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2 왕따 혹은 이지메
오늘 동경은 상쾌하게 맑은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젯밤에 불려논 현미와 쌀에 콩을 넣어서 밥을 앉혔다. 빨래를 돌리면서 성대하게 아침밥을 준비했다. 성대하다고 하지만 냉동했던 횟감 오징어를 데쳐서 오징어회를 만든 것이 전부다. 쌈을 쌀 상추, 로메인 상추도 씻었다. 오징어회를 만드는 것이 무우를 채썰어 소금에 쌀짝 절였다가 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밥이 되었고 빨래가 끝나서 널었다. 오징어회와 쌈을 싸서 아침을 거창하게 먹었다. 주말에는 밥을 해서 잘먹고 지내는 것이 주된 일이다.
지난주에 내 주변과 나에게 일어난 일이다. 왕따 혹은 이지메를 당했다. 절정은 금요일 강의를 끝내고 동료들과 차를 마시러 가기로 했을 때였다. 그 모임을 깨는 것이 싫어서 내가 가자고 약속을 잡고 직전에 못 간다고 해서 나쁜 역할을 맡는 걸로 끝냈다. 주인공인 선생에게는 정말로 미안하다고 개인적으로 식사를 가자고 했지만 내가 없는 자리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른다. 나를 이지메 하는 사람은 친하지도 않은데 그런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성토했다. 그 걸로 확신했다. 내가 느낀 것이 이지메였다는 걸 알았다. 지금까지 여러 형태로 이지메를 당해서 이지메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앞장서서 나를 이지메 하는 형태라, 그 걸 조종하는 사람의 이지메 기술점이 상당히 높다.
B라는 사람이 영어선생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는다. 나는 주로 새로 온 사람들에게 이지메 타깃이 된다. 아마 한국 여자가 눈에 띄고 모두와 사이가 좋은 중심인물이라 그런 모양이다. 요는 한국인 주제에 꼴값 떠는 걸로 보이는 건가? 내가 중심적인 것 맞다. 사람들이 많지만 오래 일한 선생이 퇴직을 할 때도 송별회도 못하던 걸, 내가 다른 선생들과 같이 송별회도 하고 다른 문제가 있어도 해결해 왔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주변을 챙기고 선생들 어려운 사정도 파악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한국 여자가 잘난 척하는 걸로 보일지 모른다.
B는 일본인으로 나이도 얼추 비슷하다. 결혼해서 자식도 다 큰 모양이다. 다른 외국 선생들과 영어로 대화하면서 뭉쳐있다. 단지 사이좋게 뭉쳐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따돌려서 등을 돌린 모양새라서 보기가 싫었다. 그런 것은 상관이 없다. 나에게 인사를 하다가 말다가를 반복한다.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 태도도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것과 확연히 다른 태도로 대한다. 내가 싫다는 것이구나, 좋다. 싫으면 인사도 안 하면 되지 왜 때에 따라 말을 걸고 인사하다가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요즘 좀 더 이상한 것은 내가 친한 A라는 선생과 집에 갈 때 약속을 한다. A선생은 나와 친해서 항상 옆에 앉고 같은 단지에 산다. 이상한 것은 B가 A선생과 내 앞에서 약속을 하면서 나를 아주 의식하는 것이다. 나는 귀찮아서 일부러 두 사람과 다른 버스를 타고 갔다. 한번 셋이 같이 가면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나를 대하는 말투가 무례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외국인이라고 모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포지션을 취한다. 이상한 사람이다.
지난 화요일에 B와 둘만 남았을 때, 날씨가 이상해서 쉽게 피로하다면서 주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고 좋은 분위기로 인사하고 끝냈다. B가 먼저 나가고 내가 나중에 나갔지만 버스 정류장에는 내가 먼저 도착했다. 사람이 없어서 정류장에는 나와 B 둘이다. B가 나를 의식하고 멀리서 거리를 둔다. 그냥 그런가 싶었다. 버스를 탈 시간이 가까워서 A가 왔는데 나를 보고 반가워하더니 저쪽에서 B가 부르는지 그쪽으로 갔다. 나는 그런가 보다 했다. 버스가 역에 도착해서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이 바로 내 뒤에 와서 계속 수다를 떠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둘이 오는 줄 몰랐다. 보통은 가까이 오면 말을 건다. 나는 뭐지 하면서 있다가 전철에 타서 먼저 앉았다. 다음에 A와 B가 전철을 타서 A가 나를 보면서 지나간다. 한 사람 건너서 둘이 앉아서 계속 수다를 떤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내릴 곳에서 내가 먼저 내렸다. A도 같은 역에서 내려서 내가 타는 같은 전철 비슷한 곳에 앉는다. 그 날 자리가 없어서 옆 차량으로 가서 앉았다. A와 마주치지 않았다. 같은 날에 기분 좋게 인사를 하고 난 직후에 세 번이나 얼굴을 쳐다보면서 지나치고 바로 뒤나 옆에서 둘이 계속 수다를 떠는 게 뭔가? 내가 같이 끼거나 수다를 떨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보통 아는 사람을 만나면 아는 척한다. 둘에게 우롱당한 기분이었다. 연달아 세 번이나. 둔감한 나도 이지메라는 걸 안다.
금요일 아침에 내가 먼저 가서 자료를 챙겨 왔더니 B가 평소에 A가 앉는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나와는 비스듬히 마주 보는 형태가 된다. 어디에 앉든 상관이 없지만 보통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 내가 앉는 곳에는 네 사람이 앉는 곳에 세 사람이 앉는데 네 사람이 앉으면 좀 답답하다. 바로 옆에 남자 선생도 당황할 것 같다. 나는 A와 마주 보고 앉고 싶은 건가 했다. 근데 코앞에 앉아서 인사를 안 한다. 이상한 사람이다. 보통은 싫든 좋든 아침에 보면 인사를 한다. 기분이 확 나빴다. 화요일에 가면서 한 일도 생각났다. 2교시를 마치고 왔더니 자리를 옮겨서 거리를 두고 내가 더 잘 보이는 곳에 앉았다. A와 가까이 앉고 싶으면 앉으면 될 것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금요일 점심시간에는 친한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 날인데 내가 빠져서 교실에서 점심을 먹었다. 분명히 나를 의식하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신경 쓰여서다..
금요일 작년에 나가노 여행을 같이 했던 선생이 봄학기에 만 강의를 한다고 해서 같이 차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A가 먼저 말을 꺼냈는데 언제 할지 몰라서 나는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일찍 하자고 했다. 서로 아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가자고 했다. 말을 했다가 거절해도 서로 미안하니까, 범위를 넓히지 않은 것이다. A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을 하지 그러냐고 해서 그러면 나는 먼저 가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을 해서 다른 기회에 같이 가라고 했다. A도 안 갈 것 같은 분위기라서 안 가는 줄 알았다. 영국 선생과 나, 나가노에서 오는 주인공만 가는 줄 알았다. 갑자기 A가 B도 같이 가기로 했다고 한다. 속이 뒤집혀서 도저히 같이 가서 좋은 분위기로 차를 마시지 못하겠다. 내가 빠지는 것이 최선이다. 내가 주인공에게 급하게 내가 약속을 정해놓고 못 가게 되었다고 사과했다. 개인적으로 약속을 잡아서 식사하자고 내가 나쁜 사람이 되어 끝내려고 했다. A가 당황한다. B가 이럴 수가 있냐고 당신 때문에, 당신이 오늘 밖에 시간이 없다고 해서 오늘로 한 것이 아니냐고 큰소리로 나를 비난한다. 내가 B에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사정도 잘 모르고 가깝지도 않은 사람이 다른 동료들이 다 있는 가운데 큰소리로 할 말이 아니다.
나와 친한 A는 너무나 둔감해서 자기가 앞장서서 나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표면적으로는 내가 제멋대로 이상하게 행동하는 모양새가 되어 있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도 좋다. 이지메를 당해서 내가 배제당하는 모양새를 연출해도 괜찮다. 중심적인 인물인 내가 없어지면 분위기가 이상해지겠지만 내가 알바가 아니다. A와도 이상하게 끝난다고 해도 그 정도 인연인가 여길 것이다.
B의 이지메 기술은 훌륭하다. 자신이 하면서도 나와 가장 가까운 A를 써서 나를 내몰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B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니까,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친 행동으로 판단하면 내가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 혼자 교실에서 지낼 생각이다. 선생들 사이에도 왕따나 이지메에 '차별의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기술이 너무 훌륭해서 오히려 내가 피해의식에 쩐 사람이 될 것이다. 완벽하다!
이지메나 성희롱을 하는 사람들은 피해자가 아무에게도 말을 못 하게 한다. 이지메나 성희롱을 당하는 걸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지메는 피해자를 혼자서 고립시키는 것이 가해자가 바라는 것이다. 나는 아예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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