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0 러브레터
요즘 동경은 날씨가 아주 이상하다.
어제도 아침에는 덥더니 낮에 비가 오고나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오늘도 오후 수업중에 갑자기 후덥지근하더니 천둥번개에 비바람이 분다. 오늘도 돌풍이었다. 비가 그치더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화창하게 개인다. 온도는 갑자기 10도 이상 뚝 떨어진 채로 춥다. 요즘 이상기온이라고 하는 데, 정말로 일시적인 이상기온인지 아니면 이상기온이라는게 일상이 되는 건지 모를 일이다.
지난주 화요일 수업이 끝날 때다.
한 남학생이 “제가 선생님께 러브레터를 썼거든요, 읽어주세요.” 큰소리로 말한다. 아직 교실에 남아있던 다른 학생들에게도 들릴 정도로. 나도 다 들리게 대답한다. “아, 그래, 알았어, 괜찮아, 자주 있는 일이거든” 했더니, 뒤에 여학생들이 깜짝 놀라서 킥킥거리며 웅성거린다. ”어머, 자주 있는 일이래”
요새 학생들이 감정표현이 자유로운지, 아니면 좌우 분간을 못하는 건지, 수업 중에 선생님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학생이 있는 가 하면, 공개적으로 자기 20살 생일날 저녁을 같이 먹어 달라는 등, 선생님과 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는 등 황당하게 하는 일이 있다. 제정신이 아닌 건지, 친근감의 표현인지 몰라도 내가 가까이 가면 은근슬쩍 만지기까지 한다. 완전히 긴장한다. 뭐야, 학생들은 내 몸과 마음까지 요구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내 몸과 마음이라도 내 맘대로도 못하는 데… 어쩌라고…
러브레터라는 게, 이름이 거창할 뿐이다. 내용을 일부 소개하자면, 이렇다.
“오늘 선생님이 제 헤어스타일을 칭찬해 주셔서 아주 기쁩니다. 앞으로 수업이 더 즐거워질 것 같아요.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언제든지 선생님 머리 염색해 드릴게요 ♡“
수업시간에 머리를 염색해서 왔길래, 그 머리를 자기대로 염색을 했냐고, 재미있다고 했더니 그에 대한 반응이다. 아이고,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아마, 이 러브레터 포인트는 하트 마크인 것 같다. 단 하나지만… 거기에 러브라는 게…
러브레터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러브레터라고 생각하면서 교통카드를 넣은 곳에 넣고 다니는 편지가 있다. 졸업생들이 내가 학교에 있을 줄 알고 연락도 없이 왔다가 나를 못 보고 가면서 남긴 편지이다.
선생님,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어요!! 선생님께 “열심히 하는구나” 칭찬받을 수 있게 열심히 할게요. 노조미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아야나예요. 건강하시죠? 제미에서 해방되어서 편해지셨나~요? 그렇지는 않죠! 또 만나러 갈게요!! 아야나
선생님!! 오늘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못 만나서 쓸쓸했어요. 다시 연락할게요!! 나나
선생님♡ 오랜만이에요.에미코예요. 지금 하치오지 스포츠센터에서 접수를 맡고 있어요. 또 선생님 수업 듣고 싶어요♡♡ 에미코
이 아이들은 참으로 드센 여학생들이었다. 그동안 드센 남학생들도 많이 다루었지만, 이 아이들 만큼 거친 아이들은 본 적이 없었다. 처음 만나서 저녁을 먹는 데, 여학생들이 레스토랑 한복판에 둥그렇게 앉아서 담배를 피워대며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게, 상상을 초월해서 무서웠다. 솔직히 깡패 출신인 줄 알았다. 그러나 졸업논문을 하면서 가까이서 한 명씩 보면, 밖으로 거침이 없으면서 속은 자신이 없고 마음이 여린 아이들이었다. 학생들이 힘들 때 같이 고민하며 울고 웃어서 졸업할 때는 시원섭섭했다. 그런데,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버린 줄 몰랐었다. 졸업 후에도 가끔 밖에서 만난다. 졸업생들도 나를 만나면 그 게 어디든지, 기가 살아서 기세 등등 세상에 무서운 게 없다. 아이들이 뭘 믿고 그렇게 기세 등등한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