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종강
일본대학생 2013/01/26 17:29 huiya
오늘 동경은 맑으며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다.
유리창을 청소해서 그런지 맑은 하늘이 유난히 예뻤다. 구름이 참 예쁘게 떠있다. 이럴 때 작지만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 처럼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맑은 하늘이 예쁘게 보이다니 유리창 청소 할 만하다.
어제 난리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우려하던 종강이였다. 걱정했던 과목은 한국어 기초였다. 일부 학생들이 나를 물어뜯는 반응을 보여서 벌써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점수를 확정할 시간이라, 학생중에는 나를 ‘공격’하는 학생도 나올 거다. 선생을 비판하더라도, 자신들이 한 걸 생각하고 비판을 하면 좋지만, 선생이라는 인간을 부정하거나, 가르칠 자격이 없다는 극단적인 말을 하는 학생도 있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런 학생은 그말이 뜻하는 의미조차 모르고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악의’가 없다 해도 나도 인간이라, 상처를 받는다.
마지막 수업을 시작할 때 말을 했다. 우리는 이 수업을 통해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으로 만난 것이라고, 내가 지시한 것을 지켰는데도 불구하고 읽을 수 없었던 학생이 있으면 손을 들라고… 시험성적이 나쁜 것은 그냥 단순히 예습을 안했기 때문이다. 그 걸로 선생을 공격하면 안된다. 원래 45명을 한꺼번에 배치를 하는 것은 어학과목으로 배치가 아니다. 그래도 나는 한사람 한사람 봐주려고 최선의 노력을 했다. 학생쪽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한사람이 45명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정해져있다. 그러니 학생들이 협력적인 태도로 수업에 임하지 않으면 수업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선생이 조금 도와주는 거고,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거다. 특히 어학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해야 하는 거고, 수업시간 만이라도 집중을 하지 않으면 자기것이 될 수가 없다. 내가 쓰기연습을 많이 시킨 것도, 한자학습을 생각해 보라, 쓰지않고 글자를 외워서 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소리를 내어 반복해서 읽는 연습을 하라고 했는데, 그런 걸 했는지… 나는 학기말이 되면 항상 고민을 한다. 가르치는 일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 이 일을 하고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어제 인스턴트 라면도 먹고 쇼핑도 했다. 그러니, 나를 공격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그리고, 지난 번 시험에서 떨어진 학생에게 ‘패자부활전’ 찬스를 줘서 대부분이 통과를 했다. 마지막은 지금까지 과제를 해서 받았던 팬더도장이 몇개인지 확인을 하는 것이다. 재활용을 못하게 표시도 해가면서 세어간다. 많이 받은 학생은 25개고 못받은 학생은 5개 이하다. 평균라인이 나온다. 팬더를 세기 시작하자, 자기네 집에 팬더를 가지러 간 학생도 있었다. 학생중에는 제 팬더가 한마리 도망 갔어요, 제 팬더 다섯마리는 집을 지키고 있는데 어떡허죠. 선생님 제 팬더 열마리를 잃어버렸어요, 거의 울고 있는 학생까지 등장을 한다. 이쯤되면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건지, 유치원 보모인지 아리송하다. 내가 수차 누누히 자신의 팬더를 소중히 간수하라고 했다. 껄끄러웠던 학생과도 대화로 원만히 끝냈다. 이런 학생은 지시를 안듣고 단위 탈락(조난사고라 칭한다)위험에 있다는 걸 주의하면, 단지 내가 학생이 맘에 안들어서 그러려니 했었는데, 마지막에 숫자가 나오니 어쩔 수가 없다. 혹시, 단위를 못 받더라도 나를 원망하지 말라고, 나도 단위를 주기위해 노력하겠지만, 학생들에게 어디까지나 공평하게 한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상문을 받았다. 학생들이 내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4학년은 대학 수업중 가장 인상적이고 못잊을 수업이였단다. 처음에는 선생이 싫었는데, 선생님 수업이 아니라면 마지막까지 못했을 거라는 고백성 멘트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사람도 빠짐없이 내 수업이 좋았다고, 선생님이 좋았다는 것이였다. 열심히 한 학생은 열심히 할 수있게 동기부여를 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수업을 통해서 학생중에는 확실히 변화하는 학생이 있다. 학생들이 성장을 한다. 수업태도가 나빠서 주의를 받으면서도 내 수업을 쫒아다니며 듣는 학생도 있다. 처음에는 난동을 부리던 학생도 수업을 거듭해 가면서 태도가 달라진 학생도 있다. 종강이라, 처음에 이학교에서 보기드문 ‘야쿠자계’로 보여서 무서웠는데 태도가 바뀌였네, 선생이 야쿠자보다 무섭지? 그런 농담을 했더니, 수줍게 웃는다. 겁없이 ‘야쿠자선생’을 ‘짱’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학생도 있다. 어쨌든 감상문 기준으로 보면,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았다. 이건 아무에게도 말을 못한다. 자랑으로 보일까 봐, 잘못했다가 몰매를 맞을 수도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바라는 게 많은 ‘욕심이 많은’사람이다. 그리고 강의를 통해서 열심히 학생들과 '소통'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때문에 결과가 나쁘면 완전 맛이 가고 만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한명도 빠짐없이 수업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기쁘거나, 만족함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당연한’레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헛헛하다. 뭔가 텅빈것 같은 공허함이 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니, 이대학에 와서 선생님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개인적인 대화를 하고 싶어서 남는 학생도 있다. 그랬다면 다행이지. 그러나, 거기에 충족감이 전혀 없는 것은 뭔가. 내가 어디를 바라보고 향해야 할 지, 여전히 고민에 고민을 할 것이다. 다음주 화요일에 소수정예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과 뒷풀이를 한다. 그게 끝나고 채점이 끝나야 정말로 방학이다.
어젯밤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렀다. 아무 생각없이 평소에 잘 안먹는 ‘육류’를 샀다. ‘육류’를 잘 안먹는 사람이라, 살 때는 비싼 걸로 산다. 싼 걸 샀다가 못먹는 사태가 두려워서… 큰 닭이 두마리, 돼지고기 큰 덩어리, 햄을 두 종류… 왜 이렇게 샀는지 모르겠다. 어제 밤에 햄과 사과 반쪽을 저녁으로 먹었다. 닭 한마리는 삶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많이 샀다. 정말로 헛헛했나 보다, 육류로 채워야 할 만큼…
그런데, 나의 헛헛함을 알았는지, 그 걸 채워준 게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갔더니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가끔 같이 퇴근하는 친구인 에블린이 자기가 먼저 간다고 방학에 잘쉬고 다음 학기에 다시 만나자고… 아, 기쁘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준다. 또 하나, 뮤즈님도 내가 올린 ‘아줌마 패션’에 엮인글로 동참을 해주셨다. 뮤즈님도 내마음이 헛헛하다는 걸 알았을까, 이심전심이라고. 역시 친구가 소중하고 작은 배려가 고맙다.
어제는 그다지 춥지않아서 바바리를 입었다.
속에는 빨강쉐타 내가 만든 목걸이와 스카프
이 청바지는 그냥 바지 처럼 입는다. 맘에 들어서 똑 같은게 두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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