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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

미소지니(여성혐오) 정치의 앞날

2016/05/31 미소지니(여성혐오) 정치의 앞날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흐리고 약간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를 봤더니 오후에는 날씨가 개인 다고 해서 우산도 없이 도서관을 향했다. 요새 수국이 피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내가 돌보는 수국을 세 송이 따다 꽂았다. 나는 수국이 피기 시작할 때가 가장 예쁜 것 같다. 도서관에 가는 길, 강가에 있는 오디나무에서 오디를 몇 개 따 먹었다. 오디나무는 몇 군데 있는데, 강가에 있는 것과 좁은 골목 매실 밭 옆에 있는 것이 열매가 굵고 커서 맛있다. 합쳐서 스무 개쯤 따 먹었다. 공원 옆 주차장에 있던 오디나무는 완전히 잘려서 나무 밑동만 남아 오디나무가 있었다는 흔적조차 의심스럽다. 계절이 되면 주차장과 주차한 차 위에 오디가 떨어져서 그 오디나무가 잘린 모양이다. 주차장에 있던 오디나무가 작년까지 주로 오디를 확보한 곳이었다. 그 대신에 강가와 매실 밭 옆 오디나무를 발견했다. 다른 오디나무도 있지만, 나무가 너무 커서 손이 안 닺거나 사유지에 있는 것들이라, 손을 댈 수가 없다. 오늘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읽은 책은 반납하고, 엽서를 두 장 쓰고 새 책을 빌려서 왔다. 돌아오는 길에 계란을 사고, 무우 두 개를 사고, 햇감자를 샀다. 요새 먹을 것이 별로 없다. 오후 늦게 점심 겸 저녁으로 햇감자를 쪄서 무 생채와 같이 먹었다

지난 주 한국 신문에서 주요한 화제가 되었던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을 추모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미소지니(여성혐오)정치로 치면 일본과 한국은 막상막하다. 일본은 명치시대 이후, 뼛속에 박힌 미소지니 정치가 계속되고 있는 나라이기도하다.. 성차별에 관해 세계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있었던 90년대 이후 일본의 성차별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그 점에 있어서 한국은 진보 정권일 때 짧은 기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현정권이 한국과 일본이 미소지니라는 점에서도 막상막하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슬픈 일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한국보다 훨씬 일찍이 시작되었던 일본이기에 언제까지나 미소지니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에 절망을 느낀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성대통령이 탄생할 적에 ‘여성을 위한 정치’를 기대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 점에 관해 많은 기대를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통령이 여성인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인지도 분간을 못 했다. 오히려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당분간 여성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는 ‘트라우마’를 안겨주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현정권의 미소지니라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이 막상막하라고 했지만, 한국이 적나라하다는 점에서 한국이 우세하다. 한국이 우세하다는 걸 이번 신문보도에 관한 여성을 공격하는 남성들의 목소리로 알았다. 그 점에서 일본은 일본답게 훨씬 더 교묘하게 감춰져서 본인들도 잘 모른다. 그런데, 미소지니를 용인하는 사회가 남성들에게는 행복한 사회일까? 그럴리가 없다. 그런 사회에서는 여성만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남성들도 행복하지 못한 사회이기에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 미소지니를 해소하는 것은 가장 시급하며 중요한 ‘정치과제’이다.

미소지니정치가 계속된 일본 사회의 단면을, 결혼에 관해서 조금 소개한다. 부디 한국사회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작년 파주에서 일본사회에 관해 강의를 할 때, 일본남성의 평생 미혼율(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 비율)이)이 20%라고 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은 모양이다. 요새 일본 출생률이 좋아졌다고 매스컴에서 호들갑을 떤다. 아베 정권이 좋은 성과를 냈다는 식이다. 나는 일본 매스컴이 현정권에 관한 비판적인 보도를 못하는 상황이라,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나중에 제대로 분석을 해봐야 숫자가 의미하는 걸 알 수 있으니까… 2015년 기준으로 일본 남성의 평생 미혼율은 25%에 가깝다. 네 명에 한 명이 평생 미혼이라는 것이다. 남녀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90%나 되는데, 결혼을 못한다는 것이다.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회사에 묶여있다. 이전에는 남자들만 장시간 노동이었지만, 지금은 여성들도 장시간 노동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여성들이 결혼을 하는 것이 는다는 걸 통상적으로 거론한다. 성차별로 인해 여성들이 불리하기 때문에 결혼한다는 것이다. 내가 읽은 주간지(동양경제 5월 14일 자)에서는 남성들이 결혼을 못하는 것이 주로 경제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내가 보기에는 뿌리 깊은 성차별이 주된 이유라고 본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었지만, 성차별은 교묘하게 확실히 진행이 되었다

예를 들어 남녀 고용균 등법이 시행된 1986년에 대학에 들어간 세대로서 내 주변 동창을 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다 일류기업이나 매스컴에 들어갔다. 여성들도 당시에는 많지 않았던 괜찮은 4년제 대학 졸업생이라는 점도 있다. 여자 동창생은 주로 30살이 되기 전에 결혼하면서 다 회사를 퇴직했다. 원래는 그런 직종이 아니라, 남성과 평등한 ‘종합직’으로 취직했음에도 불구하고 다 퇴직했다. 다 퇴직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회사생활이 힘들었다. 결혼하기 전에 퇴직한 사람은 스트레스로 위에 구멍이 나는 등 건강이 망가져서 그만두었다. 남성과 평등하다는 ‘종합직’은 ‘일반직’ 여성에게도 미움을 받는 존재라서 더 힘들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결혼과 상관없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은 대학교수 밖에 없다. 남성들은 별문제 없이 순조롭게 잘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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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뒤에 대학에서 가르치게 된 학생들의 경우를 보자. 같은 클래스에서 졸업하기 전에 남학생이나, 여학생이 다 안정된 유명한 기업에 취직을 했다. 남학생은 3년 안에 결혼하고, 집을 사며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못 낳는 경우도 있지만, 대충 그렇다. 3년이 되면 승진도 한다. 여학생들은 3년이 되면 자기보다 일을 못하는 후배 남성이 승진되어 올라간다. 여기서 회사에서 실질적으로 첫 번째 좌절을 한다. 일을 열심히 해도 여성은 승진이 안된다는 걸 회사가 알려준 셈이다. 회사가 남성과 평등하다는 ‘종합직’으로 뽑고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보통 여성에게는 결혼을 할 것이냐, 일을 할 것이냐? 양자택일을 하라는 사회다. 일을 열심히 해도 회사가 평가하지 않는다는 걸 안 3년이 지나서 여성들은 결혼을 의식하게 된다. 그 우수한 여학생들이 10년 뒤에는 다 ‘파견’이 되어 ‘파트타임 노동자’가 된다. 참고로 ‘파견’은 크게 저임금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과 고임금의 전문직이 있다. 우수한 경력의 여학생은 고임금의 전문직 ‘파견’이 된다. 결혼을 안 한 여학생들은 남성 못지않게 일을 하면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다. 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는 부모들이 자신들 노후를 위해서 나이를 먹은 딸이 굳이 결혼을 안 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딸이 입장에서도 마땅히 결혼할 상대가 없는데, 미지수인 결혼을 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나이를 먹어갈 부모와의 생활이 중요하다. 여자 입장에서는 출산이 가능한 연령이 하나의 고비다. 그 연령이 넘으면 결혼해서도 일을 하며 자신의 부모와 상대방의 부모의 노후를 돌봐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을 껴안게 된다

지금은 취직을 한다고 해도 장시간 노동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 정규직은 괜찮다고 하지만, 건강하게 살아갈 것조차 보장이 안 되는 노동환경이다.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조차 꿈이 된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저출산을 여자들이 사회진출을 해서 시건방진 탓이라는 정치가들이 있지만 여자들 탓이 아니다. 아이를 만드는 것이 여자들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을 못하는 것이 문제로 사회구조에 뿌리 깊은 성 불평등과 미소지니 정치가 문제다. 앞으로 20년 후는 일본 남성의 세 사람에 한 명만이 결혼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참고로 나는 모든 사람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들이 결혼을 못하는 사회구조는 정치문제인 것이다. 일본은 복지국가가 아니라, 결혼을 전제로 한 사회구조로 복지를 가족에게 떠넘겼다. 세 명에 한 명 밖에 결혼을 못한다는 것은, 저출산, 고령화라는 문제를 넘어 ‘사회 붕괴’가 된다. ‘사회 붕괴’를 야기시키는 것은 ‘경제’가 아니라, 언제까지나 성 불평등을 등한시해서 여성을 공격하는,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미소지니 정치라고 본다. 일본은 미소지니 정치로 자신들을 파멸로 몰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