운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철쭉도 너덜너덜 해졌다. 본문과 전혀 상관이 없지만, 새로 산 주전자 사진을 올린다. 모양이 좀 귀엽다. 주문해서 2주일이 지난 다음에 배달이 되었다. 주문을 받아서 중국 공장에 오더를 해서 제조, 배송이 되는 줄 알 정도로 시간이 걸렸다. 일본에서 주문해서 중국에서 조립을 해서 배송하는 컴퓨터도 훨씬 빨랐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