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3 술을 마셨다
오늘 동경은 비교적으로 맑게 개인 날씨였다. 오후 늦게 잔뜩 구름이 끼어 비가 내리나 싶었지만 아직 비는 오지 않는다.
지난주는 좀 피곤했다. 아무래도 수업이 학기 후반을 맞이하면서 결과가 불안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요일 수업 감상문을 읽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목요일에는 복통을 일으켰다. 지금까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가 팽창을 했는 데, 이번에는 장이 꼬이는 것처럼, 복통을 일으켰다. 이런 건 또 처음이다. 통증이 오면 식은땀이 났다. 그래도 택시를 타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했다. 학생들에게 몸이 좀 안좋다고 말을 했다. 그러나 수업은 평상시 대로 한다. 수업 때는 긴장을 해서 잘 모르는 모양이다. 그 날은 좀 추웠다.
금요일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과자를 좀 많이 샀다. 가격이 싸길래 17상자나 샀다. 요새 스트레스 때문인지 뭔가 살 때 좀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 지난 번에 카망벨치즈도 열 개나 한꺼번에 샀다. 그리고 맛있는 쏘세지와 햄버거 스테이크 등도 한꺼번에 많이 사서 냉동을 했다. 물론 사두면 든든하고 안심이 된다. 그러나 매일 먹는 것은 아니다. 매일 먹는 것은 신선한 야채다.
금요일 밤 냉장고에 일년 이상이나 자고 있던 칠레산 화이트 와인을 열었다. 후배네가 왔을 때 마시려고 했던 게 남은 거다. 학생의 감상문이 화이트와인을 열게 했다. 가볍게 저녁도 먹었고, 브리치즈와 훈제 소혓바닥과 레터스를 같이 마시고 먹었다. 오랜만에 빵도 좀 먹었다. 나는 술을 별로 못마신다. 주량은 레드와인을 와인글라스로 한잔, 그걸 하룻저녁이나 밤에 걸쳐서 마신다. 그것도 아주 친한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만… 혼자서 술을 마시는 건, 거의 없다. 집에 술도 없지만, 가끔 술이 있어도 있으나마나 한 거다. 그런 내가 화이트 와인을 땄다. 와인이 맛이 별로다. 작년에 백화점에서 세일을 할 때 불티나게 팔리던 거라, 맛있을 줄 알았는 데, 아니면 그냥 내가 술맛을 모르는 건가? 백화점 세일을 할 때 옆에 있는 학생에게 물었다. 몇 병을 살까? 선생님 짊어지고 갈 수 있을 만큼 몇 병이라도 사세요. 술을 마시는 학생이라, 자신의 희망사항을 말했던 것이다. 그 때 레드와인 화이트 와인을 합쳐서 두 병 샀다. 왜냐면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요리에 쓰일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작은 찻잔에 와인을 마셨더니, 금방 알딸딸 해온다. 그리고 머리가 아파온다. 방바닥에 누웠다가 물을 마셨다가 난리를 쳤다. 결코 많이 마신 게 아니다. 결국, 물을 많이 마셔서 몸속에 들어간 와인을 좀 희석? 하고 잠을 잤다. 술을 마시는 게,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에고, 술 마시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토요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도 안 하고 늦장을 부렸다. 그래도 손빨래를 해서 널었다. 그리고 짐을 챙겨서 외출용 츄리닝을 입고 대학도서관에 갔다. 솔직히 츄리닝을 입고 대학에 가는 건, 처음이다. 나에게 도서관에서 일을 하는 건, 육체노동과 다름이 없으니 활동하기에 편한 옷을 입었다. 우선, 교정에 쓸 빨강색 펜을 새로 샀다. 0.4미리가 좋은 데, 채점할 때도 쓰니까, 0.5미리로 샀다. 도서관에서 새로 나온 책을 체크하고 주문했던 책을 받아서 힘들게 읽었다. 읽을 책이 좀 밀려 있었다. 그리고 논문을 교정해서 보내야 했다. 논문을 쓴지 좀 지나서, 요즘 상황이 안 들어갔지만 시간 관계상 어쩔 수가 없다. 도중에 창밖을 보니 가랑비가 내린다. 집 베란다에 널고 온 빨래가 걱정이 된다. 저 정도 비라면 괜찮겠지, 어쨌든 우산을 안 가져가서 옴짝달싹 못한다. 아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논문을 교정해서 송부를 해야 한다. 토요일이 아니면 할 수가 없다. 오랜만에 집중을 해서 책을 읽었더니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그러나, 내가 읽었던 책 내용은 전혀 기분이 좋거나 상쾌한 게 아니었다..
일본에서 곤경에 처해있는 외국인 연수생의 실태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의 실태는 정말로 비명을 지르고 싶을 만큼, 처참하다. 내가 연구를 했던 분야이기도 하지만, 정말 너무한다. 그런 사실들이 드러나기가 정말로 힘들다. 정치가와 유력자, 힘이 있는 지방단체들이 힘없는 외국인을 착취해서 마치 노예처럼 부려먹는다. 일본 농업이나 어업 등 일차산업, 제조업 등에 그들이 없으면 유지를 못한다. 명목으로는 선진기술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연수생이지만, 실체는 일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단순노동이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한다. 연수생이 문제를 제기하면 그냥 강제귀국을 시키기 때문에, 억울한 일이 있어도 문제제기도 못한다. 일 년째는 노동자 취급이 아니어서 보호를 받을 수도 없다. 그들은 일본에 오려고 빚을 지면서까지 많은 돈을 들인다. 그들 입장에서는 큰돈을 들여서 일본에 온 이상, 그 돈을 갚고 돈을 벌어서 가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강제귀국을 당하고 싶지 않다. 연수생들의 이런 약점을 철저히 이용해서 짐승처럼 취급하는 예도 적지 않다. 약한 사람을 착취해서 돈을 벌면 잘 먹고 잘 사나? 그런데 그런 나쁜 일에 관여하는 사람 중에는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들도 있다네, 구제불능, 죄질이 악질이다. 돌아오는 길에 헌책방에 들러서 잡지를 두 권 샀다. 저녁으로 계란을 삶아서 레터스와 오이를 넣어서 샐러드를 만들어서 먹었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이불을 널고 유리창 청소를 했다. 요새 유리창이 더러워 시야가 많이 흐려져서 기분도 덩달아 흐려져서 우울했다. 유리창 청소와 집 청소, 부엌 청소, 목욕탕 청소를 했다. 쓰레기도 모아서 버리고 매트 종류도 빨아서 널었다. 청소와 빨래 만으로도 조금은 기분이 개운해질 수가 있다. 아침은 썩어가는 감자를 깎아내어 감자볶음을 만들었다. 그걸 상추에 싸서 먹었다. 점심은 연어를 구워서 레터스에 싸서 먹었다. 그냥 반찬도 야채에 싸서 먹으면 잘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디까지나 착각이지만, 기분이 좋다. 저녁에는 산책을 다녀왔다. 이렇게 주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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