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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이재명을 보면 눈물이 난다

오늘은 비가 꽤 많이 온 날이었다. 오전에 도서관에 가서 새로 온 책을 봤지만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몇 권을 보고 새로 빌린 책은 한 권뿐이다. 요전에 소개했던 한국 전문가가 쓴 책이 있어서 훑어봤더니 신문 기사 소개가 조중동이 중심인 것 같았다. 자세히 봤다가는 속이 뒤집히고 자세히 볼 가치도 없을 것 같아 대충 훑어보고 말았다. 근래 도서관에서 보면 한국 소설책이 항상 몇 권인가 꽂혀있다. 내가 그 책을 손에 들고 보는 것도 있지만 보지 않는 것도 많다. 이렇게 한국 작가 소설책이 항상 나오고 있다는 건 지금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내가 대충 본 인상으로는 압도적으로 여성 작가의 책이다. 일본에서 이런 책들이 계속 출판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흐름으로 오기까지 전반전이 있었지만 이렇게 매주 몇 권의 신간이 도서관에 꽂히고 있다는 건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대신에 일본 작가 책들이 별로 없다. 오늘 히가시노 게이고 신간인 것 같은 책이 있었지만 서가에서 빼 보지도 않았다. 

 

도서관을 나와서 무인판매에서 작은 배추를 두 개 사고 우체국에 들러서 세금을 내고 마트에 들렀다. 비가 크게 와서 비를 맞으면서 거진 집에 다 왔는데 아까 갔던 우체국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통장과 세금 낸 영수증을 잊고 온 모양이다. 다시 우체국에 가서 찾아왔다. 우체국에 있을 때 신선하지 않은 음식 냄새가 아주 심하게 나서 이게 뭔 냄새지 하다가 잊은 모양이다. 요새 초등학교 옆을 지나면서 맡는 음식 냄새나 우체국에서 맡은 냄새도 재료가 신선한 냄새가 아니다. 바로 옆 가게에서 만드는 냄새 같은 데 좋은 냄새가 아니었다. 대신에 멸치 라면이라고 선전하는 라면집 앞을 지날 때 수프 냄새는 맛있는 냄새가 난다. 한 번도 간 적이 없지만 그 라면집은 맛있을 것 같다. 비를 많이 맞고 집에 와서 푹 쉬었다.

 

 

나는 이재명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을 때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이런 후보가 탄생했다고 자랑했다. 학생들은 그에 관한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거의 혼비백산 수준에 가고 말았다. 왜냐하면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총리의 아들로 태어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인 세습정치가 당연시된 일본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난민의 아들로 아주 가난하게 자랐고 학생운동을 했으며 인권변호사를 했다고 해도 학생들은 그게 뭘 뜻하는지 잘 모른다. 난민의 아들로 아주 가난하게 자랐다는 의미는 안다. 일본에서는 이런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도 어려울 것이기에 정치가가 된다는 자체도 상상하기가 어렵다. 한국에서는 이런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 고등학교도 못 가서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소년이 자라서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고 하니 도대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 사실인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 학생들이 거의 쇼크를 먹고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른다. 단지 학생들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은 일본에서 알고 있는 것과,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인 걸 모르고 있었다는 걸 짐작하게 된다. 나는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했다. 사실 내가 이재명에 대해 알고 있던 건 아주 단편적으로 제대로 알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다음 대통령으로 이재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언론개혁이나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해서 언론에서 난장판을 부리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는데 이제는 다른 것들도 선진국, 시민의식에 걸맞게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런 개혁을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느꼈을 때부터다.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다음부터 이재명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한 것 같다. 우선 월말 김어준에서 이재명의 성장과정에 대한 인터뷰를 들었다. 그는 솔직 담백했다. 그는 나보다 나이가 적다. 그래도 대충 비슷한 세대이기에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살던 같은 시절에 그런 일이 있었나 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세대가 경험했을 이야기였다. 시골에서 살았어도 오지 같은 곳에 산 것 같았다. 성남에 가서도 도시 빈민으로 삶을 살았다. 나도 70년대 후반에 서울에 갔지만 내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볼 일은 없었다. 내 친구들은 대학을 진학해서 서울에 갔고 고등학교 동창생들도 서울에서 일을 했다. 나도 일을 했지만 회사가 명동에 있었다. 가끔 고등학교 동창생들과 만나서 노는 일이 있어도 그 친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친구들도 내가 어떤 회사에서 뭘 하는지 궁금해하거나 비교하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동창생들은 결혼하기 전 도시생활을 경험하는 식이어서 일에 매달리거나 앞으로도 쭉 일 할 생각도 없었던 걸로 안다. 내 고등학교 동창생들은 나중에 다 결혼하게 되면서 서울에서 내려간 걸로 알고 있다. 서울에 남은 건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이었다. 비슷한 세대가 도시에 살아도 시골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그런 배경과 함께 도시로 이동해서 산다. 시골에서 살았다고 도시에 가서 빈민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중고등학교를 다닐 수 없었고 그 나이에 공장에 다녔다는 말을 듣고 그 시대에 그런 아이들이 있었구나 했다.

 

이재명을 알기 위해 오랜만에 알릴레오 북스 43회도 봤다. 거기서 다룬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몰랐고 읽지도 않았다. 거기서 이재명은 한결 같이 힘든 상황에 처한 세 들어 사는 인물에 자신과 동일화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재명은 검정고시로 대학에도 장학금을 받아 들어갔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서 개천에서 용 난 격으로 용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용이 되어 개천을 떠난 것이 아니라, 개천 주변에서 맴돌면서 개천을 좋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나중에 성남시장이 된다. 솔직히 그에게 호감을 갖거나 그 반대의 감정도 없었다. 관심이 없으니까, 튀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아주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꼬추까지 검증받아야 했던 거다. 나중에 이재명에 대해 검증이 어쩌고 할 때, 남자가 꼬추까지 검증을 받았으면 더 이상 뭘 검증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사상 처음으로 꼬추까지 검증받은 더 이상 검증할 필요가 없는 후보 인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도 '노동자의 마인드'인 것 같다. 지금까지 대통령에 '노동자'가 있었는지?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를 잘 운영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계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감각으로 빠짐없이 챙기지 않았을까 상상한다. 경제적 감각이 있고 없고는 매우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살림하는 것 같은 경제적 감각이 있었다고 본다. 같은 문맥에서 이재명의 경제적 감각은 그야말로 자수성가한 인물로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문재인 대통령보다 훨씬 섬세하고 운영하는 감각이 뛰어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려놓은 나라의 국격에 맞게 다음 스텝을 밟아갈 인물로 이재명이 최적이라고 본다.

 

나는 이재명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왜 눈물이 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살았던 도시 주변에 존재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았던 사람들 속에 그들이 있었을 것이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잘 살아 남아 줬다. 내가 무심했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엉킨 감정이 있다. 그가 노동자를 이해하고 대변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 대부분은 노동자이다. 노동자가 살아야 국가가 번영할 것이고 노동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일을 아주 잘할 것 같기에 신뢰가 간다. 소년공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다음 타자로 이재명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도 이재명을 보면 눈물이 날지 모른다. 살아생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대통령이 있는 시대가 올 줄 몰랐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세상도 살아보고 싶다. 우리는 지금까지 없는 길을 만들어 온 사람들이다. 앞으로 가는 길도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NHK에 따르면 11월 22일 동경도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는 6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382,095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164명으로 사망률 0.83%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50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1,726,879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18,361명으로 사망률 1.06%이다. 오늘 발표한 일본 백신 접종 실적은 1차 인구의 78.6%이고, 2차 인구의 76.2%이다. 고이케 동경도 지사가 과로로 입원했다가 어제 한 달 만에 다시 출근했다. 오늘 동경도 코로나 현황에 대한 기사를 보면 언제부터인가 확진자 누계를 쓰지 않더니 오늘은 사망자 누계도 실종했다(https://www3.nhk.or.jp/news/html/20211122/k10013357571000.html). 왜 기본적인 통계조차 실지 않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기사에 실리지 않으면 현실적으로도 없어지게 되는 마법이 일어날까?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2,827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418,252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298명으로 사망률 0.79%이다. 한국 백신 접종 실적은 1차 인구의 82.3%이고, 18세 이상 인구의 93.2%이다. 2차 인구의 78.9%이고, 18세 이상 인구의 90.9%이다. 중증자는 여전히 515명으로 많은 편이다. 지난주에 비해 신규 확진자 +821명, +40.9%로 오늘이 월요일인 걸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해서 유럽에서도 다시 코로나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만 유일하게 코로나가 감소를 넘어 거의 실종 상태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