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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감이 익는 계절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20도, 최저기온 16도라고 한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 것 같고 기온도 낮아서 추운 날씨다. 집에서는 추운데 막상 밖에 나가서 걷기 시작하면 땀이 나는 이상한 날씨다. 내일은 최고기온 17도로 더 춥다고 한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햇볕이 난다는 일기예보라서 햇볕이 나길 기대하고 있다. 비가 오고 흐린 날씨가 매일 계속되니 기분도 다운이 되는 느낌이 든다. 날씨가 좋아야 한다.

 

서울에서 돌아와 피곤해서 며칠 집에서 쉬다가 어제 오랜만에 밖에 나갔다. 내가 사는 동네는 위쪽은 아파트가 있고 아래는 옛날부터 농업을 했던 마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래 동네에는 집집마다 과일나무가 많다. 그중에서도 감나무가 많아 보인다. 어제 동네를 걸었더니 오렌지색으로 감색이 짙어져 간다. 어머나 벌써 감이 익어가는 계절이 되었나? 생각했더니 감을 보는 것이 열흘 만이었다. 어제는 동네 감나무 사진을 찍었다. 오늘 다시 마트에 다녀오면서 봤더니 흐린 날씨에 녹색 잎과 오렌지색의 선명함이 더 돋보인다. 

 

어제 친한 이웃네 집에 갔더니 마침 감을 땄다고 한다. 나에게 가져가라고 봉지에 따로 넣었는데 도서관에 가면서 배낭에 넣고 갔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짐이 무거워질 줄 알았더니 빌릴 책이 없어서 짐이 무거워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어제 친한 이웃이 딴 감에는 벌레가 먹은 것도 있는데 아까워서 내가 먹겠다고 벌레가 먹은 걸 도려내면 되니까, 먹겠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상처 없이 예쁜 것만 담았다. 

 

친한 이웃은 올해 감이 많이 열렸다고 혼자서 다 먹지 못하고 주위에 나눠도 남는다고 나에게 많이 먹으라고 한다. 그동안 친한 이웃네 감나무에는 감이 열려도 많이 떨어져서 수확할 때까지 남는 것이 많지 않았다. 올해는 감이 아주 많이 열렸고 수확할 수 있게 되었다.

 

 

내일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하면 항암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지난 주 백혈구 수치를 올리는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이번 주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병원에서 휴대용 링거를 맞으면서 돌아와 토요일 오후까지 링거를 맞게 된다. 그래서 병원에 가기 전에 나름 준비가 필요하다. 집에는 먹을 것이 별로 없다. 서울에 가기 전부터 먹을 것이 별로 없었는데 돌아와서도 마트에 식료품을 사러 가지 못해서다. 내가 생각하는 먹을 것이라는 것 신선한 야채이다. 마침 현미도 떨어져 간다. 그래서 오늘 낮에 마트에 가기로 했다. 병원에 가기 전에 볼 일을 보느라고 우체국에 들러서 돈을 뽑아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내고 항상 가는 가게에 들렀다 마트에 갈 예정이었다. 휴대폰을 봤더니 친한 이웃에게서 전화가 있었다. 지금 나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감을 더 가져가라고 전화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볼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다고 했다.

 

우체국에서 세금을 내고 항상 들르는 가게에 현미가 있나 싶었는데 없었다. 대신에 지금까지 산 적이 없는 짧은 어그부츠를 싸게 샀다. 요새 날씨가 갑자기 추워서 방한대책으로 일찌감치 장만했다. 마트에 갔더니 토마토를 싸게 팔고 있어서 두 상자나 샀더니 짐이 무거워졌다. 된장도 1킬로 사고 두부와 낫토도 사고 곤약젤리도 샀다. 달걀도 샀더니 짐이 무거워서 현미를 살 수 없겠다 싶어 쌀을 포기했다. 곤약젤리는 친한 이웃에게 나누려고 넉넉하게 샀다. 마트에서 나가는 시간이 늦어서 친한 이웃이 기다릴 것이라 전화했다. 친한 이웃네 집 가까이 왔더니 이웃이 짐을 가지고 산책 준비를 해서 나왔다. 

 

내가 우체국에 들렀다가 식료품을 사서 들린다고 했으니까, 짐이 무거울 것이라고 아예 우리 집까지 감을 가져다준다고 준비해서 길을 나선 것이다. 나는 곤약젤리와 집에서 가져간 잣을 나눴다. 잣은 신선하니까, 맛있을 때 빨리 먹으라고, 곤약젤리는 먹은 적이 없다고 해서 잘 씹어서 먹으라고 했다. 감이 무거울 것이라, 현미를 사지 않았다고 했지만 집까지 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친한 이웃은 나이도 나이지만 빼빼 말라서 내가 살이 빠져도 거진 20킬로 차이가 난다. 그런데 매일 2만 보 이상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를 정도의 체력이다. 나는 친한 이웃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집까지 같이 걸었다. 오늘 받은 감에는 상처가 있는 것도 있다고 해서 벌레 먹은 것도 괜찮다고 했다. 딸 때 상처 입은 감으로 벌레 먹은 것은 없었다. 친한 이웃이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을 알기에 먹먹해진다. 둘에게 지금은 아주 소중하고 애틋한 시간이다. 나는 아파서 미래를 기약할 수 없지만 친한 이웃도 나이를 먹어서 노화로 잃어가는 기억력을 걱정하고 있다. 

 

사실 나도 친한 이웃을 걱정하고 있다. 어제 전화했더니 산책하는 중이라고 해서 어디냐고 했더니 어딘지 모르는데 아주 먼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같이 산책을 못하겠다 했다. 나는 산책을 같이 못하는 건 괜찮은데 먼 곳까지 갔는데 어딘지 모르는 곳이라는 게 걸렸다. 요새 가끔 이런 일이 있다. 그전에는 자신이 있는 장소를 모르겠다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어디서든 내가 전화하면 버스를 타고 달려왔다. 오늘은 다시 물어봤다. 어제 어디 갔느냐고 했더니 내가 잘 모르는 곳으로 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오려면 1시간은 걸릴 것이라서 못 본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걱정이 되니까,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전화하면 대충 여기가 어디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나는 여기가 어디라고 해도 자세히 모르는 곳도 있지만 그런 요구를 해뒀다. 걱정스럽지만 대놓고 걱정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오늘 준 감을 다 먹으면 또 있다고 한다. 친한 이웃네 마당에 열린 감은 거진 내가 먹게 될 것 같다. 공원에 있는 곶감용 감도 올해는 많이 열렸다. 적당한 시기에 따서 곶감도 말릴 예정이다. 올해는 감이 풍년이라서 많이 먹게 될 것 같다. 지금은 동경 교외에서 감이 익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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